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내 나이 서른여덟이 되며 느끼는 것들
[달구벌아침] 내 나이 서른여덟이 되며 느끼는 것들
  • 승인 2024.01.17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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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복현중 교사
종교에 상당 부분 마음을 의지하던 시기가 있었다. 연년생인 큰아이들을 키우며 마음이 너무 힘들었을 때다. 아이들을 키우며 다른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는 없이 오로지 종교를 통해 풀어내는 것만이 유일한 버팀목이던 시기였다. 시간이 지나며 아이들이 자라고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길수록 신앙생활에는 소원해졌다.

새해를 맞이하여 마음을 다잡고자 오랜만에 일주일간 열심히 정진했다. 말씀을 듣다 보니,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가 다를 뿐, 내가 자기계발을 하며 중요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종교에서 중시하는 가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더 젊고 어릴 땐 모든 것이 명확했다. “난 이건 싫어.” “저런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모종의 일들을 경험하고 그것들이 쌓여갈수록, 세상은 꼭 내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구나를 깨달았다. ‘분명히 이럴 것’이라고 큰소리 떵떵 치며 확신했던 일들이 때론 아니게 되는 현실을 경험하며, 맞다거나 틀리다거나 혹은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하는 가치판단도 어려워졌다. 좋게 말하면 유해지고 나쁘게 말하면 점점 우유부단해진다. 정말 좋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실은 나에게 좋지 않게 작용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말라’는 말을 더 자주 새기게 된다.

어느 날엔가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하다가 새삼 인생의 이치를 깨달았다. 치트키를 쓰면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꾸준히 가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전래동화 <토끼와 거북이>가 주는 교훈처럼, 요행 부리지 않고 꾸준히 가는 사람이 가장 빠른 사람이다. 빠른 거북이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긍정적인 마음은 쌓아 올리기는 어렵지만 무너지긴 쉽고, 멀리하려던 부정적인 마음은 참 쉽게도 다시 솟아난다. 위험으로부터 나와 가족을 지키는 것이 최대의 목표였던 원시시대에는 다른 사물을 경계하고 위협을 감지하는 부정적인 마음이 필수요소였지만, 물질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엔 부정적인 마음 자체가 경계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마음이 자라난다. 그 마음은 본능이기 때문에, 마음 자체가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단지 부모인 우리가 가르쳐 주어야 할 것은 그 마음 앞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지, 그 태도인 듯하다. 그러한 마음 자세가 반복되다 보면 그것이 곧 인생에 대한 태도가 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가장 큰 유산은, 부정적인 마음을 건강하게 풀어낼 수 있는 지혜를 선물하는 것이 아닐까. 큰 유산을 물려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다룰 수 있는 지혜를 함께 주지 않는다면, 물질적인 것은 주지 않는 것만 못할 테니까.

아직껏 내 마음조차 온전히 다루기 어려운 내가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고 지혜를 가르친다는 것이 때론 어불성설 같기도 하지만, 사람이니 흔들리고 실수하기도 하고 그 실수를 통해 배우기도 하며 점점 쌓아간다. 실수할 수도 있고 무너질 때도 있지만, 그 이후에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를 통해 아이도 배우고 성장하기를 바라며.

한두살 먹을수록 책임감도 늘어난다. 하지만 책임만 무거워지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대하는 지혜와 관용도 함께 늘어난다. 내가 나이 드는 것이 싫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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