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라 알면서도 안 할 뿐
[달구벌아침]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라 알면서도 안 할 뿐
  • 승인 2024.02.0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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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 심리연구소 소장

사람들이 말한다. '모르겠다'라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를 모르겠다고 한다. 그래서 이 사람에게 묻고, 저 사람에게 묻고 다닌다. 하지만 모두 헛수고다. 우리는 이미 방법을 알고 있어서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별로 도움 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교육을 통해서 알고 있고, 누군가에게 들어서 알고 있고, 직접 경험해 보아서 알고 있다. 문제는 모두 방법을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실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크든 작든 어떤 일에 성공을 하지 못한 사람들의 변명은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이다. 그런데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에게 솔직하게 물어보아야 한다. "정말 몰라서 못 하는 거냐?"라고. 이 질문에 정말 깊이 있게 고민을 한다면 어느 누가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나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몰라서 못 했다는 말은 거짓말일 뿐이고, 아무리 좋게 표현해봐도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단지 그것을 안 할 뿐이다. 알고 있으면서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뿐이다.

한 부부가 갈등이 깊어졌다.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부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성격부터, 취미까지 닮은 부분이 하나 없었다. 살아온 환경도 너무 달라서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갈등만 생겼다. 이대로 가족을 유지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완전히 다른 N극과 S극이 만난 것처럼 둘은 서로 달랐다. 하지만 닮은 점은 하나 있었으니 두 사람 모두 '방법을 모르겠다'라는 것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자신들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었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 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방법을 알고 싶다고 둘은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었다. 전혀 맞는 구석이라고는 없는 두 사람이,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얘기를 했다.

남편은 어릴 때부터 바닷가에 나고 자라서 해산물을 좋아했다. 밥을 먹을 때 반찬으로 생선 한 가지는 꼭 있어야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반면 아내는 생선은 비린내가 난다고 손사래를 쳤다. 아내의 집에서는 채소, 아니면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육류를 좋아했다. 그래서 결혼 후 밥상에는 생선이 보이지 않았다. 생선을 좋아하는 남편 입장에서는 이런 아내가 못마땅했다. 생선을 싫어한다고 하더라도 남편이 좋아하면 그냥 고등어나 갈치 한 마리 정도는 구워 줄 수 있을 텐데, 그걸 하지 않는다고 불만이 쌓여 갔고, 아내의 입장에서는 내가 그렇게 비린내 나는 생선 싫어한다면 좀 참아주면 되지 않느냐며 아내 나름의 불만이 쌓여갔다.

이 부부가 함께 잘 사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 만나지 말아야 할 물과 기름이 만나서 서로 힘든 것일까? 아니다. 이 두 사람도 잘살아가는 방법이 있다. 남편은 아내가 그렇게 비린내가 싫다고 하니, 정말로 생선이 먹고 싶은 날에는 생선구이 식당에 가서 생선을 실컷 사 먹고 들어오면 될 것이고, 아내는 남편이 그렇게 생선을 좋아한다고 하니, 손질 잘되어 있고, 한 조각씩 개별 포장 잘된 구이용 고등어나 갈치 등을 홈쇼핑에서 사서 냉동실에 쟁여두고, 식사 때마다 한 조각씩 구워 주면 된다. 몸에 열이 많은 남편과 추위를 많이 타는 아내가 한 이불 덮으며 '우린 서로 맞지 않아'라며 누구는 덥다고 화내고, 누구는 춥다고 화낼 필요가 없다. 이 문제 또한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침대를 하나 더 사서 따로 사용하든지, 아니면 온수 매트도 양쪽으로 온도를 달리 사용하는 매트 사서 각자 원하는 온도에 맞춰서 잠자리에 들면 되는 것이다.

건강해지는 방법을 왜 모르는가?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매일 일정 시간의 운동과 명상을 하며, 잠을 푹 자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건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과식은 기본이요, 생활 속에서 운동의 '운'자를 찾기 힘들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니 어떻게 건강해질 수가 있나.
부자 되는 방법을 모르는가? 많이 벌고, 적게 쓰면 된다. 하지만 안 한다. 최선 다하여서 자신이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이름 석 자 정도 알리기만 하면 큰 부자는 몰라도 충분히 먹고 살 정도의 부자는 될 수 있다. 그런데 과소비에 게으름은 기본이다. 그러면서 방법을 모른다 한다.

학생들이 말한다. 공부를 잘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고. 이 말도 거짓말이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고, 책 열심히 보고, 코피 나도록 열심히 하면 왜 안 되는가? 다 된다.
우리 좀 더 솔직해져 보자. 과연 몰라서 안 하고 있는지, 알면서도 안 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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