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봉사…올 20년째
화재 진압 등 소방 업무 보조
김밥 등 음식 마련·현장 배식
“가장 큰 목표는 안전한 사회”
지난해 6월 발생한 대구 서구 중리동 재활용공장 화재는 소방동원령 1호와 대응 3단계가 발령될 정도의 큰불이 9시간여 동안 지속됐다.
소방대원들이 긴 시간 방화복을 입고 화재진압을 하는 사이 현장 뒤편에서 남모르게 분주한 이들이 있었다. 어깨에 생수를 둘러메고 바삐 움직이는가 하면 한편에서 한 솥 가득 끓인 오뎅탕을 나눠주느라 여념이 없고 “고생많아요”라는 걱정어린 말도 빼놓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소방 봉사 단체인 서부소방서 의용소방대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서부소방서 의용소방대(의소대)는 30대부터 60대 중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대원 182명으로 구성됐다. 주민들이 자원봉사를 자처해 예방 캠페인과 화재 진압 등 소방 업무를 보조한다.
박종임(54) 여성의용소방대장은 “대응 1단계가 발령됐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빠르게 소집 가능한 대원들을 파악해 역할을 분담했다”며 “교통정리나 식사 준비 등 현장 투입까지 30분도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각종 화재를 다사다난하게 겪은 박 대장은 “말 뿐인 위로는 배가 부르지 않는다”며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기나 불, 물, 조리도구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뎅탕이나 컵라면, 김밥 등 빠르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을 마련해 현장 부스에서 배식을 진행한다.
중리동 화재 당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약 500명의 소방관의 끼니를 준비하기 위해 저녁 야식과 다음날 식사 등 총 4끼를 눈도 붙이지 못하고 준비했다고 한다. 식사 준비에 투입되는 비용도 모두 회비로 자체 해결했다.
올해로 20년째 의소대에서 활동 중인 박 대장은 자녀가 초등학교 1학년 시절 교과서에 ‘부모님이 참가 중인 봉사 단체’를 기재할 수 있도록 주변 엄마들의 정보를 입수해 의소대에 가입하게 됐다. 그는 “처음에는 뭔지도 모르고 들어와서 봉사를 했다. 근데 한달에 한 번 하는 그 봉사가 한 달을 버텨내게 했다”며 “이젠 우리집 냉동고에는 항상 썰어둔 파 5단이 들어 있다”며 웃음지었다.
의소대장으로서의 가장 큰 목표는 안전한 사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박 대장은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에서 소방 지식을 갖고 대응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며 “퇴임을 2년 앞두고 남는 건 ‘좋았다’는 기억뿐일 것 같다. 남은 기간 소방관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류예지기자 ryj@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