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삶과 죽음의 경계를 알 수 있다면
[대구논단] 삶과 죽음의 경계를 알 수 있다면
  • 승인 2024.03.0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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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규 행복학교 교장
삶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여러 답을 기대해보지만, 죽음이라 답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그 이유는 한국 사회에서 죽음이라는 의미가 무척이나 부정적인 의미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예전부터 붉은색으로 이름을 쓰지 않았고, 멸(滅)을 뜻하는 죽을 사(死), 숫자 4는 될 수 있으면 피해서 사용했다. 피와 죽음을 상징하는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삶이란 동전의 뒷면은 죽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애써 죽음을 터부시하고 멀리하려 노력해 온 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근대화 전, 의료기술이 발전하지 못하여 쉽게 고칠 수 없었던 여러 질병으로 환갑을 넘어 사는 경우가 드물었기에 무병장수를 바랐던 자손들의 바람은 아니었을지, 그래서인지 이런 모습은 평균 수명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오늘날 100세 시대에도 이어지고 있다. 삶은 싱그럽고 풍성하지만, 죽음은 어둡고 피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이다.

동양과 서양에서 바라보는 죽음의 의미는 다소 다르게 해석되어 이견(異見)을 가짐을 알 수 있다. 서양에서는 죽음이란 다소 제삼자적 관점,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가 하면, 동양에서는 다소 주관적인 성향이 강하다. 이 이유는 국가마다 겪어온 사회적 환경의 차이에서 발생할 수 있고 그러한 성향들은 문학에도 영향을 미쳐 국가마다 다른 색을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종교적인 성향도 그 민족성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사상의 윤회론은 중국을 거치면서 죽음에 대하여 서양과는 다른 시각을 가지는 것처럼 말이다.

죽음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인가? ‘생명체의 모든 기능의 영구적인 정지’라는 말에는 모호한 점이 있다. 기능이 정지했더라도 종종 회복될 수가 있는데, 영구히 회복되지 않는 상태인 것은 어느 시점부터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오늘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과연 육체적 죽음의 정의를 생각하기에 앞서 우리의 마음은 진정 죽지 않았는지를 묻고 싶기 때문이다. 비록 숨을 쉬고 있지만, 마음은 세상을 떠난 듯한 사람들, 그들은 정말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은 육체적 삶을 마감할 때, 어떻게 자신을 반추(反芻)할까?

말기 환자들을 돌보는 데 일생을 바친 간호사인 브로니 웨어(Bronnie Ware)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5가지 공통적인 생각에 대해 언급하였다. 육체적인 삶은 있으나, 마음이 죽어가는 이들을 위한 글처럼 보여 마음을 담아 옮겨본다.

죽기 전에 드는 후회 5가지

1. 남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바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갈 용기가 있었더라면

2.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3. 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살 용기가 있었더라면

4. 친구들과 연락을 잘하고 지냈더라면

5. 진정한 행복을 알 수 있었더라면

“했더라면”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살아있을 때 그 어떤 위치, 환경, 모습이었어도 그리 어렵지 않았을 일들임에도 왜 그렇게 못했을지 말이다. 5가지조차도 기억하지 못할 이들을 위해 더 줄여보자면, 이런 공식을 도출시킬 수 있다. 오늘의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적당한 휴식을 하며, 사랑하는 사람들, 친구들과 마음을 표현하며 사는, 그 속에서 행복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달리는 존재이다. 죽기 위해 달린다는 뜻이 아니라, 인간이 불멸(不滅)의 존재는 아니라는 뜻이다. 삶이 유한한 존재임을 인식할 수 있을 때 삶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브로니 웨어의 말처럼 때늦은 후회를 하지 않을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리 시간이나 돈도 들지 않는다. 할 수 있는 일은 미루지 말고 지금 해보자, 조금은 초연한 마음으로 오늘을 담담히 그려내 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강의 때 자주 쓰는 말이 있다. 영화 킹스맨에서의 대화, “태도가 전부이다” (Attitude is everything)라는 말이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는 중요하다. 행복을 목적지로만 생각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오늘을 감사하고 즐기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언제 올 줄 모르는 파랑새만 끈질기게 기다리다가 시간만 낭비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죽음이 두려울 수는 있지만 앞서 언급했던 말들에 기대어 살아간다면 행복이란 단어 앞에 당당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삶과 죽음에 대한 주제는 아직 한국 사회에서 많이 다루지 않은 부분이긴 하지만, 초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는 한국에서 생각해보아야 하는, 우리의 행복을 위해 선행되고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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