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복지논단] 치매와 공존하는 사회
[대구복지논단] 치매와 공존하는 사회
  • 승인 2024.03.05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창규 함께하는마음재단 중구노인복지관장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 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의하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901만545명이다. 추정 치매 환자 수는 93만5천86명, 추정 치매 유병률은 10.38%이다. 노인 인구 10명 중 1명 이상이 치매 유병자인 셈이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60~64세가 2.7%, 65~69세가 4.4%, 70~74세가 8.8%, 75~79세가 20.72%, 80~84세가 26.73%, 85세 이상이 36.66%로 나타났고, 성별로는 여성이 60.3%로 남성 39.7% 보다 거의 두 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치매 단계별 비율은 최경도 17.4%, 경도 41.4%, 중증도 25.7%, 중증 15.5%로 나타나 치매 예방의 중요성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보다 훨씬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치매 관련 동향을 살펴보자. 일본 치매 환자 수는 2020년 602만 명에서 2025년 675만 명으로 증가되어 노인 5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인 셈이다. 2040년에는 802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하여 20년 전부터 ‘어리석고 아둔하다’라는 치매라는 병명을 ‘인지능력의 장애, 저하’라는 뜻을 담아 ‘인지증(認知症)’으로 바꾸고, 일명 ‘오렌지 플랜(치매 대책 추진 5년 계획)’등을 마련하여 치매 예방 및 지원체계를 정비해오고 있다. 특히 2019년 치매 대책 가운데 산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이동, 소비, 금융, 업무, 공공시설 등 모든 생활 장소에서 치매에 걸려도 익숙한 거주지에서 편하게 계속 살아가도록 장벽을 낮추는 ‘치매 베리어프리(Barrier-Free)’대책이었다.

또한 이미 국가 대책에 앞서 각 지자체는 지역 사업자와 제휴하여 치매를 배려하는 ‘마을만들기’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 사례들을 살펴보자. 일본 ‘마트’의 치매 손님과 공존법의 사례이다. 고령자가 많이 사는 주택 한가운데 자리한 한 마트는 자체 시장조사 결과, 치매 유병률로 계산해 보았을 때 하루 마트를 찾는 치매 손님을 300여 명으로 상정하고, 이들이 매장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과 계산을 원활히 마치도록 돕는 것을 핵심으로 과제를 선정했다. 그 결과, 아래를 보고 걷는 치매 환자들의 특징을 고려해 바닥에 거대한 안내판 스티커를 붙이고, 방향을 잃었을 경우 직원을 부를 수 있는 벨 설치, 고령자나 장애인이 계산이 느려도 눈치 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배려 계산대’도 설치했다. 다른 마트에서는 매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치매 손님에 대한 대응법을 알리는 ‘치매 서포터’교육을 하고 있거나, 매주 한 번씩 인근 치매 주민들을 대상으로‘슬로쇼핑 데이’를 열고 있다. 하네다 공항의 경우에도 2022년부터 치매 환자들의 여행을 돕는 ‘해바라기 지원 스트립’을 운영 중이다. 일본에서는 이처럼 치매 고객을 위한 기업들의 변화가 확산되고 있다.

한편, 일본 경제산업성은 치매 환자들과 제품개발을 원하는 기업을 연결해주고, 제품개발 과정 전반을 지원하는 ‘오렌지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2019년부터 진행 중이다. 일본의 치매 정책은 예방 차원을 넘어 공존(共存)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사례로서, 치매 환자를 종업원으로 고용하여 주문이 틀려도 이해해 주는‘지바루식당’, 전체 직원 14명 중 10명이 치매 환자인 ‘언제든 꿈을’이라는 목공소, 일하고 싶은 치매 환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노인 데이케어센터 등등이 있다. 최근 경증 치매를 앓는 노인을 적극적으로 고용하는 식당, 카페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이러한 치매 대응 관련 움직임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우리나라 경우 치매에 걸렸다면 진행을 늦추는 약을 먹거나 인지훈련을 받는 수준이다. 이후 치매가 계속 진행되면 주간보호시설을 이용하거나 요양시설에서 생활하는 하면서 간호 내지 돌봄과 단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치매와 공생하는 사회에서는 치매를 예방하는 사업과 치매를 수용하는 사회환경을 만드는 사업이 존재한다. 첫째, 치매와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전체가 치매 노인과의 공존이 매우 중요하다. 지자체 차원에서의 치매 인식 개선사업이 급선무라 할 수 있다. 둘째, 지역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청된다. 셋째, 사회복지기관들도 지역사회 자원들과 연대·공존하는 치매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대구 지역사회도 치매와 공존하는 마을만들기 사업을 해봅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