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황혼 이혼
[대구논단] 황혼 이혼
  • 승인 2024.01.2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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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환 전 경산시교육장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30년 이상 혼인 기간을 지속한 부부의 이혼 건수는 1만 6천건이 넘는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남아공의 국민 영웅 낼 슨 만델라도 77세에 이혼했다. 부부가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사는 것이 힘든가 보다. 인생의 단맛 쓴맛을 다 겪은 황혼에 서로 갈라서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부부가 오순도순 잘사는 사례가 있다.

충남 공주에 사는 박기준 할아버지가 98세에 운전 면허증을 땄다. 사람들은 궁금하였다. 정부에서 70세 이상만 되면 운전 면허증을 자진 반납하기를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백수를 바라보는 어른이…. 사람들은 물어보았다. 박기준 할아버지는 의문에 답하였다.

“우리 집은 외딴곳이라 버스 시간이 잘 맞지 않는다, 다리가 아파 고생하는 아내를 읍내 보건소에 태워주기 위해 면허증을 땄다. 이 외딴곳에 우리 두 사람뿐인데 할망구를 내가 태워주어야지 누가 태워주나?” 감동을 주는 말이다. 노년이 되면 노부부 둘만 남는다. 둘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연구하며 의지하여야 한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자신도 모르게 아내로부터 엄마와 같은 사랑을 요구하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노인 A는 모든 것을 부인에게 의지한다. 그는 걸어 다니는 병원이다. 고혈압, 당뇨, 척추, 변비, 관절염 등 아침 식사 전후 먹는 약이 손으로 한 움큼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스스로 약을 챙겼으나 나이 들어 서툴어하는 모습을 보고, 부인이 약사가 되었다. 그는 이제 자신이 무슨 약을 먹는지조차 모른다. 부인이 없으면 약을 먹지 못한다.

그뿐 아니다. 식사 시간에도 그렇다. 부인이 갈치 뼈를 발라주면 갈치를 먹고, 닭 다리를 골라주면 닭 다리를 먹는다. 고등어도 맛있는 껍질 부위를 벗겨서 준다. 그는 이제 무의식적으로 부인에 기대며 살고 있다.

노인 B는 어깨 수술로 입원을 하게 되었다. 간병은 부인이 하였다. 간병사를 사겠다고 몇 번 말렸으나 부인의 고집을 꺾지 못하였다. 부인의 간병 생활은 고달팠다. 부인은 매일 그에게 밥과 간식을 먹여주고, 대소변을 관리하고, 옷을 갈아입혔다. 그는 부인의 도움 없이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부인은 힘든 병원 생활이라 그런지 잔소리가 많아졌다. 허리를 펴서 걸어라, 반찬을 가리지 마라, 밥을 많이 먹어라. 의사의 말을 잘 들어라. 이제 조금씩 운동을 시작해라. 아플수록 깨끗해야 병이 빨리 낫는다, 그리고 부인은 B의 몸 상태에 대해서도 걱정이다. 기침해도 걱정, 배를 만져도 걱정, 몸이 찌뿌둥하다 해도 걱정이다. 부인은 지치지도 않는다.

심리학자들은 여성이 중년이 되면 남성화가 되어 잔소리가 많아진다고 한다. 여성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닌 당연한 말이지만 남성은 반항한다. B도 부인에게 대꾸를 잘하지만 고마운 마음도 가지고 있다. 부인이 피곤해서 코를 골면 가만히 얼굴을 만져보기도 한다. 그는 나이 많은 아줌마의 특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노인 C는 부인의 미래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다. 각종 통계를 보면 남녀 평균수명이 10년 정도 차이가 난다. C는 그가 죽으면 부인 혼자 살 10년이 걱정이다. ‘꾀 없고, 모질지도 않은 성격에 어찌 살아갈 고?’ C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있다. 그는 부인이 요양원에 가는 것이 싫다. 요양원의 이미지는 나쁘다. 요양원은 휴식하면서 치료받는 곳이 아니다. 죽으러 가는 마지막 고생길이다. 현대판 고려장이다. 그는 처남을 생각했다. 처남은 90살 먹은 어머니를 직접 모시고 있다. 처남의 부인은 시어머니 모시는 것에 반대했다. 처남은 부인에게 선언했다. ‘어머니의 식사, 어머니의 방 청소와 빨래, 어머니의 잔심부름 등을 내가 맡겠다. 어머니와 운동도 함께하겠다. 어머니에게 관계되는 모든 일은 책임지겠다. 처남은 어머니를 모시느라 좋아하던 등산과 골프를 하지 못하고 있다. C는 아들에게 이야기했다. “외삼촌 알지?,” “예” “어머니 책임져야 해.” “예, 아버지.” 조금 안심이 되었다. C는 끝까지 부인을 책임지고 싶었다.

남녀의 성격 특성은 나이가 들수록 강하게 나타난다. 노년이 되어 서로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황혼 이혼의 길로 갈 수 있다. 사랑의 바탕 위에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 안아야 위기를 극복한다. 황혼 이혼은 노년의 비극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상대방을 이해하고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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