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입학성적과 의사로서의 역량은 상관관계 없다
[사설] 의대 입학성적과 의사로서의 역량은 상관관계 없다
  • 승인 2024.02.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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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증원 발표로 인해 수련병원의 전공의를 비롯하여 의과대학의 학생들이 집단으로 사직서와 휴학계를 제출하며 반발하고 있다. 의대생들과는 달리 수련병원의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이탈은 당장 환자들의 진료에 차질을 가져오고 있지만, 해당 병원의 전임의들과 의료진들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버티고 있어 매우 다행스럽다.

이런 가운데 의대 증원·의사 집단행동을 주제로 열린 TV 토론회에서 의료계 인사가 ‘반에서 20~30등 하는 의사를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물론 발언자의 취지는 이번 정부의 의대증원에 있어 지역인재전형 확대로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입학성적이 낮아질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겠지만, 이는 엘리트 의식에 빠진 일부 의사들의 잘못된 인식이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의대에 입학생들의 자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의사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입학정원이 늘어나면 합격선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하지만 모든 시험의 경우 합격선 근처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고 극히 미미한 차이로 합격과 불합격으로 갈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 대학에서 수학능력에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즉 입학성적이 낮다고 해서 좋은 의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대학교육에서 의과대학만큼 학사관리를 철저히 하는 곳은 없다. 학업을 조금만 게을리 하면 유급되는 곳이 의과대학이다. 아마 현재 우리나라 대학에서 성적과 출석 미달로 유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의과대학 외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또한 의사라는 자격과 면허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고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졸업 후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해야만 한다. 따라서 의과대학에 입학할 당시의 성적이 어떠하든지 간에 재학 중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되고, 졸업 후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의사자격을 취득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 하더라도 의과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독학으로 의사라는 자격과 면허를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의대 입학정원 확대와 관련하여 입학생들의 자질을 논하는 것은 본질과 거리가 있다. 오히려 늘어난 학생들을 훌륭한 의료인으로 양성할 기반 구축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가지고 논의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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