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위협받는 국가안보, 믿을 수 있나
[윤덕우 칼럼] 위협받는 국가안보, 믿을 수 있나
  • 승인 2024.02.05 2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지난해부터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소탕을 위한 지상작전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 군이 하마스의 병력 중심지로 추정되는 대규모 지하 터널을 발견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한 터널은 하마스 고위 관리가 차를 운전해 이동할 수 있을 만큼 넓었고, 또 다른 터널은 축구장 3개를 이어 붙인 길이로 병원 지하에 숨겨져 있었다”고 전했다. NYT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지하에 있는 하마스 터널의 길이가 초기 추정치보다 수백 마일 더 길 수도 있다고 지난 16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금은 국민들 뇌리에서 잊혀져지만 북한도 기습작전을 목적으로 휴전선 비무장지대의 지하에 남침용 군사통로로 땅굴을 팠다. 1·2·3·4호 땅굴이 바로 그것이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전면적 기습전과 후방공략을 달성하기 위한 북한의 땅굴은 2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땅굴사업은 1971년 9월 25일 대남공작 총책 김중린과 북한군 총참모장 오진우 등에게 내려진 “속전속결전법을 도입하여 기습전을 감행할 수 있게 하라”는 김일성의 ‘9·25교시’에 따라서 시작됐다. 김정은은 작년 12월 말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이 더 이상 동족이 아니라며 “핵무력을 동원한 남조선 전 영토 평정”, “흡수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고 했다. 지난달 10일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라는 등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후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대한민국은 불변의 주적”이라며 “헌법에 있는 ‘자주·평화통일·민족 대단결’이라는 표현도 삭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김일성 시절부터 이어온 ‘조국 통일 3대 원칙’을 공식 폐기한 것이다.

‘방귀가 잦으면 똥 싸기 쉽다’는 속담이 있다. 북한이 올들어서만 4번째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은 전략순항미사일을 개발해 지상 이동식발사대(TEL), 잠수함, 함정, 전투기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시험발사함으로써 한미의 방어능력을 제한하는 각종 시나리오를 보여주고자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연이은 무력 시위와 한국에 대한 전례없는 적대적 발언 이후 미국 전현직 관리들 사이에서 북한의 군사 행동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반도 위기론의 발단은 지난 1월 11일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해커 교수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기고문이다. “한반도 상황이 1950년 6월 초반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하다”든지 “김정은이 1950년에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전쟁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수십년간 북한 문제를 다뤄온 전문가들이다.

1990년대 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측 협상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도 최근 “2024년 동북아시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최소한 염두에는 둬야 한다”고 언급했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포럼에서 최근 북한의 움직임과 관련, “북한이 매우 부정적인 행보를 지속해서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 아시아 소사이어티 부회장도 이날 행사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0년 연평도 포격을 넘어서는 공격을 할 의도가 있는 것 같아 보인다면서 “우리는 김정은이 충격적인 물리적 행동을 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주재하고, “올해는 접경지 도발, 무인기 침투, 가짜 뉴스, 사이버 공격, 후방 교란 등 선거 개입을 위한 여러 도발이 예상되고 있다”며 북한 정권이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도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보 위기가 발생했을 때 민·관·군·경이 협력하는 국가 총력 대비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무소속 윤미향 의원 주최로 열린 친북단체 국회 토론회에서 ‘평화를 위해서라면 북한의 전쟁관도 수용’ ‘윤석열 정부의 반·멸북 정책은 걸림돌’ 등의 발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오판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은 벌써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국가안보는 한치도 방심할 수 없다. 지금은 휴지조각이 됐지만 북한은 9·19 군사합의 체결 이후에도 크고 작은 합의 위반 행위를 해왔다. 위협받는 국가안보를 믿을 수 있는지 국민들은 묻지 않을 수 없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