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살면 부산에 갈 수 없단다
은지야 이누야 바다야
어떻게 불러도 무고한 허기야
볼록한 비닐을 창에 덧대며
투명에 반투명을 포개다
만두를 나눠 먹고 간장을 쏟으며
피 같다 웃는 겨울이야
겨울을 반복해서 부르면 배가 고프대
엄마라도 죽어서 다행이야
그런 말들은 캄캄해진 후에 노을을 생각하는 일일까
국밥을 입에 넣고 꼭꼭 씹으며
돼지와 함께 나체로 누워있다
돼지가 돼 버린 사람을 생각하는 일일까
기차를 기다리는
은지야 이누야 바다야
엄마를 바다에 뿌리고 바다가 된
내 안에 빼곡한 겨울아
서울에 살면
부산에 올 수 있단다
눈을 기다릴 수 있단다
◇김수현= 1980 부산 출생. 2017 문학 선 등단.
<해설> 언어를 다루는 순발력이 놀라운 시인의 시다. 멀리 있지 않은 일상의 사건들을 조곤조곤 이야기하면서도 율격을 버리지 않는가 하면 엉뚱한 상상력으로 덜커덕 놀리게 하는 시 말로 시의 한 연을 구성하면서 한 연의 종장은 어김없이 역설의 화법으로 시의 맛을 더하고 있다 “어떻게 불러도 무고한 허기야.”, “만두를 나눠 먹고 간장을 쏟으며/피 같다 웃는 겨울이야”, “캄캄해진 후에 노을을 생각하는 일일까”, “돼지가 돼 버린 사람을 생각하는 일일까“라는 표현은 또한 얼마나 놀라운가. 제목이 서울우유라는 것도 이 시는 무관한 것 같은데도 마지막 두 연에서 죽은 엄마를 뿌린 바다와 함께 서울에 살면 부산에 올 수 있다는 놀라운 위로를 건네고 있다. 슬픔을 뭉쳐서 슬프지 않게 눈사람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그런 시이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