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석의 통상이야기] 신 무역장벽 ‘RE100’의 의미와 한국의 대응 현황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신 무역장벽 ‘RE100’의 의미와 한국의 대응 현황
  • 승인 2024.03.1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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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석 경일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거래 업체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생산한 제품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RE100’ 참여 여부가 국내 기업의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RE100’이란 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기업이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만 사용하겠다는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 캠페인이다. ‘RE100’은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와 다국적 비영리 단체인 ‘The Climate Group’ 주도로 2014년에 처음 시작됐다. 여기서 재생에너지는 석유와 같은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 풍력, 수력, 지열 등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의미하며, 원자력은 제외된다. ‘RE100’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은 자체 생산 재생에너지 전기만 이용하거나, 사용한 전력만큼 재생에너지 사업주와 계약을 맺고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야 한다.

2017년과 2018년에 이미 ‘RE100’을 달성한 구글과 애플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동참 압박이 거세지면서 ‘RE100’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등장하고 있다. 애플의 경우 자사 제품의 모든 부품 공급자로부터 ‘RE100’ 이행 서약을 받고 있으며, 2021년 6월 기준 71개의 애플 부품 공급사들이 ‘RE100’ 참여를 공표했다. 최근 ‘RE100’에 가입하는 글로벌 기업의 수가 급증하여 2024년 3월 6일 현재 428개이며, 국내 기업은 현대차, 삼성전자, SK그룹, 네이버 등 36개 기업이 가입했다. 기업이 ‘RE100’에 가입하는 것은 시급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기후 위기 시대에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못하면, 수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소비자가 온실가스 대량 배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글로벌 투자기관도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확대를 비롯한 기업의 기후 위기 대응 성적을 투자에 중요한 요소로 포함시키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의 ‘RE100’ 가입은 경쟁력 강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에도 큰 의미를 지니게 된다.

기업이 ‘RE100’에 가입하려면 연간 전력 소비량이 100GWh 이상이거나 포춘(Fortune) 1,000대 기업에 포함되어야 한다. ‘RE100’에 참여하는 기업은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삼되 연도별 목표는 기업의 자율성에 맡기고 있다. 단, 2030년 60%, 2040년 90% 이상의 실적을 달성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목표 달성은 ‘RE100’에 가입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며, 이미 ‘RE100’ 회원사들의 평균 ‘RE100’ 달성 목표는 2030년이다. 우리나라의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가 30%인 것과 비교해 보면, 우리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글로벌 재생에너지 확대 경쟁에서 매우 뒤처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실질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으나, 현재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8∼9%에 불과한 국내 기업들로서는 도달하기 쉽지 않은 목표이다. 앞으로 ‘RE100’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은 특히 미국이나 EU로의 수출 길이 막히거나, 재생에너지 공급이 원활한 해외로 공장을 이전해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정부도 재생에너지 공급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정부도 최근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인센티브와 페널티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1년 5월 28일 ‘한국 RE100협의체’(‘한국형 RE100’)를 발족하여 수출 기업들의 탄소중립과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돕고 있다. ‘한국형 RE100’은 2050년까지 100% 이행, 2030년 60%, 2040년 90%의 이행 목표 설정을 권고하고 있다. 가입 대상은 연간 전력 소비량과 관계없이 중소, 중견기업, 공공기관, 지자체 등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2023년 말 기준 ‘한국형 RE100’에 가입한 한국 기업은 SK그룹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네이버 등 총 443개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녹색프리미엄제도(한전으로부터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만 따로 구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재생에너지 공급자와의 직접 전력 거래계약(PPA), 자체 건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경기도는 국내 처음으로 경기도 내 산업단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여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협력사업인 ‘경기 RE100 산업단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 달성,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을 목표로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게 된다. 총 4조 원 규모를 투자하여 2026년까지 경기도 내 50개 산단에 태양광 2.8GW를 보급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경기도는 대한민국 ‘RE100’을 선도하고 있으며, 기업들의 탄소중립과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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