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만필] 의대증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천자만필] 의대증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 승인 2024.03.1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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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준엽 시사유튜버(대한민국 청아대)
정부가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을 발표하고 한 달째 의협과 대치하고 있지만 협상의 실마리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2천명이란 숫자는 현재 의대정원의 65%나 증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각에선 협상을 위한 ‘약속대련’이란 말이 초반에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2일 한덕수 총리는 국회에서 “의대 정원이라는 것은 협상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아무 출구가 없는 상황에서 전공의들은 집단 사직했고 의료현장의 혼란은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또한 전국 의대 교수들은 오는 25일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기 때문에 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 이쯤에서 의대 증원 2천명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인지 살펴보자. 한 언론사의 취재에 따르면 현재 입학 정원의 2배 이상 증원을 신청한 충북대와 부산대 의대에선 “의대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현장 목소리가 나왔다. 실습용 시신 확보를 포함해 교수와 실습시설 등 인프라를 단기간에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말이다. 정책의 긍·부정 효과를 떠나 불가능한 정책을 어떻게 시행한다는 말인가?

지난해 잼버리 사태 때 정부가 보여준 모습이 어땠나? 계획한 대로 실행 불가능하다면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잼버리 사태로 국가의 위상이 바닥을 쳤다.

현재 의대정원 정책으로 세계의사회가 한국 정부에 “강압적 조치 중단하라”는 쓴소리까지 했다. 이제는 전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일이 커져 버렸다.

의대정원을 늘리냐 늘리지 않냐의 문제보다 우리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이 사태의 본질이 된 것이다.

그런데 18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증원을 단계적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다”면서도 “오랜 시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졌다면 좋(았)겠지만,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역대 정부들이 엄두를 내지 못해 너무 늦어버렸다. 매번 이런 진통을 겪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협상의 가능성을 한 총리에 이어 다시 한번 윤 대통령이 직접 선을 그은 셈이다. 상황이 이러해서 이번 의료대란의 파장이 혹시나 어떤 재난을 불러올지 걱정이다.

국민은 싸움 구경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 해결을 원한다. 그리고 그 해결능력에 대한 평가는 이번 총선 선택의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밑 빠진 독엔 물을 붓기 전에 밑을 수리해야 한다. 의대증원 문제의 ‘밑 수리’는 바로 ‘협상을 위한 대화’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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