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세상에서 가장 외로웠던 남자의 독백, 그리고 희망
[화요칼럼] 세상에서 가장 외로웠던 남자의 독백, 그리고 희망
  • 승인 2024.01.2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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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홍란 시인·문학박사


가끔 행복은/ 당신이 열어놓았는지/ 깨닫지도 못한 문을 통해/ 슬그머니 들어온다. -존 배리모어



정보공유공간에 ‘예민한 사람들’이란 글이 올라왔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글인데 ‘강인함’의 고유명사처럼 불리던 A의 발신이라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어쩌면 A의 글은 백세시대 노년기 학교에 갓 입학한 60대, 한국사회의 한 특성인 베이비 부머 세대의 독백처럼 다가왔다.

A는 매우 강인했다. 크고 작은 일 가리지 않고 솔선수범했고, 난관에 부딪혔을 때는 스스로를 희생했고, 길이 없을 때는 길이 되기도 했다. 종종 큰소리치며 주변 사람의 입을 틀어막고 움직이게 했던 A, 때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무섭기까지 했던 A, 그런 그가 정작 본인은 예민한 성격의 외로운 남자였다고 고백한다.

우리들의 대부분은 예민한 성격 때문에 발전하지만, 그 못지않게 상당한 고통을 받기도 한다. 자신의 성격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이 세상에는 많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더욱 성격이 예민해지는 경향이 있다.

예민하다는 건 사회생활이나 친구 사이에서도 대부분 부정적인 기류를 만든다. 예민한 사람 중에는 자신의 성격을 바꿔보려고 시도하기도 하는데, 문제는 이 ‘예민함’이란 기질은 계량화, 수치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거나 만질 수 있다면 채우고 덜어내고, 늘이고 줄이고 할 수 있을 텐데 그것이 어렵다.

이럴 땐 예민한 사람들이 보이는 대표적 심리 및 행동적 특징 3가지를 자신의 것과 비교해 보면 된다. 먼저, 눈치가 빠르다. 예민한 사람들은 타인의 감정이나 필요 등을 민감하게 알아차린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의 상당수가 예민한 기질의 소유자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예민한 사람들의 경우,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일명 ‘거울 뉴런의 활동이 지나치게 활발한 것이다.

다음으로 압박감에 취약하다. 예민한 사람들은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업무 마감일이 다가온다는 사실에 타인보다 더 예민하게 굴거나, 완벽하게 해낼 자신이 없는 업무가 생기면 혼란 상태에 빠져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친구와의 약속에 늦는 등의 비교적 사소한 실수에도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향 또한 같은 취지다.

그 다음은 결단력 부족이다. 예민한 사람 중 상당수는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곤 한다.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여러 불상사를 예측하고 쉽게 불안해 한다.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한 나머지, 잘못된 선택을 내린 자신을 타인들이 비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이제 60대 환갑의 나이를 넘었다면 예민함에서 잘 벗어날 줄 알아야 한다. 보다 더 너그럽게 수용할 때 즐겁고 행복한 인생을 주변과 잘 어울려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자신의 예민함을 버릴 수 없거나, 타협하기 힘들다면 나이가 든 만큼 자연인처럼 홀로 떨어져 살거나, 자신만의 세상에 파묻혀 사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강인한 내재력의 소유자처럼 보였던 A는 그의 말처럼 초예민한 사람 즉, HSP였다. HSP들은 초감각 특성으로 인해, 선천적으로 각종 자극에 대한 반응성이 매우 강한 성향을 지녔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부정적 자극에 굉장히 취약한, 역설적으로 순한 곰탱이 같은 “페르소나”를 지니고 있다.

인간에게는 ‘부정성 편향’이란 기제가 있다. HSP들은 긍정적 자극에도 더 잘 반응하는 편이지만, 부정적인 자극의 체감 세기가 대략 2.5배 이상 강하다. 따라서, 예민한 기질을 타고난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더 강한 긍정적인 감정과 ‘훨씬’ 더 강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강한 부정적 감정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남들보다 스트레스에 훨씬 더 취약한 HSP들은 자연스럽게 관계 갈등을 회피하는 쪽으로 행동 패턴을 조성하게 된다.

다행히도 A에게는 강한 ‘긍정성 편향’이 내재되어 있었다. 그가 SNS에 올린 글의 마지막 인사를 다시 읽으며 ‘특별한 회복력’을 발견한다.

‘예민한 성격 때문에 스스로도 참 힘들었고, 성향이 다른 주변 사람들을 또 얼마나 힘들게 하며 살아왔을까….ㅎㅎ’.

그렇다. 행복은 습관이다. 좋은 습관은 노력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행복은 내 곁에 두려고 노력할 때 함께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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