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IB DP 이수 학생들의 성과는 작은 시작이다
[교육논단] IB DP 이수 학생들의 성과는 작은 시작이다
  • 승인 2024.01.1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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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최근 대구와 제주의 IB DP 학교에서 프로그램 이수 결과에 대한 성적과 학생들의 대학 진학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었다. 약 5년 전부터 대구, 그리고 제주에서 먼저 시작된 프로그램에 대한 첫 결과인 셈이다. 학생들이나 정책 관련자는 물론이고 프로그램에 관한 관심이나 실효성을 고민하던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기다렸던 소식이었을 터다.

결론적으로 프로그램 이수의 첫해임에도 그 결과가 기대 이상으로 너무 좋아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경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의 경우 38점 이상 고득점 학생이 5명이나 배출되었다. 사실 수능 성적이 아닌, IB 디플로마 점수에 대해서는 소위 ‘감이 부족한’ 내게 국내 국제학교에서 DP 과정을 졸업하고, 국제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던 한 지인은 이런 점수는 너무나 대단한 성적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IB 과정을 이어온 국제학교 학생들의 전체 평균이 30점가량이라고 하니, 정말 뛰어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국내 여러 국제학교에서도 막 시작한 한국 공교육발 DP 이수 결과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수능이 아닌 IB 점수로 대학에 간 학생들의 결과도 대단하다. 세계 유수의 대학에 대한 진학은 물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의 수도권 주요 대학,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원 등의 연구중심대학에도 진학한 학생들이 많다. 제주 IB 학교 선생님들이 이야기를 통해서 제주 표선고의 성과에 대해서도 들을 기회가 있었다. 표선고의 경우 서울대 최종 합격자로는 1명을 명단에 올렸지만 4명의 학생이 1차에 합격하는 등 개교 이래 최고의 입시 성과를 냈다고 한다.

사실 입시 결과가 교육의 질을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결과에 모두가 큰 관심을 쏟게 된 것은 대학 진학에 대한 현실적인 측면과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크고 유일한 관문인 ‘수능’에 대한 고민 말이다. 과연 수능 없이도, 주입식과 암기식의 교육 외에도 대학에 갈 수 있는가에 대한 국민적인 의문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본다. 그러한 가능성이 시작된다면, 교육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이 비로소 실행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말이다. 어쩌면 IB가 아닌 이제 다른 방법으로 대학을 수학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을 고민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단 한 번의 같은, 객관식의 시험으로 대학과 진로를, 그리고 한 사람의 미래를 결정하는 우리의 교육이 어쩌면 바뀔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IB DP의 이수 결과는 단순히 대구의, 제주의 좋은 실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교육을 바꿀 수 있는 작지만 훌륭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대입 과정의 가능성이 검토되고 시작된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고교생들이, 혹은 슬프지만 중학생들이, 혹은 정말 말도 안 되지만 초등학생들까지 ‘나중에 수능만 끝나면’, ‘수능만 치고 나면’을 다짐하면서 이를 악물고 문제 풀이식 입시 공부의 쳇바퀴를 돌리는 지난한 과정을 조금은 바꿔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그러한 일을 이어가야 할 수밖에 없는 슬픈 학교들도 교육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주문을 외듯 그날만 기다리다가 급기야 마침내 수능의 목적을 달성한 학생들이 당연하게도 읽던 책을 집어던지고, 학교 소각장과 복도를 몇 트럭에 실을 분량으로 버려지는 문제집, 책들의 산을 만드는 일도 바뀔 여지가 생길 것이다.

이번 IB 학교 학생들의 대입 관련 소식들은 IB 고교도, 다른 시험으로 대학 진학에 성과를 보일 수 있을지와 관련한 제반 고민의 첫 번째 해소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 학생들이 공부를 안 했다는 뜻이 아니다. 수능 방식이 아닌 공부에 대한 현실적 가능성을 보여준 학생들이 대단하다. Risk taker, 도전하는 사람으로서 기존의 제도가 아닌 새로운 제도에 도전한 수험생들에게, 그리고 그러한 실현을 끌어낸 선생님들께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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