[수요칼럼] 가짜뉴스는 마약이다
[수요칼럼] 가짜뉴스는 마약이다
  • 승인 2024.01.1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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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 박사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가 쓴 『두 도시의 이야기』는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했다. 프랑스 파리는 빈곤과 억압에 지친 국민들이 귀족들과 왕에 대한 분노로 모든 것을 뒤엎어버리고 피바다가 되었다. 이에 비해 영국 런던은 합리적인 통치와 위로부터의 혁명을 성공시킨 대도시였다. 그렇다면 영국 런던은 사회경제적 격차가 없는 평화로운 도시였을까? 물론 아니다. 영국인에게 영광의 시대이자 진보의 시대라고 불린 빅토리아 시대에도 그 이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와 사회적 모순으로 점철되었다. 자유무역으로 경제는 발전했지만 농촌은 피폐하고 도시 빈민층은 늘어났다. 굴뚝 청소부와 같은 어린이들의 노동착취는 빅토리아 시대에 흔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파리에서 혁명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프랑스 농민의 피폐한 생활상이다. 농민들은 국왕에 대한 세금과 영주 및 교회에 대한 부담금으로 소득의 60%를 냈으며, 나머지 40%를 가지고 생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리고 혁명의 주체적 역할을 부르주아라는 새로운 세력이 풍부한 농산물의 수익으로 인해 형성됐으며, 상대적으로 귀족의 세력은 약한 것도 한 원이다. 특히 프랑스는 미국 독립전쟁 지원으로 자유와 평등, 그리고 인권과 같은 이념들이 프랑스 지식인에게 흘러들어왔다. 이처럼 혁명의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프랑스 국민의 밉상이 되어 버린 마리 앙투와네트와 관련된 가짜뉴스가 혁명의 불쏘시게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왜 마리 앙투와네트는 프랑스 국민의 밉상이 되었을까? 사실 프랑스 국민들은 앙리 4세 이후로 왕정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프랑스 부르봉 왕조는 적대국인 함스부르크 왕조와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루이 16세를 마리 앙투와네트 공주와 정략결혼을 시켰다. 이에 프랑스 국민들은 적국인 함스부르크 출신의 왕비를 증오의 대상으로 삼았으며,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가졌다. 결국 그녀는 마리아 테레지아와 프란츠 요제프 2세에게 유리한 외교 정책을 폈고, 잦은 연회와 무도회 등 사교모임 주최로 국고를 탕진했으며, 또한 그녀를 둘러싼 온갖 가짜뉴스로 인해 이국땅에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녀를 둘러싼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마리 앙투와네트는 정치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당시 여성이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기 때문이다. 또한 왕실이 1789년 당시에 쓴 돈은 프랑스 전체 예산의 6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가짜뉴스인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말은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참회록』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루소는 정치적 비판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술 마시려고 빵을 찾다가 문득 저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따라서 그녀가 프랑스 땅을 밟기도 전에 나온 이 말이 마치 그녀의 말로 바뀌어 와전되고 악의적으로 선전되었다. 결국 왕실의 낭비와 그녀를 둘러싼 가짜뉴스는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단지 혁명을 일으킬 명분에 불과했다.
물론 프랑스 혁명의 원인이 가짜뉴스만은 아니다. 각종 봉건적인 부담이 국민을 압박했으며, 근대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농업, 공업 및 상업 활동을 제약하는 전통적인 사회경제적인 제도가 폐기되고 정비되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가장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혁명을 촉발한 유혈사태는 그녀에 대한 가짜 뉴스가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가짜뉴스가 진영논리와 결합하면 진실과 상관없이 적개심과 질투를 부추킨다는 것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그 예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박 전대통령을 풍자한 에두아르 마네의 그림 '올랭피아'를 모방한 '더러운 잠'은 국회에서 전시되었다.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테일러 스위프트를 그림 벽화를 모방한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은 김 여사를 풍자했으며 홍길동 서점의 벽에 그려졌다. 빅토리아 여왕시절에도 여왕을 조롱하는 풍자들이 거리낌 없이 신문에 실리곤 했다. 두 그림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 여성에 대한 협오를 유발하는 것이며, 반대 진영에 있는 정치인들도 금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가짜뉴스가 도덕적 원칙도 없는 탐욕스러운 정치인들과 만나면 인간의 존엄성을 쉽게 짓밟아버린다. 그러나 단순히 선거에서 승리만 생각한다면 가짜뉴스는 마약과 같다. 김대업과 광우병 파동 등 몇 번에 걸쳐 성공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쉽게 유혹을 버리기 어렵다. 그래서 어느 정치 지망생이 쓴 '철학 없는 정치는 사기다'라는 글이 생각났다. 그는 "정책이 오늘의 삶이고 내일의 꿈"이며, "정치는 정책을 수단으로 구현하는 것"이라 했다. 정책에는 관심이 없고 마약과 같은 가짜뉴스를 이용한 선동에만 혈안이 된 이유가 무엇일까?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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