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파트2, 원조 ‘듄친자’ 압도적 영상미로 돌아오다
듄: 파트2, 원조 ‘듄친자’ 압도적 영상미로 돌아오다
  • 김민주
  • 승인 2024.02.2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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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과 하코네 가문의 대적 중심
청년이 된 폴의 성장·사랑 초점
‘영웅=구세주’ 기존 서사 탈피
영웅이란 존재의 위험성 강조
400m 모래 벌레·‘오니솝터’ 등
전작보다 화려한 비주얼의 맹폭
듄-파트2
‘듄: 파트2’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먼 미래인 10191년, 바다가 있는 칼라단 행성에서 살던 아트레이데스 가문이 ‘듄’이라 불리는 사막 행성 ‘아라키스’로 이주한다. 아라키스는 행성 전체가 모래로 뒤덮이고 금속도 절단할 수 있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모래폭풍이 부는 곳이다. 그들이 이 행성으로 이주한 이유는 아라키스에서만 생산되는 스파이스를 관리하라는 코리노 가문의 황제 샤담 4세(크리스토퍼 워컨)의 명을 따르기 위해서다. 수명 연장과 각성 효과를 가지고 있는 스파이스는 우주 항해사들이 예지능력을 갖추기 위해 일상적으로 흡입해야 하는 필요 물질이다.

사실 그들의 이주는 평민들의 존경을 받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견제하던 황제가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펼친 계략이었다. 여기에 하코넨 가문이 가세해 그들을 멸망시키고 스파이스를 차지하기 위해 아라키스를 기습 공격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티모테 살랴메)는 아버지 레토 공작(오스카 아이작)을 잃는다. 폴은 임신한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페르구손)와 모래폭풍을 뚫고 아라키스의 사막 부족 ‘프레멘’의 대표 공동체인 ‘시에치 타브르’를 만나고 수장 스틸가(하비에르 바르뎀)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폴 모자를 자기 집단에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하는 ‘자미스’는 폴과 결투를 벌이게 되고, 폴은 이 결투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을 죽인다.

프레멘족은 제국의 억압을 피해 사막에 숨어 살며 땀, 소변 등 몸에서 배출한 수분을 재활용하는 사막복을 발명하는 등 생존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폴은 점차 그들 삶의 방식을 익히고 그들과 융화된다. 그는 프레멘의 챠니(젠데이아)와 함께 생명 유지 자원 스파이스를 빼앗으려는 하코넨 가문의 공격을 방어하며 행성을 지켜내고 프레멘 부족으로부터 인정받아 ‘무앗딥’이라는 이름까지 얻으며 점차 프레멘족의 리더로 성장해 간다. 프레멘족이 게릴라전에서 계속해서 승리하자 이에 불안해진 하코넨 가문은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를 보내 반격에 나선다. 전사로 성장한 폴이 황제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28일 개봉한 ‘듄: 파트2’는 지난 2021년 10월 개봉한 영화 ‘듄’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작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관객들이 극장 출입을 꺼리고 집에서 편하게 시청할 수 있는 OTT 플랫폼이 대세로 떠오른 때에도 전 세계 4억 달러(한화 약 5328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극장과 영화의 존재 이유를 증명한 바 있다. 영화 속 우주 끝까지 뻗어나가는 무한한 상상력에 매혹된 관객들이 일명 ‘듄친자’(‘듄’ 마니아를 뜻하는 신조어)가 되면서 국내에서도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다.

‘듄’이 폴이 겪을 대장정의 시작을 알렸다면, ‘파트2’는 폴이 전사로 성장해 하코넨 가문과 대적하는 서사가 펼쳐진다. 영화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SF 소설인 프랭크 허버트의 ‘듄’을 원작으로 한다. 프랭크 작가가 1965년부터 내놓은 소설 ‘듄’은 총 6권의 분량으로 1권만 해도 940쪽이 넘는다. 영화 몇 편에 다 담아내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방대한 양이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원작을 스크린에 모두 풀어낼 수 없다면 주제는 놓치지 않되 이미지 형상화를 극대화하는 길을 택했다. 파트1에서 세계관이 방대해 호불호가 갈렸던 만큼 파트2에서는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성장에 초점을 뒀다. 원작 소설의 주제인 영웅에 대한 경계, 종교적 맹신에 대한 경고 등을 자연스레 녹여내되 스토리 라인은 영화에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폴의 성장 서사는 그가 얻게 되는 이름에 따라 차곡차곡 쌓인다. 멸망한 아트레이데스의 마지막 후계자로 시작해 프레멘의 외지인, 거대한 모래벌레를 타는데 성공한 프레멘 전사 ‘우슬’, 하코넨을 떨게하는 승리의 전사 ‘무앗딥’, 죽었다 살아나서 미래를 보게 된 ‘퀴사츠 해더락’, 모두가 기다려온 메시아 ‘리산 알 가입’, 그리고 이 모든 이름을 얻은 뒤 되찾은 아트레이데스 공작 폴까지 이어진다.

폴은 메시아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비판하며 피하려 한다. 높이 오른 자신을 보기보다, 쓰러져있는 사람을 돌아본다. 일반적인 영웅 서사는 자신이 ‘영웅’이라는 존재를 받아들이고 자신이 그들의 구세주로써 받는 고뇌의 고통을 당연시 여긴다. ‘듄: 파트2’에서는 이러한 통념에서 벗어나 영웅이란 존재 자체에 대해 위험성을 강조한다.

시각적으로는 SF 영화로서의 볼거리를 충실히 담아냈다. 특히 세계관을 표현한 비주얼은 전편보다 더 스케일이 커졌다. 용처럼 사막을 가로지르는 길이 400m의 모래 벌레에 올라타 폴이 질주하는 장면은 어느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던 장관이다. 화면 전체가 모래 폭풍으로 채워져 마치 관객들은 사방에서 모래가 휘몰아친다고 착각할 만큼 생생하게 묘사됐다. 또한 상영관 내 의자가 흔들릴 정도의 강렬한 음향효과는 물리적으로 폴과 함께 모레 벌레는 타고 사막을 누비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감독은 특수 효과 대신 최대한 실사 촬영을 고집했다. 전 세계의 사막을 누비며 원하는 모양의 사구를 찾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잠자리 모양의 비행기 ‘오니솝터’도 실제로 구현했다. 이는 사실 감독이 원조 ‘듄친자’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14살에 처음 원작 소설을 접한 뒤부터 졸업 반지에 캐릭터 이름을 새길 정도로 푹 빠져 있었던 감독은 자신만의 연출로 ‘듄’을 담아냈다.

폴을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불안과 근심은 그를 통해 스크린 밖으로 터져 나온다. 불안하고 위태로운 청춘의 모습에서 강인한 리더의 얼굴을 했다가 더 나아가 냉혹한 군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매끄럽게 표현해냈다. 특히 후반부에 보여주는 샬라메의 카리스마는 전작 ‘웡카’에서 보여준 천진난만한 모습과는 대비되어 같은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두 편의 영화는 소설 1권만을 다룬다. 영화의 마지막 역시 대서사시의 끝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 좋은 영화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듄: 파트2’는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다. 극장 관람이 아니라면 결코 연출자의 의도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원작과 전편에서 사용되는 용어까지 챙겨간다면 재미는 배가 될 것이다.

김민주기자 k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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