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이 나라에서 아이를 출산하는 일은 재앙입니다
[의료칼럼] 이 나라에서 아이를 출산하는 일은 재앙입니다
  • 승인 2024.02.2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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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수 대구시의사회 정보통신이사, 임연수소아청소년과 원장
우리나라 출산율이 전세계적으로 꼴찌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라에서 출산율 장려를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이 나라는 너무 위험하다. 그리고 일선에서 일하는 소아과 의사의 시선으로 봤을 때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최소한 의료정책과 교육정책만 봤을 때는.

의대 정원 2,000명을 늘리기 위해 정부는 갑작스러운 발표와 함께 대국민 홍보를 위해 에니메이션 제작을 해서 영상 시청 시 불쑥 튀어나오는데, 볼 때마다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다. 그 엉터리 내용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첫째 소아과가 오픈런이라서 아이들이 갈 병원이 없단다. 제발 일선에서 개업 중인 소아과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라. 어느 병원이 오픈런인지. 그런 말 자체를 이해할 수도 없고 본적도 없다. 몇몇 신도시 주변 병원에 환자가 몰릴 때 볼 수 있는 희귀증상이고 그 지역에 사는 보호자에게 실제로 그러냐고 물어보니 “아니에요. 주변에 다른 병원 가도 되는데 특정병원에 예약 앱 땜에 밀려서 그래요. 전 그런 병원 안 가요” 그런다. 그리고 소아과 개원의 게시판에 보면 하루하루 경영이 불안하다거나, 폐업 각인가요? 하고 묻는 글이 얼마나 많은지. 멀리 가지 않아도 되겠다. 내 병원 근처 소아과 선생님이 갑자기 폐업을 하게 되어 주변이 난리가 났다. 다니던 아이들 엄마는 막막해지고 아래 약국도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야 하는 그야말로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올 초에는 소아과 간판을 떼고 의원으로 돌아선 병원도 많다. 이래도 소아과 의사가 부족하고 오픈런이라고. 도대체 어디서 나온 말인가. 왜 우리를 기만하는가.

예방접종 시행비 몇천 원조차 아까워서 올려주지 않으면서 필수 의료 살리기에 얼마를 책정했다는 얘기는 필수 의료를 살릴 건데 아직 확실하지는 않아. 살아남는 병원에 너희 하는 거 봐서 주든지... 주사만 놓는 게 예방접종이 아니다. 신생아는 잠자리 교육, 수유 횟수, 사춘기 불안한 눈빛의 아이는 얘기 들어주고, 설치는 아이는 훈육하고. 그게 진짜 소아과 의사이니까.

둘째 응급실 뺑뺑이라는데 우리나라에서 진짜 응급한 환자만 응급실을 가는지 조사해보라. 연휴 때 응급실 환자의 대부분이 열나서 배 아파서 오는 아이들이다. 열나면 응급하니 응급실을 가라고? 절대 아니다. 열이라는 현상은 균들의 침범에 대비하는 우리 몸의 정상적인 방어체계이다. 열 중추가 SETTING POINT를 올려서 균들이 쉽게 활동하지 못 하게하는 방어기전으로 41.5도까지는 견딜 수 있다. 열은 나도, 열이 떨어졌을 때 전신 상태가 좋으면 해열제 먹이고 보아도 된다. 우리병원 엄마들에게는 열이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를 설명하고 이런 상황에서는 응급실을 가라고 교육을 해왔고 내원 환아가 응급실을 안 가서 큰일이 난 경우는 없었다. 응급실 의사가 모자라는 것이 아니고 응급실 문턱이 너무 낮고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아서 과밀화가 생긴 것이다. 제대로 된 체계가 먼저다.

노인인구가 는다는데 노인은 늘고 아이들이 줄어서 전체 인구가 2050년이 되면 반토막이 날 건데 전체 인구 주는 건 왜 얘기를 안 하는가. 그리고 30년간 소아과 전문의는, 아이가 줄어드는 비율보다 더 많이 늘었는데 왜 소아과 의사가 모자라는지 생각해봐라. 그리고 의사 수를 늘려 할 게 없으면 필수 의료를 하라고 하는데 숫자가 많아지면 할 수 없이 필수 의료하는 의사가 늘 수도 있겠지만 정열도 없고 죽지 못해 하는 일에 능률이 생길 리도 없고 떨어진 자존감은 진료에 도움이 전혀 되지 못한다.

물가가 비싸니 라면값을 확 떨어트려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겠다면 국민들이 좋아할 거다. 라면회사 빼고. 의사 숫자를 늘리면 좋아진다는 얘기를 일반 국민은 나쁠 게 없다고 찬성할 것이고 국민들이 찬성한다고 해서 옳은 정책은 아니다. 미래를 위해 태어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응급수술을 해서 적당한 처치를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하지 10년 후 재앙이 될지도 모르는 정책을 남발하는 것은 부끄러운 짓이다. 우리 아이들을 진짜로 걱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 병원 엄마의 말이 떠오른다. “선생님은 갑자기 문 안 닫을 거죠?”

그리고 나도 정부에서 우리를 취급하는 것만큼만 진료를 할 예정이다. ‘그래도 나는 대한민국의 소아과 의사다!’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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