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에 쓰러진 어르신 부축
수성구청 소속 이도경 씨
거리 배회 치매노인 경찰 인계
“그런 상황에는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이더라고요. 큰일은 아니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난달 횡단보도 한가운데 쓰러진 노인을 구해낸 대구 수성구장애인재활센터 소속 김연형(53) 실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실장과 이형상(37), 김비채(29) 사원은 지난달 24일 낮 수성구 만촌동의 한 카페를 찾았다가 우연히 유리창 너머로 횡단보도에 쓰러진 어르신을 발견하고 급히 달려나갔다. 어르신이 일어서지 못하는 사이 차량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며 위험천만한 상황이 이어졌다.
김 실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수신호로 차량들을 우회하도록 안내하면서 어르신을 부축해 무사히 횡단보도를 건넜다. 어르신의 상태를 살피던 직원들은 ‘괜찮다’는 어르신의 말에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김 실장은 “지팡이를 짚고 건너던 할아버지가 넘어져 일어나시지 못하고 그 순간 신호가 바뀌어 위험한 순간이었다”며 “장애인분들과 함께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그런 행동이 더 나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연은 당시 센터 직원들이 찾았던 카페 업주가 수성구청 홈페이지 ‘칭찬합시다’에 글을 남기며 알려졌다. 이 업주는 “저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큰 선행이라 널리 알리고 싶어 글을 적게 됐다”며 “손님들의 직업정신과 주민의식, 따뜻한 마음이 감사하다”고 전했다.
앞서 육아 휴직 중이던 한 수성구청 직원의 관심으로 길 잃은 치매 노인이 가족의 품에 안기기도 했다.
수성구청 소속 이도경(31)씨는 지난달 17일 자녀의 하원을 기다리던 중 수성구 범어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배회 중이던 80대 어르신을 발견했다. 행색을 보고 치매 노인임을 알아챈 이씨는 인근 편의점에서 따뜻한 음료와 핫팩을 구입해 전달하고 30여분간 어르신을 보호한 뒤 안전하게 경찰에 인계했다. 이씨의 관심으로 어르신은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할머니가 신발도 안 신으시고 얇은 옷을 입은 채 리모컨을 쥐고 계셨다”며 “집을 언제 나왔는지, 얼마나 걸으셨는지 모르겠다고 하셨을 땐 가슴이 철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어릴 때부터 돌봐주시던 할머니 생각도 나 더 마음이 쓰였던 것 같다”며 “한 분이라도 더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게 돼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김수정기자 ksj1004@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