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봉사단체 ‘참길회’ “한센인 위해 50년 한 길 걸었죠”
대구 봉사단체 ‘참길회’ “한센인 위해 50년 한 길 걸었죠”
  • 류예지
  • 승인 2024.01.3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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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겨울 소록도 찾아
코로나 탓 4년 만에 방문 재개
음식 대접하며 각종 공연 마련
“3천여명 어르신 369명 남아
손 닿는데까지 봉사할 것”
참길회 소록도 봉사
대구 봉사단체 참길회가 지난 1월 26일부터 2박 3일간 소록도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벌였다. 참길회 제공

오랜 세월 세상에서 소외돼 온 한센인을 향한 외길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 올해로 41년째 남해의 작은 섬 소록도 행에 오른 대구 봉사단체 ‘참길자원봉사센터(이하 참길회)’가 주인공이다. 참길회는 1973년 모임의 형태로 시작해 1983년 동성로에 사무실을 열었다. 이듬해인 1984년 처음 소록도를 방문한 후 매년 여름과 겨울이면 어김없이 소록도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던 예전부터 소록대교가 놓인 지금까지 10대의 나이에 봉사에 참여했던 회원들도 어느덧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현재 참길회의 청년층은 그들의 자녀와 봉사자들이 채우고 있다.

지난 26일 참길회원 60여명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봉사활동을 못하다 4년 만에 소록도로 향했다. 여름엔 200~250명, 겨울엔 100~150명이 참여하던 인원도 전염병 확산 우려 등으로 대폭 줄였다.

회원들은 2박 3일간 마을별로 조를 나눠 봉사를 진행했다. 참길회 원년 멤버로 구성된 주방 조는 어르신들께 대접할 삼계탕과 오뎅탕을 끓이고 일반 봉사자들은 마을별로 각 가정을 방문해 노력 봉사와 함께 말벗 역할을 했다. 어르신들을 위한 잔치인 ‘소록한마당’에서는 서구 날뫼북춤 보존회의 풍물공연과 트로트 가수들의 초청 공연도 이어졌다.

섬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은 수십 년이 지나도 회원들의 방문이 반갑기만 하다. 봉사자들의 “어르신 참길회에서 왔어요” 목소리에 버선발로 뛰어나오는 주민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행해진 강제 불임수술에 자녀가 없는 한 어르신은 어린 학생들에게 무릎까지밖에 남지 않은 다리를 내어주며 “할아버지 다리 베고 누워 낮잠 자고 가”라고 따뜻한 말을 건네기도 했다. 봉사를 마치고 나올 때면 회원들의 손에 박카스와 주전부리도 한가득 들려 보낸다. 주민자치회 일동은 팬데믹으로 발길이 끊겼던 2020년 ‘참길소록봉사단 봉사활동 기념비’를 세워 감사를 표했다.

참길회는 소록도 방문뿐만 아니라 한센병 환자 집성촌인 경북 칠곡군 신동에서 반찬 봉사도 매달 진행하고 있다. 국과 밑반찬을 정성스레 만들어 어르신들이 계신 양로원으로 전달하거나 미용 등 기술 봉사도 한다.

참길자원봉사센터는 이같은 봉사 정신을 인정받아 지난 2016년 국민추천포상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이재학 참길회 운영위원장은 “1984년에 3천여명 계시던 어르신들도 이제는 369명밖에 남지 않았고 그마저도 100명은 병원에 입원 중이다. 소록도의 분위기가 바뀐 데 따라 봉사 활동 전개 방향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때”라며 “쓸쓸하고 서글프지만 숙명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손이 닿는 데까지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류예지기자 r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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