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함께 대응할 수 있어 감사”
“사건사고 함께 대응할 수 있어 감사”
  • 류예지
  • 승인 2024.03.0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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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임 서부소방 여성의소대장
한 달에 한 번 봉사…올 20년째
화재 진압 등 소방 업무 보조
김밥 등 음식 마련·현장 배식
“가장 큰 목표는 안전한 사회”
서부소방서-의용소방대장-박종임
박종임 대구서부소방서 여성의용소방대장.
“아들 같기도 하고 남편 같기도 하고…현장에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좋겠어요”

지난해 6월 발생한 대구 서구 중리동 재활용공장 화재는 소방동원령 1호와 대응 3단계가 발령될 정도의 큰불이 9시간여 동안 지속됐다.

소방대원들이 긴 시간 방화복을 입고 화재진압을 하는 사이 현장 뒤편에서 남모르게 분주한 이들이 있었다. 어깨에 생수를 둘러메고 바삐 움직이는가 하면 한편에서 한 솥 가득 끓인 오뎅탕을 나눠주느라 여념이 없고 “고생많아요”라는 걱정어린 말도 빼놓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소방 봉사 단체인 서부소방서 의용소방대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서부소방서 의용소방대(의소대)는 30대부터 60대 중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대원 182명으로 구성됐다. 주민들이 자원봉사를 자처해 예방 캠페인과 화재 진압 등 소방 업무를 보조한다.

박종임(54) 여성의용소방대장은 “대응 1단계가 발령됐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빠르게 소집 가능한 대원들을 파악해 역할을 분담했다”며 “교통정리나 식사 준비 등 현장 투입까지 30분도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각종 화재를 다사다난하게 겪은 박 대장은 “말 뿐인 위로는 배가 부르지 않는다”며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기나 불, 물, 조리도구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뎅탕이나 컵라면, 김밥 등 빠르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을 마련해 현장 부스에서 배식을 진행한다.

중리동 화재 당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약 500명의 소방관의 끼니를 준비하기 위해 저녁 야식과 다음날 식사 등 총 4끼를 눈도 붙이지 못하고 준비했다고 한다. 식사 준비에 투입되는 비용도 모두 회비로 자체 해결했다.

올해로 20년째 의소대에서 활동 중인 박 대장은 자녀가 초등학교 1학년 시절 교과서에 ‘부모님이 참가 중인 봉사 단체’를 기재할 수 있도록 주변 엄마들의 정보를 입수해 의소대에 가입하게 됐다. 그는 “처음에는 뭔지도 모르고 들어와서 봉사를 했다. 근데 한달에 한 번 하는 그 봉사가 한 달을 버텨내게 했다”며 “이젠 우리집 냉동고에는 항상 썰어둔 파 5단이 들어 있다”며 웃음지었다.

의소대장으로서의 가장 큰 목표는 안전한 사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박 대장은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에서 소방 지식을 갖고 대응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며 “퇴임을 2년 앞두고 남는 건 ‘좋았다’는 기억뿐일 것 같다. 남은 기간 소방관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류예지기자 r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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