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아이를 기른다는 것,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
[달구벌아침] “아이를 기른다는 것,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
  • 승인 2024.02.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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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복현중 교사
모든 게 꼬인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요즘의 내가 그렇다. 최근 남자아이들만 가르치는 남아미술연구소에서 아이셋의 샘플 수업을 받고는 선생님과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심리치료를 하는 곳은 아니지만, 선생님은 아이들과 한시간을 수업하며 많은 걸 캐치하셨다. 그 내용을 들으며 나의 육아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들에 대한 나의 잘못된 훈육 습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기분이었다.

이제껏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의 육아 전반에 대해 말해준 사람이 없었기에,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느낌이 드는 한편 발가벗겨진 느낌도 들었다. 스스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사실, 나의 일관성 없는 육아가 부끄러웠다.

학교에서 반아이들 몇 명이 내 눈을 속이고 잘못된 행동을 한 적이 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크게 화가 난 나는 ‘이 아이들을 어떻게 혼내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보다 열 살가량 많은 옆자리 선생님께서 “목적은 아이들을 혼내는 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또다시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때 정말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훈육할 때에도 가끔 이게 혼을 내려고 하는 건지, 행동 개선을 위한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가치는 뭘까? 본질은? 중요한 건 뭘까? 무엇이 중심이 되어야 할까.

나의 친정부모님은 웬만하면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는 편이셨고, 결혼 후 남편에게 들어보니 어머님은 증상이 보이면 쉽게 병원에 데리고 가는 편이셨다. 가야 할 정도를 지났는데 가지 않고 참는 것은 병을 크게 키우기도 하고, 너무 쉽게 가는 것은 자가면역력을 기르는데 방해가 된다.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부장님께서 “감기는 약을 먹어도 일주일, 먹지 않아도 일주일”이라고 말씀하셨다.

자가면역력을 믿고 가벼운 병은 스스로 이겨내는 것이 좋다는 의미였다. 어느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지 않고 중도를 지키는 일은 늘 쉽지가 않다.

훈육을 할 때에는 ‘누가’ 그랬는지가 아닌 ‘왜’ 그랬는지를 물어봐야 한다. ‘누가’ 그랬는지를 물으면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고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왜’ 그랬는지를 묻는다면 때론 한편이 되어 본인들의 상황을 설명하기도 하고 구체적인 이유를 말하기도 한다.

그저 안 것이 아니라, 육아서를 통해 안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첫째와 둘째를 혼내며 깨달았다.

남아미술연구소를 다녀오며 만감이 교차했다. 조력자를 만나 슬기롭게 문제들을 해결해 갈 수 있을 거 같은 감사함, 안도감. 그리고 알 수 없는 허탈감.

육아에 있어서, 어찌보면 인생에 있어서도 대단한 기술이 필요하진 않다. 삶을 쉽게 다루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긍정인 자세, 작은 일에 크게 일렁이지 않는 편안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그건 육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것부터, 거창하게 계획 세우거나 재지 말고 그냥 툭 시작해보자. 우선 오늘 하루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들 대하기.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자주 생각하기. 육아도 인생도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마라톤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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