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 김소향 ㈜맘쓰랩 대표...엄마들 ‘집단모성’ 발휘, 돌봄·커리어 선순환 구조 만든다
[나는 청년입니다] 김소향 ㈜맘쓰랩 대표...엄마들 ‘집단모성’ 발휘, 돌봄·커리어 선순환 구조 만든다
  • 윤덕우
  • 승인 2024.03.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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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카페 ‘마마플레이트’ 운영
웰컴키즈·웰컴펫·베리어프리존
로컬 재료 이용해서 음식 판매
 
김소향1
행정안전부와 대구광역시의 대구지역문제해결플랫폼 프로그램 종료후 마마플레이트에서 기념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 경력보유 여성들. 사진 맨 앞 오른쪽이 김소향 대표.

△요즘 엄마들이 말하는 ‘일하고 싶어요’의 의미

10년 주기로 변한다는 강산의 변화 주기설이 최근에는 5년 주기로 단축되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 올 만큼 사회적 관계 및 가치관 다양화의 변화 속도는 정말 빨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엄마’의 존재이다. ‘엄마’라는 단어의 의미는 단순한 호칭을 넘어선다. 이 단어 하나에는 사랑, 보호, 안정감, 희생, 인내, 끊임없는 지지와 같은 여러 가치가 내포되어 있다.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엄마’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깊이는 특별하고 소중하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라는 역할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모성의 숭고함과 그 무게는 어느 정도 직감할 수 있다. 이 모성 자체를 사회적으로 강요하고 억압한다면 모성의 본질적 가치는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 사회는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필자가 느끼는 가장 큰 아이러니는 무게중심 없는 저출생 정책이다. 심플한 답을 찾아 예산을 몰빵 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문제 상황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다양한 해결책을 정책적으로 고민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늘봄학교’이다. 이 정책은 맞벌이 가정 등의 돌봄 공백을 메꿔줄 대안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정책에서는 ‘일하고 싶어요’라는 요즘 엄마들의 외침에 ‘실컷 일해라’라고 답하고, ‘일할 수 있게 해 줬는데 뭐가 또 문제라는 거야?’라고 되묻는 것 같은 답답이 느껴진다. 요즘 엄마들이 말하는 ‘일하고 싶어요’의 의미 속에는 개인의 성장과 엄마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잘 해내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게 담겨 있다. 그런데 지금의 정책에는 모성의 숭고함과 그 가치를 존중하는 내용이 어디에도 없다. 다시 말해, 요즘 엄마들의 삶과 현실의 정책은 조화롭지 않은 엇박자이다. 이런 엇박자를 바라보고 있는 청년세대가 자녀 양육을 선망하거나 희망하기를 바라는 것 또한 엇박자가 아닐까?

 

커리어 살린 ‘엄마학교’ 운영
지역 경력직 여성 강사 섭외
경험 기반 다양한 정보 제공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엄마학교’ 운영

지금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라고 본다. 이 문제는 핵가족화를 넘어 1인 가정이 확대되고 있는 사회문화적 현상에서 답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과거 대가족사회에서 아이의 돌봄 문제는 지금처럼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가족과 이웃 등 온 마을이 함께 아이를 길러냈기 때문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나이지리아의 속담에서 처럼 말이다.

대구 수성구에서 만난 김소향 대표((주)맘쓰랩)는 2016년부터 육아 및 돌봄 노하우, 경력관리 노하우 등을 직접 공유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지역기반 온·오프라인 플랫폼 ‘마마플레이트(mamaplate)’를 8년째 운영해 오고 있었다. 특징적인 점은 영리 목적의 온라인 맘카페와는 격이 다른 가치와 비전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지역공동체를 현대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실천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 또한 정말 특별했다.

“저출생 문제를 꼬집으며 지방, 국가소멸 등의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저출생 문제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사회구성원 한 명 한 명이 행복하다면 저출생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위기를 강조하다 보면 밝은 내일을 상상하기 어려워집니다. 위기를 강조하며 아이를 낳고 키우라는 것은 모순이죠. 오늘을 살아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함께 행복한 내일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아이를 낳지 않을까요?”

㈜맘쓰랩에서 운영하고 있는 마마플레이트는 작은 가게 규모에 비해 일하는 종업원이 정말 많은 베이커리 카페이다. 대부분 손님으로 인연이 되어 직원이 된 케이스이다. ‘웰컴키즈존’과 ‘웰컴펫’, ‘베리어프리(barrier-free)’로 운영하고 있어 꼬마 손님들도 종종 목격된다. 단순히 엄마를 따라온 고객이 아닌 직접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다. 카페라는 느낌보다는 동네 사랑방과 같은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이런 사랑방이 대구에서도 비싼 땅값을 자랑하는 곳에 위치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곳에서 파는 음식들 모두 지역에서 자란 로컬푸드로 만든 건강한 음식이었다는 점이었다. 그야말로 요즘 엄마들에게는 현대 버전의 사랑방 그 자체의 공간이었다.

“대학 졸업 후 결혼하고 첫째 아이를 출산했던 그때까지만 해도 유명 언론사의 기자로서 빛나는 명함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힘듦이 뭔지도 모르게 바쁘게만 살았던 것 같아요. 둘째가 생기면서 11년 기자 생활의 마침표를 찍게 됐죠. 이후 시댁이 있는 대구에 정착하게 됐어요. 대구에 와서 처음에는 직장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죠. 그런데 현실은 진짜 냉혹했어요. 일할 곳이 마땅치 않았거든요. 그래서 창업을 하게 됐죠. 저도 엄마니까 ‘노키즈 존’이 아닌 ‘웰컴 키즈 존’을 운영하게 됐고, 내 아이를 먹인다는 마음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했죠. 이런 진심이 지역 엄마들과 허물없이 소통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어줬고, 엄마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시간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2019년 운영하기 시작한 마마플레이트는 개업과 동시에 지역 엄마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때 김 대표는 지역 여성들의 ‘심리적 안정’과 ‘가족 돌봄’, ‘커리어 코칭’을 키워드로 엄마들의 학교를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엄마학교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경험하고 있는 고충을 서로 이해하고 격려해 줄 수 있는 동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2023년 7~8월 대구스테이션센터에서 개최된 경력보유여성 재도전 프로젝트 프로그램의 참여자들.
2023년 7~8월 대구스테이션센터에서 개최된 경력보유여성 재도전 프로젝트 프로그램의 참여자들.

 

커리어+엄마 역할=새 전략 고민
지역 공동체의 실천 방안 모색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

△경력보유 여성(엄마)들의 ‘커리어’를 강조한 지역 커뮤니티

‘엄마학교’의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엄마학교에는 다양한 서사가 쌓이게 됐다. 특히 대화 수업을 진행하는 ‘지현주 강사(아들 엄마)’ 등 전문성 있는 강사진의 섭외는 대구경북 지역 경력보유 여성들을 결집시키고 연대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커뮤니티 내 요즘 엄마들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겐 참고자료가 되었고, 누군가에겐 다시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도 했다.

“시대가 빨리 변하기 때문에 요즘 엄마들에게는 반보 정도의 先경험이 현실적인 찐 정보로 인식됐었던 것 같아요. 엄마들 각자가 다양한 배경과 상황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이를 양육하면서 느끼는 고충은 비슷하거든요.”

김 대표는 자신의 경험과 사례가 페르소나 그 자체였다고 설명했다. “학창 시절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갔고,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해서 직장인으로서 경력을 쌓았다고 해도 아이를 낳고 경력이 단절되는 순간부터는 사회로부터 멀어지게 되는게 수순인 것 같아요.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맞춤형 취·창업 서비스가 없고, 여성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는 최저임금의 일자리에 포커싱 된 프로그램들 속에서 여성의 생애주기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적 괴리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죠. 이런 제 이야기 자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면서 다양한 서사가 쌓이게 됐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커리어’를 강조한 지역의 커뮤니티로서 역할을 하게 된 거죠.”

지역의 여성들은 맘쓰랩을 통해 ‘요즘 엄마로서 가족의 행복과 자신의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한다’고 김대표는 설명했다. “주로 이전의 커리어와 현재의 상황을 연결시켜 또 다른 커리어를 만들어내고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원하더라고요. 단순한 정보의 제공이나 습득이 아닌 나만의 케이스를 누군가와 함께 연구하길 바라는 거죠. 누군가와 함께 연구하다 보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나의 역할과 해야 할 일들이 지역사회에서 만들어지기도 하거든요.”

어려운 소셜벤처의 여정이지만 그럼에도 고무적인 일은 최근에 지역 지자체에서도 맘쓰랩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인구감소대응을 위한 해결책을 맘쓰랩의 사례에서 찾아 인구감소대응기본계획과 여성정책과 연계된 여성 창업,취업 정책과 돌봄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과 자문을 하고 있다며 그간의 결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방 소멸 등 공포 조장 회의적
사회구성원 행복 초점 맞추면
저출생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

△ 지향점은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 서로 다른 주체의 협업)’

김소향 대표와 대구경북 지역의 요즘 엄마들이 찾아낸 지역 문제는 다양했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요구되는 역할 또한 다양했다. 혼자 고민했던 시간들은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막막함을 가져다주었지만, 함께한 고민의 시간들은 한 줄기 빛으로 다가왔다. 자녀돌봄 문제를 해소 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았으며, 개개인의 커리어 강화 방안에 대한 해결책도 찾을 수 있었다. 돌봄은 엄마들의 연대로 공동육아 방법을 강구하게 했고, 커리어 강화는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통한 상호 활동내용의 강화에서 답을 찾게 했다. 이 과정에서 마을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와 일자리 창출 모델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내 아이는 내가 키우고 싶은 게 당연한 거잖아요. 내 아이를 당연히 내가 키우면서도 스스로의 삶에 정성을 다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제공된다면, 저출생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맘쓰랩 김소향 대표가 마마플레이트에서 쏘아 올린 작은 희망의 불꽃은 아동 및 청소년, 노인, 싱글맘, 발달장애인을 우리 이웃으로 인식케 하고, 그 안에서 경력보유 여성의 커리어가 강화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선순환구조는 수성구 범어 다함께 돌봄센터를 비롯하여 지역 자활센터, 시니어클럽의 역할이 지역사회에서 더욱 견고해질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김소향 대표가 쏘아 올린 작은 희망의 불꽃은 요즘 엄마들의 마음과 마음, 저마다의 레퍼런스 공유를 통해 지역 구성원의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선한 영향력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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