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작가 에르덴 어치르 개인전…갤러리 모나 14일까지
몽골작가 에르덴 어치르 개인전…갤러리 모나 14일까지
  • 황인옥
  • 승인 2024.03.1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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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의 원천은 변화무쌍한 몽골의 자연 변화”
대초원·생활양식 등 그림 소재
생명체들 삶은 둘이 아닌 하나
풍경 좋은 기운 색으로 시각화
한몽 현대미술전 초대전 ‘호평’
Festival1
에르덴 어치르 작

인간이 지구에서 주인 행세를 한 역사는 짧지 않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명징한 진리를 망각한 채 “인간의 위대함은 끝이 없을 것”이라는 교만의 역사를 거쳐 왔다. 수많은 과학기술들로 자연 극복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고, 많은 부분 성공적으로 임수를 완수한 듯 보인다. 그러나 결국 인간의 오만함은 자연의 역습을 받고 있고, 인간의 미래는 환경파괴에 따른 부작용으로 마냥 분홍빛일 수 없게 됐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망각한 채 자연을 파괴해 온 대가가 당장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일 갤러리 모나에서 개인전 ‘바람의 노래’를 시작한 몽골 작가 에르덴 어치르에게 몽골의 광활한 자연은 그의 예술세계의 정점에 위치한다. 광대한 초원, 무한한 사막, 장엄한 산맥이 공존하는 독특한 자연을 자랑하는 몽고의 지리적인 특징 중에서 특히 광대하고 평탄한 초원은 그의 예술적인 감성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는 기름진 목초지를 따라 이동하며 살아가는 전통 유목민의 삶과 몽골의 초원을 그림으로 그린다. 인간이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며 소소한 행복에 만족했던 순수를 몽골의 초원으로 녹여내고 있다.

그림의 대상은 몽골의 자연과 전통 생활 방식들이다. 몽골 대초원의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을 주로 표현하거나 말을 타고 양을 모는 유목민의 모습이나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여인 등 유목민들의 전통 생활양식이 그림의 소재가 된다. 그러나 원칙하나는 세워두고 있다. “나쁜 기운은 배제하고 좋은 기운만 담아내자”는 것이다.

“동물이나 인간 모두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좋지 못한 것도 있겠지만 나는 좋은 면만 모읍니다.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긍정의 기운이기 때문입니다.”

몽골의 자연과 전통 생활 방식이 관심사지만 그는 도시 남자다. 울란바토르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시에서 살아간다. 30여년간 전업작가로 활동하며 베이징국제비엔날레에 초대된 몽골을 대표하는 작가로 살아왔다. 한국, 몽골, 중국, 일본,러시아 등에서 전시를 열었고, 2011몽골예술가 리더 어워즈, 2013몽골문화훈장을 수상했다. 2023경기도 양평미술관에서 한몽현대미술전에도 초대되어 호평을 받기도 했다.

도시인인 그가 몽골의 유목적인 삶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 것은 전통과 순수에 대한 갈증과 맞닿아 있다. 그의 화폭에서 어둡고 무거운 사회상을 발견할 수 없는 것은 순수에 대한 표현에 따른 것이다. 그는 몽골의 순수한 자연과 때 묻지 않은 몽골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다. 그에게 몽골 유목민의 삶은 ‘순수’의 상징처럼 다가온다. 나와 타자, 인간과 자연이 둘이 아닌 하나로 작동하는 상태는 그가 바라보는 순수의 모습이다.

그는 자신의 회화를 “우리 모두가 함께 상생하고 생명체들의 삶이 둘이 아닌 하나가 되어 유기적 혼성으로 소통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간이 나면 유목민의 삶의 터전인 초원을 찾아 나선다. 아름다운 몽골의 초원과 유목민의 순수한 삶을 눈과 마음에 담는다. 특히 그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는 것은 변화무쌍한 몽골 초원의 자연변화다. “순간순간 다양하게 변화하는 날씨의 변화나 자연의 흐름이 제게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표현방식에서 구상과 비구상을 넘나든다. 초원에 생기를 불어넣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양을 몰기 위해 장정들이 말을 달리고 있는 모습이나 드넒은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말의 모습들을 때로는 구상적으로, 어떤 때는 추상적으로 형상화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구상과 추상의 구분이 아니다. “좋은 기운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고, 순간의 감정을 가장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구상이나 비구상을 다채롭게 활용하고 있다.

몽골의 초원을 그렸지만 실제하는 풍경과는 거리가 있다. 눈으로 보고 가슴에 담았던 풍경을 때로는 재구성을 하기도 하고 해체 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의 상상력의 개입이 있다는 것. 풍경 속 그윽하거나 역동적인 기운들이 도드라지는 것은 상상력과 조우하며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허문 결과다.

색에서도 과감성을 추구한다. 한여름 초원은 녹색 중심으로 흐르고, 가을의 초원을 붉은 색들이 다채롭게 어우러진다. 그가 표현하고 싶은 좋은 기운들이 색을 통해 시각화되는 것이다. 그는 “몰골의 강한 햇빛이나 맑은 하늘, 초록 풀의 향기, 순수한 사람들을 색감으로 표현해서 사람들이 기운적으로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풍경에 대한 기운을 감정선으로 치환해 표현하는 작업 특성상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순간적으로 포착해 표현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는 “칠해 놓은 바탕에 감정이 일어날 때 순간적으로 그리고 있다”고 했다. “계획을 하기보다 순간적인 감정을 포착해서 최대한 빨리 그리는 방식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서 동양화의 일필취지가 떠올랐다. 서양의 물감과 방식으로 그리지만 근원에 동양의 정신과 방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그는 수묵으로 말 등의 소재를 드로잉하고 있다. 회화에서도 색과 함께 선적인 요소들이 도드라지는데 이 또한 선에 대한 전통 동양의 예술적인 감수성이 흡수돼 있다.

알타이와 실크로드의 땅으로서의 몽골의 자연을 환상의 색채로 표현한 회화 작품과 수묵 드로잉 25점을 소개하는 갤러니 모나 전시는 14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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