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복지논단] 대구, 좀 더 나누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대구복지논단] 대구, 좀 더 나누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 승인 2024.01.2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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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표 대구시사회복지협의회장
우스개 이야기다. 어떤 이가 저승으로 갔다. 저승사자는 지옥과 천국을 안내했다. 먼저 저승사자는 지옥을 보여주었다. 지옥이라고 했는데 평화롭다. 펄펄 끓는 가마솥도 살을 베는 흉포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 지옥도 있을 만하네’ 하는 순간, 식사 시간이 되어 지옥 사람들이 식사하게 되었다. 특이한 것은 젓가락 길이가 사람 한 길만 한 한 것이다. 지옥 사람들은 젓가락질이 서툰 탓에 산해진미를 차려놓고도 먹지 못하고 굶게 되었다. 이번에는 저승사자와 천국으로 갔다. 천국도 평화롭기는 매한가지였다. 식사시간이 되어 지옥과 마찬가지로 한 길 되는 젓가락이 지급됐다. 그런데 천국 사람들은 그 긴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서로의 입에 넣어주며 차려진 음식들로 식사를 했다. 이 이야기는 천국과 지옥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준다.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한국의 나눔 현황에 대해 연구한 ‘2022 대한민국 나눔 지수’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한국의 나눔 현황을 개인 기부, 자원봉사, 헌혈, 장기기증이라는 4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살펴보았다. 그런데 발표된 내용 중 나눔 지수로 환산해 17개 광역시·도를 비교한 결과가 실망스럽다. 나눔 지수는 크게 개인 기부와 자원봉사를 표준화한 핵심 지수와 헌혈과 장기기증 희망률을 표준화한 확대 지수로 구분한다. 핵심 지수와 확대 지수를 통해 도출된 최종 나눔 지수에서 대구는 경북에 이어 17개 광역 시도 중 17위를 차지한 것이다. 유형이 비슷한 부산, 인천, 광주, 울산 같은 광역시와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지역의 순위도 중요하지만 조사가 이루어진 2017, 2019, 2021년도 지수 변화 추이다. 대구의 지수는 조사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런 결과는 나눔 지수 중 특히 핵심요소인 개인기부의 하락이 가장 큰 요인이다. 대구의 개인 기부 참여율은 전국 평균 21.1%에 못 미치는 16.1%, 기부금액도 전국 평균 112,911원에 절반 수준인 64,437원에 그쳤다. 이번 연구의 결과는 단순히 대구가 전국에서 가장 나눔에 대해 인색하다는 의미로만 끝나지 않는다. 이 연구가 대구사회의 구성원이 만들어갈 공동체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측정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좋은 사회란 어떤 사회일까? 우스개 이야기의 교훈처럼 좋은 사람이 많은 사회이다.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많은 정의(定意)가 있겠지만 자신의 선한 마음으로 이웃과 우리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사람이다. 그것을 무엇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 간단하지 않은 문제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위에서 언급한 나눔 지수가 분명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대구는 사람들이 믿고 살만한 따뜻한 공동체는 아니다. 또한 이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한지 묻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사회구성원이 공동체에 가지는 신뢰는 대단히 중요하다. 서로를 믿고 협동해 함께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힘. 이것을 우리는 ‘사회적 자본’이라고 한다. 즉 신뢰는 사회적 자본이다. 사회적 자본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내는 가장 핵심적인 동력이다. 공동체 구성원과의 신뢰가 지속가능한 발전의 근간이라는 이야기다. 시장과 국가가 개인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미 여러 국가의 사례와 경험을 통해 밝혀졌다. 유럽이나 남미의 국가들이 무리한 복지지출로 국가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시장과 국가를 넘어서는 지속성 높은 자원이 주목받는 이유다. 즉 사회적 자본이라는 이름의 신뢰가 지속 가능한 발전의 새로운 대안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구가 받아 쥔 나눔 지수 성적표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이를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 가능성을 돌아보게 한다.

신년 벽두부터 잔소리 같겠지만 에둘러 말하지 않겠다. 우리 대구사회는 나눔 지수를 높일 수 있도록 새로운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 공동체를 위한 기부와 자원봉사를 시민의 당연한 의무로 인식해야 한다. 소위 ‘잘 사는 대구’는 부채를 갚고, 좋은 기업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완성될 수 없다. 정말 좋은 사회가 되려면, 또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공동체를 위한 나눔이 커져야 한다. 우리 대구가 시민들에게 어떻게 나눔을 독려하고 참여를 유도할지 책임 있는 사람들과 행정당국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십시일반으로 나라의 빚을 갚고 국권을 회복하겠다고 가장 먼저 나선 곳이 선배들이 물려준 대구의 정신이다. 그 국채보상운동을 기념하는 곳에 사랑의 온도탑이 지금 이 순간도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고 서 있다. 선배들이 물려준 대구정신에 부끄럽지 않도록, 또 미래의 대구가 사람이 살만한 공동체가 되도록 지금 바로, 우리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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