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들쑥날쑥 지지대로 ‘빅 텐트’ 쳐질까?
[기고] 들쑥날쑥 지지대로 ‘빅 텐트’ 쳐질까?
  • 승인 2024.01.2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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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칼럼니스트
4·10 총선이 3달도 채 남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지지율 만회를 위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출범시켰다. 정치경험이 없는 0선이라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산뜻하고 스마트한 행보와 절제된 메시지로 단박에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컨벤션효과’라며 애써 폄하하려는 눈치다. 등판 1개월도 안 되어 장래 정치지도자 지지율이 이재명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정치의 키가 불쑥 컸다. ‘강남 8학군 사나이’에서 ‘8도 사나이’로 그의 광폭행보는 연일 뉴스의 이슈를 점유했다.

총선이 가까워지자 탈당과 신당 창당 움직임도 분주하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탈당하여 신당 창당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재판리스크에다 소위 ‘개딸’로 불리는 극렬지지층과 친명일색으로 내부분열이 뜨겁다. 마침내 ‘이재명 사당화’에 반기를 든 탈당이 연이어지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국무총리를 지냈고, 전 대표였던 이낙연이 탈당했다. 또 ‘상식과 공정’을 외치던 비명계 국회의원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3인방도 새집을 차린다고 한다. 여기다 일찌감치 민주당을 박차고 나간 금태섭 전 의원까지 합치면 더불어민주당이 4개의 정파로 쪼개진 셈이다.

신당의 당명을 보면 이준석 ‘개혁신당’, 이낙연 ‘새로운 미래’, 이원욱 등의 ‘미래대연합’, 금태섭 ‘새로운 선택’ 등 모두가 새로움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인물은 의구(依舊)한데 무슨 비전을 보여줄는지 미지수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①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②금고형이상 확정시 재판기간 세비 반납 ③자당의 귀책사유로 치러지는 보궐선거 무공천 ④국회의원 50명 감축 ⑤출판기념회 관련 정치모금 금지 등 굵직한 개혁적인 정치공약을 내걸었다. 이 개혁 공약에 국민은 환호한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애써 정치포퓰리즘이라며 반박하지 말고 이를 능가하는 개혁 아젠다를 내 놓기 바란다. 개혁을 부르짖는 신당들은 또 어떤 답을 내놓을지 자못 궁금하다.

신당은 ‘빅텐트’를 치는 게 급선무다. 기호 3번으로 선거를 치르지 않으면 원내교섭단체(의원 20명이상)가 되기 어렵다는 중압감 때문이다. 양당의 공천이 확정 되면 탈락한 의원들의 신당행은 불 보듯 뻔하다. 그들 중 국힘 탈락자는 개혁신당으로, 민주당 탈락자는 새로운 미래나 미래대연합으로 걸음을 옮길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면 한 당의 20명 확보는 물 건너간다.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탈당 신당과의 결합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성사될 전망이지만 이준석 신당과의 결합은 어려울 것 같다. 이질적인 정강정책을 어떻게 봉합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 궁색해서다. 정당은 동일한 정견을 가진 사람들이 정권을 획득하여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인데 원소가 다른 이들의 화학적 결합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큰 텐트를 치려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지지대다. 이 지지대의 길이가 고르지 못하고 들쑥날쑥 한다면 큰 텐트는커녕 4인용 사각텐트도 짓기 어렵다. 그런데 ‘정치 빅텐트’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민감하고 이념적인 측면이 강하다. 이를 인식한 듯 지난 17일 미래대연합 창당준비위에서 이낙연 위원장은 “텐트를 크게 쳐서 여기서 숙식을 하고 싶다”고 조기 정치연대를 시사했다. 반면에 이준석 위원장은 “‘떴다방’으로 이미지가 비친다면 참여하고 싶지 않다”며 조기합당에 선을 그었다. 아무래도 선거 공고일 전에 합당의 기호 3번은 난망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준석 입장에서는 국힘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 수가 10명이상이면 자당만으로도 기호 3번 효과를 볼 것이라는 셈을 한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참 희한한 민주주의 국가다. 외국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치역학 구도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당의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의원을 모아 정당의 위세를 뽐내는 나라가 어디 있을까? 참말 부끄럽다. 정당은 지향하는 이념과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데 한 쪽은 보수, 다른 쪽은 진보 이렇게 다른 정파끼리 모였는데 무슨 정당이라 할 수 있을까? 쪽수가 적더라도 참신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강정책을 내놓는 것이 더 경쟁적이고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마음이 급하면 큰 일을 도모할 수 없는 게 자연의 이치가 아닌가.

신당이 자신의 입신양명이 아닌 국민을 위하는 정당으로 자리매김 해주길 소망한다. 공천 탈락자를 모아 선거철이 되면 우후죽순처럼 신당이 생겼다가 사라지곤 하는 과거의 퇴행된 모습은 이제 끝났으면 한다. 이낙연 전 대표의 “양심이 부끄러워 탈당한다”는 고뇌에 찬 민주당탈당 회견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부디 고른 지지대를 세워 건전한 ‘정치 빅텐트’를 쳐 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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