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 태워 날라서 치료하겠다니…
[사설]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 태워 날라서 치료하겠다니…
  • 승인 2024.03.1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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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연일 정치권에서 막말로 인하여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생명을 가운데 두고 의료계와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이 또 하나의 논란을 야기시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의대증원과 관련하여 정부와 의료계가 극단적인 대치를 하고 있는 가운데,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이 방송에 출연하여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의료계의 반발에 대해 “먼저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현장을 떠나고, 그다음에 교수들이 제자들 건드리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하는 등 그 일련의 과정이 과거 2000년 의학 분업, 2014년 원격의료에 대한 파업, 2020년 의대 증원 파업 때와 모든 절차와 순서가 너무나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극복을 해내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이와 함께 “모든 의사가 다 현장을 떠나버려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국민의 생명을 지킬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의사가 하나도 현장에 남아 있지 않는다면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태워 날라서 치료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전세기를 통해 환자를 태워 날라서라도 치료하겠다’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는 말을 한 사람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될 여지가 있다. 우리나라 최고 지성인들인 의사들이 그들 직역에 위협이 된다하더라도 한명도 현장에 남아 있지 않는 일은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고, 일어나지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전세기를 태워서라도 치료를 하겠다니 도대체 어디로 가서 치료하겠다는 말인가?

아무리 정책담당자로서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천명하는 말이라고 해도 이는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할 수 있는 말이지 정책담당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실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인인 정책담당자의 말이 사인인 일반 국민들 사이에 하는 말과는 다른 이유는 정책담당자의 말은 국가의 정책방향을 언급하는 것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와 직결되기 때문에 지키지 못했을 경우 사회적 비난과 함께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의대증원과 관련해 정부의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높아 정부의 추진동력은 충분하지만,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화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야말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는 자칫 실언 하나가 사태의 본질을 뒤로 한 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모한 것을 수없이 경험했다. 정책담당자로서 보다 신중한 표현이 필요하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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