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 소지영 ‘디에이블’ 대표 “30대든 40대든 ‘원할 때 출산’하도록 건강한 삶 지원”
[나는 청년입니다] 소지영 ‘디에이블’ 대표 “30대든 40대든 ‘원할 때 출산’하도록 건강한 삶 지원”
  • 배수경
  • 승인 2024.02.2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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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때 출산” “다 때가 있다”
이전세대 충고 유효하지 않아
‘때’ 라는 건 스스로 정하는 것
변화된 인식 반영한 지원 필요
디에이블 소지영대표가 난임여성들의 커뮤니티 플랫폼 디플래닛을 소개하고 있다.
디에이블 소지영대표가 난임여성들의 커뮤니티 플랫폼 디플래닛을 소개하고 있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저출생 위기와 관련 보도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저출생 위기는 국가 미래에 대한 심각한 경고이다. 경상북도는 전국 최초로 저출생 대응을 위한 전쟁을 선포하였고, 대구경북 청년리더 커뮤니티인 ‘대구경북청년회’는 1월 27일에 청년정책포럼을 열어 저출생 문제 대응을 위한 행동에 나섰다.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나는 청년입니다’ 에서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는 지역 스타트업 대표 4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들은 임신, 출산, 육아, 여성의 마음 돌봄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아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편집자 주)

△ 청년들의 변화된 인식을 반영한 출산 장려정책의 방향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후회’라는 감정과 마주한다. 필자가 정의하는 후회는 ‘현재 발생한 문제 상황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과거의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현대사회는 개개인에게 끊임없이 여러 가지 역할을 제시하며 다양한 목표의 달성을 요구한다. 이때 타인의 경험과 후회에서 얻는 교훈은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렇게 만들어진 경험과 교훈의 생멸주기가 매우 짧아진 이유에서 이전세대의 충고가 크게 공감되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청년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오늘날 청년세대가 직면한 현실과 미래 전망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경제적 불확실성, 고용 시장의 변동성,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압박은 이전 세대가 겪었던 어려움과는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들은 ‘모든 것은 때가 있다’라는 어른들의 충고를 뒤로 한 채 자신만의 호흡으로 자신만의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현실 청년들은 다른 사람의 진행 속도나 방식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처한 환경과 할 수 있는 일에 더욱 집중하는 특성을 보인다. 그렇다 보니 과거 청년세대의 경험이 현재 청년들에게 유의미한 지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출생 문제는 우리 사회가 신속하게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이다. 개인을 위해서도, 국가를 위해서도 말이다. 그러나 현실 청년들에게 ‘출산’은 개개인이 맞닥뜨린 문제 상황 속에서 우선순위가 아니다. 우선순위로 설정하고 싶어도, 오늘날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은 밝은 미래를 설계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기대는 실제 청년들의 상황과는 엇갈린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출산해야 여성의 건강과 아기에게 좋다’는 말에 공감은 할 수 있지만, 그 말이 현재와 미래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어떤 변화를 요구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할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어른들의 충고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적절한 때’라는 것은 각자가 스스로 정하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필자가 대구에서 만난 디에이블 소지영 대표는 ‘청년들의 변화된 인식을 반영하여 저출생 정책의 방향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쪽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지영 대표는 간호사 출신이자 공학석사, 이학박사(디지털헬스)이다. 소대표는 자신의 경력을 바탕으로 1:1 건강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IT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난임’여성들을 위한 건강관리 커뮤니티 플랫폼 ‘디플래닛’이다.

“출산 자체에 대한 강조보다는 ‘내가 원하는 때’를 위해 ‘건강한 마음가짐과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 구축이 미래세대를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신과 출산을 계획하는 것은 개개인들의 몫이니까요.”

 

새로운프로젝트를기획중인디에이블임직원
디에이블 임직원이 건강한사회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 ‘도전임신’을 기획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30대 이후 ‘안정’
개인 따라 40대·50대 될수도
나이 들수록 건강에 ‘적신호’
국내 8쌍 중 1쌍이 난임부부

△ 청년이 임신과 출산을 희망하는 시기

필자는 결혼 4년 차였던 서른넷에 임신을 했다. 결혼 이후 자주 들었던 질문은 ‘아기는 언제?’였다. 이때 필자의 대답은 항상 “글세요”였다. 당시를 회상하면, 필자의 상황은 안정적이지 못 했다. 공부하는 학생의 신분이었고, 공부를 마친 뒤 어떤 내가 꿈꾸는 미래를 어떤 식으로 그려야 할지도 미지수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경제적인 문제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타인에게 세세히 설명할 순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글세요”라는 정도의 대답으로 그 상황을 피하는 것이 최선책이었던 것 같다. 필자는 지금도 둘째 출산계획에 대한 질문을 종종 듣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답은 “글세요”이다.

개인마다 임신을 희망하는 시기는 다를 것이다. 임신을 희망하는 시기라는 것은 정의조차 쉽지 않다. 나이로 재단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모든 청년들의 삶이 드라마처럼 사회·경제적으로 완벽하게 세팅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부모로서의 책임과 각오가 완성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이러한 상황 자체가 만들어지기 힘든 구조이다. 현실적으로 개개인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는 나이는 30대 이후이다. 더 나아가 개인에 따라 40대, 50대 이후가 될 수도 있다. 이 시기에 마주하게 되는 주요 문제 중 하나는 개인의 건강 상태, 특히 ‘난임’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8쌍 중 1쌍이 난임 부부라는 보도가 있다. 나이가 많은 예비 부모일수록 난임 문제는 피하기 어려운 허들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소지영 대표는 국가가 제공하는 건강관리 프로그램이 나이와 상관없이 전 연령에게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출생률이 낮다고 해서 단순히 출산율을 높이는 것만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출산하는 엄마와 태어나는 아이 모두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목표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신을 희망하는 시기가 개인별로 다양하기 때문에, 이에 맞는 제도와 시스템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식습관과 생활습관 등이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평생 동안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시스템적 지원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난임이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면서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기는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난임 자체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거든요. 이것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또 다른 가치를 놓쳐버리게 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럴 때일수록 사회 구성원 전체의 건강한 삶을 증진시킬 수 있는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지역의 한 대학(대구대)에서미래 가족계획을 위한 건강관리 방법을 주제로 강의하고있는 소지영 대표
지역의 한 대학(대구대)에서미래 가족계획을 위한 건강관리 방법을 주제로 강의하고있는 소지영 대표

 

건강한 사회 구성원 성장 목표
국가, 평생 건강관리 제공해야
난임 여성 건강관리 플랫폼 통해
잠재적 건강 문제 최소화 노력

△ 임신 준비는 건강할 때부터 시작되어야... 난임 여성들을 위한 플랫폼 ‘디플래닛’

디에이블은 단순한 IT회사를 넘어선 곳이다. 임직원 수가 15명에 이르는 이 회사의 구성원들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특별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문제해결의 선봉에 서 있는 혁신가라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활동 영역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국 각지에서 난임 문제를 겪는 여성들을 연결하고,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그 영역을 지속적으로 넓혀가고 있었다. 디에이블이 구축한 어플리케이션인 ‘디플래닛’이 단단한 고리역할을 해 줬다. 최근에는 ‘도전임신!’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임신을 희망하는 예비부모들의 성장기, 고군분투기를 콘텐츠화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기획은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세대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등의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키려는 목적을 포함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아이디어와 움직임 하나하나가 직원들의 적극성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디에이블은 여성의 건강, 가족의 건강을 걱정하며 고민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진 회사입니다. 저희 회사 직원분들 중에는 난임이거나 난임을 경험하신 분들이 꽤 계시거든요. 30대 후반인 저 역시 임신을 희망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고민이 많은 사람 중에 한 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추구하는 가치가 분명해요. 개개인의 잠재적인 건강 문제를 최소화하는데 어떠한 형태로든 도움을 줄 수 있는 플랫폼을 함께 만들자는 거죠.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청년들이 어린 시절부터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동기부여와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들은 많은 부부들이 겪고 있는 난임 문제에도 분명한 솔루션을 제공하리라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저출생 문제는 여러 측면에서 심각하고 어려운 도전이다. 이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여전히 희망적이다. 소지영 대표는 ‘저출생 문제 해결에는 개인의 노력과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청년들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의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사회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거대자본으로 대형플랫폼의 형태를 표방해서는 그 효과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이나 소셜벤쳐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트렌디한 감각이 반영될 수 있는 여지가 서비스의 다양성을 만들어주고 품질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혁신은 도전과 시행착오에서 나오는 것인데, 이런 건 스타트업이 해야죠. 저희 같은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저출생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또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지영 대표의 통찰과 노력은 우리 사회가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을 재고하게 만들며, 건강과 혁신을 통해 더 밝은 미래를 구상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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