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의대증원
[목요칼럼]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의대증원
  • 승인 2024.02.2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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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정부의 의대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싸움이 치킨게임과 같이 극한 대립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치킨게임은 어떤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상태에서 서로 양보하지 않다가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으로, 1950년대에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 자동차 게임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에 맞서 의료계가 파업을 통해 저항한 사례는 지난 2000년 이후 2012년 2014년 2020년까지 총 네 차례 있었다. 그러나 2020년 의약분업에 대한 반대투쟁만 정부가 승리하였고 그 외 3차례는 정부가 의료계의 반발에 관련 정책을 철회함으로써 의료계의 승리로 끝났다. 이러한 경험에 근거하여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의료계 일부에서 정부가 의사들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 국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절대 정책을 철회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병원에서 의사와 의대생들만 이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파업하면서 병원 전산 자료를 삭제·변경해 시스템을 마비시키자’는 글이 올라와 의사들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려 한다는 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현재까지 정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련병원에서 수련중인 전공의의 70%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이들 중 65% 정도가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한 전국 40개 의대중 27개교에서 7,620명이 휴학계를 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병원 인력의 30~40%를 차지하면서, 응급과 당직 등 병원 핵심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은 하루 이틀을 몰라도 곧바로 치료가 절박한 환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은 병원에서 수술을 비롯한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싸움으로 가운데 낀 국민들만 고통 받게 된 것이다.

정부는 의료계의 주장과 같이 의사 증원만으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 필수의료의 붕괴를 해결할 수 없음을 알고 있지만, 의대 2000명 증원은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확충규모라고 하면서, 의료현장의 주역인 전공의와 미래의료의 주역인 의대생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의대증원과 병행하여 정부가 의료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지역필수 의료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적극적인 치료에 따른 사법리스크를 줄여 의료인들이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이를 믿지 않는 듯하다. 오히려 이런 조치를 먼저 해 놓고 의대증원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역량은 세계최고 수준으로, 특히 의료접근성 측면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편리하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평균수명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등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의료계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의 의사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일부 대형병원에서의 3시간대기에 3분 진료라는 의료서비스의 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과연 세계최고의 수준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많은 국민들은 이번 의료계의 반발에 대해 의료인들이 무엇이라고 하든지 간에 나날이 줄어드는 인구를 감안할 때 의사수가 늘어나면 자신의 수입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행위라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 예로 아직 일반 개원의들의 파업 동참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진실로 의대증원으로 인해 의료의 질이 떨어져 국민들의 건강에 큰 위협이 초래된다면 모든 의료계가 반발해야 하지만 의대증원으로 인해 의사 수가 많아지기 시작하는 시기가 10년 뒤이기 때문에 그 때부터 영향을 받기 시작하는 현재 수련중인 의사들과 의대생들은 극렬하게 반발하지만 이미 개원하고 있는 의사들은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에 이들을 앞세워 놓고 뒤에 숨어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단지 오해이길 바랄 따름이다.

그러나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이번 사태로 인해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계획된 진료에 차질이 생길 경우 1차적으로 그 비난의 화살은 의료계로 향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지식인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짐으로서 존경받고 있는 의료인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하지 말고 어떤 경우에도 의료인이 의료현장을 벗어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전쟁에서 비록 적군이라 하더라도 부상자를 치료해주어야 하는 것이 의료인들의 사명이라면 의료인이 환자의 곁을 떠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하루빨리 정부와 의료계가 이번 치킨게임의 빠른 종식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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