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푸바오
안녕, 푸바오
  • 여인호
  • 승인 2024.03.0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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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놀이공원이자 동물원에 판다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몇 해 전 중국에서 건너온 아빠 러바오와 엄마 아이바오, 그리고 딸 푸바오와 작년에 태어난 쌍둥이까지 모두다섯 마리입니다. 다섯 가족이 단란하고 행복하게 잘 살지만 사실 판다는 수컷 아빠는 거의 따로 생활하기 때문에 새끼를 만나면 공격할 수도 있어서 거의 만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독박육아하는 엄마를 도와 새끼를 키워주는 사육사들이 꼭 필요하며 큰 역할을 합니다.

부부가 오순도순 새끼를 키우는 습성을 가진다면 사육사가 크게 개입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거의 완전한 별거 생활을 하는 판다의 특성상 육아가 오롯이 엄마 몫이 되기에 그 짐을 덜어주는 사육사의 비중이 커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낳은 새끼는 아니지만 내가 돌보는 동물이 엄마가 되어 낳은 새끼이기에 정성을 다해서 돌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귀여운 새끼가 입소문을 타고 언론 매체에 소개되어, 온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새끼가 태어나기전 두 마리의 판다만 있을 때는 그 판다로 인해 온 국민이 들썩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귀여운 새끼가 태어나 용인의 보물이라며 푸린세스, 용인 푸씨, 푸둥이 등으로 불리며 국민 귀요미로 넘치는 사랑을 받게 되자 놀이공원은 정말 ‘다 죽었으!’ 할 만큼 난리가 났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안타까운 것은 푸바오가 곧 중국에 돌아가야한다는 사실입니다. 국제 협약에 따라 멸종 위기종인 자이언트판다는 중국에서 임대 형태로 각국에 빌려주되 연구나 번식 등을 위해서 일정 기간 후에는 반드시 중국으로 반환해야만 하는 규칙이 있습니다. 그래서 곧 중국에 돌아가서 짝을 만나고 살아야 합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고 우리가 정성껏 돌본 우리 동물인데 마치 중국이 빼앗아가는 듯한 기분입니다. 비록 그것이 당연한 것이고 인류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 할지라도 그냥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은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반환을 앞두고 놀이공원은 난리가 났습니다. 한 번에 딱 5분만 볼 수 있는 푸바오를 보는 줄이 끝도 없습니다. 휴일에는 두 시간이 기본입니다. 지겹도록 줄을 서서 단 5분을 보고 나오는 허탈함이 크지만 사람들이 끝도 없이 몰려듭니다. 급기야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던 동물들이 결국 지상파에서 단독 특집 프로그램으로 편성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야말로 푸바오 신드롬입니다. 물론 참으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이지만 어떻게 이 정도까지 되었을까요? 그 해답은 이야기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푸바오와 판다 가족을 돌보는 3명의 사육사들은 판다들과 함께 지내면서 드라마틱한 장면을 많이 연출했습니다. 푸바오를 얻기 위한 짝짓기 준비에서부터 푸바오의 성장, 뒤이어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까지 탄생을 시키며 귀엽고, 사람과 너무나 친숙한 동물들의 모습을 온국민에게 보여줬습니다. 이제 누구라도 푸바오가 사육사의 어깨에 손을 척 올리는 장면이나 아기 판다들이 사육사의 장화에 매달려 노는 장면, 엄마 아이바오가 푸바오를 거칠게 혼내는 장면 등에 너무나 익숙합니다. 유튜브 쇼츠가 대중화되면서 짧은 판다 영상들이 사육사의 해설과 함께 엄청나게 재생산되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온국민이 다 보게 되었습니다. 판다를 키우는 자체에 대해서는 논란도 있기는 하지만 판다 가족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 친근함, 신기함에는 그다지 이견이 없습니다. 온 국민을 울리고 웃기는 스토리가 넘쳐납니다. 게다가 사육사의손녀로 취급되어 ‘푸바오와 할부지’가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신기하게도 세계적인 동물학자의 기록인 시턴의 동물기에도 회색 곰 워브라는 곰 이야기가 있습니다. 곰과 판다는 원래 무섭고 사나운 맹수이지만, 그와 더불어 왠지 좀 친근하고 괜히 더 귀엽고 그런 느낌도 강합니다. 그래서 시턴도 곰에게 애정을 가지고 기록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지금 판다가 주인공인 동물기를 매일매일 보고 있는 셈입니다. 그것도 매일매일 날짜가 줄어드는 시한부 프로그램으로요.

푸바오는 곧 중국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다시 한국 땅을 밟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 더 이상 만나지 못하는 것이죠. 그 안타까움과 서운함에 수많은 관람객이 오늘도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입니다. 지금 못 보면 영원히 못 본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끝없는 줄에 서게 합니다. 판다를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멸종 위기로 인류 전체가 지켜야 할 소중한 동물이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 소중한 생명이 우리나라에서 우리 기술로 태어나고 다시 중국에 가서귀한 개체를 늘리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한 편의 감동적인 동물기를 만들었습니다.



김민중 <대구 월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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