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신간]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 석지윤
  • 승인 2024.01.1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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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주의로 美 윌리엄즈버그 해석
日 히로시마·獨 드레스덴 통해
전쟁에 대한 다른 태도 꼬집어
한국에선 서울·경주·전주 살펴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로버트 파우저 지음/혜화1117/336쪽/2만4천 원

우리에게 지극히 당연한 당위로 받아들여지는, 도시가 품고 있는 역사적 경관의 보존은 과연 그렇게 당위들이 축적된 결과이기만 한 걸까?

한 번도 정면으로 마주한 적 없는 이 질문을 시작으로 저자가 호출한 도시들은 동양부터 서양까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주요 도시부터 도시의 한 지역까지, 크고 작고, 넓고 좁고, 오래되고 비교적 새로운 곳들까지 종횡으로 넘나든다. 그렇게 도시들마다 간직해온, 도시들의 역사적 경관을 둘러싼 이면을 들여다보니 뜻밖에도 거기에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이유와 배경, 맥락, 논리가 작동하고 또 분출하고 있었다.

짧게는 몇백 년, 길게는 수천 년을 이어온 도시에 쌓인 역사의 집적물들 가운데 무엇을 남기고 보존할 것인가를 둘러싼 결정의 이면에는 다양한 욕구와 욕망, 이해의 반영, 의도와 기획이 전제되어 있다.

저자는 종교라는 키워드로 로마와 교토를 엮어서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맥락을 살피기도 하고, 애국주의 고취를 위해 권력자들이 지난 시대의 풍경을 어떻게 되살리려 했는가를 미국의 윌리엄즈버그와 일본의 나라를 통해 냉철하게 분석하기도 한다.

그의 탐구는 또다른 방향으로 확장한다. 미국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와 브루클린하이츠, 독일 베를린의 크로이츠베르크와 쇠네베르크를 통해 예술가와 지역민들이 자신들의 동네를 지키기 위해 치른 고군분투의 현장을 들여다봄으로써 그것이 가진 의미와 사회적 맥락, 그것이 가진 또다른 얼굴을 조우하게 하고, 전쟁의 상처를 평화의 상징으로 환원하려는 일본 히로시마와 독일 드레스덴을 통해 전쟁의 책임에 대한 이들 도시의 다른 태도를 꼬집기도 한다. 또한 세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제국주의 수도들 다섯 곳(런던 · 파리 · 이스탄불 · 베이징 · 빈)을 묶어 이들 도시들의 공통점과 차이를 통해 제국의 역사를 이들 도시가 어떻게 기억하고 도시를 통해 구축해 왔는가를 살피는 것 또한 남다른 인식을 갖게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역사적 경관의 다양한 맥락의 연장에서 한국의 경주와 전주, 서울의 북촌마을 등을 살핀다.

석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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