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가에 닿은 거품을 미소가 터뜨린다
카푸치노가 그렇다
탁 덮어둔 무소식 참지 못해 팡팡 길을 터는
와이파이가 그렇다
거품을 사이에 두고 앉은 그가 그렇다
헝클어진 오후를 걷어차다 까진 정강이가 그렇다
“왜?”
뾰족한 내 물음에 “그저~”
그저, 라는 말, 솔기 없는 잠옷 같다
눈만 동그래지는 귓속말처럼
바로 누워도 모로 누워도 그저 편안하다
쓸어 올리는 앞머리 새치 사이로 그저, 바람이 스쳐간다
그대의 날들이 막 펴든 니케의 날개가 되어
소리 없이 펄럭인다
◇임서윤= 경북 상주 출생. 2016년 계간 ‘문장’신인상 등단.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죽순문학회, 형상시학회 회원. 시집 ‘사과의 온도’, ‘달아나는 과녁’이 있음.
<해설> 그저~라는 말에는 가시가 없다. 왠지 느슨한 여운이 감돈다. 이것일 수도, 저것일 수도 있는 그런 상태다. 순전한 커피도 아니고 우유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가 시인에겐 또한 그저~일 것이다. 거품을 사이에 두고 앉은 그가 그렇고 헝클어진 오후를 걷어차다 까진 정강이가 그렇다. 요즘 우리 사회는 두 쪽으로 갈라지고 사람들 또한 이념의 색으로 편이 갈려 있는, 양분의 극대화를 이루고 있다. 이런 사회구조 속에서 시인은 그저~라는 말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상대방의 생각을 읽는 잠깐의 머뭇거림이 또한 그저~ 일수도 있다. “왜?” 라는 뾰족한 내 물음에 “그저~” 그저, 라는 말, 솔기 없는 잠옷 같은 상대의 대답을 통해 임서윤 시인은 편안함을 읽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빠름이 요구되는 현대 사회의 속성에도 그저~는 희망의 또 다른 날개일 수도 있겠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