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을 받아보면
수저가 한 벌로 놓여있다
세상엔 떠먹을 일과
집어먹을 일이 동시에 있기 때문이다
한 벌의 반대는
외벌이라고 한다
둘은 하나 때문에 생겨난 숫자이고
양쪽은 이쪽저쪽이 모여 생긴 곳이니
함께 붙어 있어야 쓸모가 있는
한 벌이 있어
서로라는 말이 생겼다
부부는 그 서로에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다
◇김경숙= 2007 ‘월간문학’ 등단. 지헌야생화연구소장. 세종문화예술대상. 한국바다문학상. 해양문학상. 부산문학상 수상. ‘빗소리시청료’, ‘먼지력’ 외.
<해설> 따듯한 부부애를 한 벌 수저에 비유한 간결한 시이다. 많은 생각을 짧게 정리된 문장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겨우내 얼리고 썩힌 감자의 전분을 내리듯 거름망을 통해 수없이 정수로 걸러낸 결과물이어서 그 맛이 쫀득하고 깊다. 단 따듯할 때 먹어야 한다는 것, 이미 외벌이 된 사람에게는 후회가 가슴을 치거나 안타까움이 목젖을 달구기도 하겠다. 동남아 여러 섬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수저가 없거나 그들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려고 어쩔 수 없이 손으로 먹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처음엔 미개한 것 같은데 손도 자주 사용하다 보면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촉으로 온도와 맛이 느껴진다. 아무튼 한 벌로 놓인 수저 앞에서는 왠지 경건해지며 유교적인 풍습에 길든 내가 보인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