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회복적 경찰 활동
[대구논단] 회복적 경찰 활동
  • 승인 2024.03.2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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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균 대구시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경찰은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자를 진압·체포하고, 수사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경찰은 지역사회에서 갈등과 분쟁 또는 범죄가 발생했을 때, 범죄자와 피해자가 함께 하는 회복적 대화모임을 통해서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 등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지원함으로써 지역사회를 안전하게 지켜나가는 경찰활동을 수행한다. 이러한 활동을 ‘회복적 경찰 활동’이라고 한다. 실제로 형사처벌에만 집중하면 피해자가 사법절차에서 소외되거나 가해자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을 기회를 상실하고,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로 인식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비판에서 나온 개념이다.

영국이나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회복적 경찰활동을 오래 전부터 운영하였다.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해 경찰의 범죄자 검거 중심의 경찰활동은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이해 당사자간 대화를 통해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회복적 실천방식을 구현한 것이다.

회복적 경찰활동은 보통 가해자와 피해자, 이해 관계자가 참여하는 ‘회복적 대화 모임’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경찰청에서는 2019년 ‘회복적 경찰활동’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이를 토대로 2021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보통 경찰에 신고 되는 학교폭력 사건 중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간에 화해를 통해 형사재판 절차를 밟지 않고, 해결될 수 있는 경미한 사건들이 많다. 이런 경우에도 학교폭력 발생 초기에는 분노가 폭발해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안이 경미하고 피해가 중하지 않은 경우에 ‘회복적 대화모임’을 통해 서로의 갈등과 오해를 해소함으로써 용서와 화해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형사재판 절차를 진행하여 처벌하는 것보다 사건 이후에 악감정을 해소하고, 상호 관계를 회복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아울러 처벌에 따른 낙인효과도 예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보통 자녀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경찰에 입건된 경우, 학부모는 학교전담경찰관에게 ‘회복적 대화모임’을 개최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학교전담경찰관은 학교폭력 양측 당사자의 참여 의사를 확인한 후 모두 동의하는 경우에 회복적 대화모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이 절차는 강제적이지 않다. 가해자와 피해자 양측의 동의와 참여 의사에 따라 실시하는 것이다.

‘회복적 대화모임’에 참여하는 학교폭력 당사자들은 화해와 합의를 통해 고소를 철회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학교폭력이 발생한 경우에 사전에 가해자와 피해자 간 화해나 오해를 해소할 기회도 없이 사법 처리(형사처벌)를 했던 것에 비하면 한층 발전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가해자의 처벌 위주의 응보적 관점에서 벗어나 범죄피해자에 대한 피해복구와 재발 방지 등에 집중하는 ‘회복적 경찰활동’인 것이다.

편의점에서 5천원 상당의 물품을 훔친 중학생이 업주의 용서를 받아 처벌을 피했고, 여러 친구들에게 금품을 빼앗긴 학생이 6명 가해자의 진실된 사과를 듣고 트라우마를 극복하기도 했다. 또한 7년째 층간 소음으로 다투다 급기야 폭력 사태까지 벌인 이웃들도 서로 화해했다. 회복적 경찰활동 제도는 층간소음 뿐만 아니라 가정폭력, 협박, 절도, 학교폭력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차츰 그 영역이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건에 회복적 경찰 활동을 적용할 수는 없다. 흉악한 강력범죄나 가해자와의 대화가 오히려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성폭력 사건에 적용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검찰 단계에도 형사조정 제도 등 여러 제도가 있지만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전인 경찰 단계에서 대화를 매개로 해결책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회복적 경찰활동’이 갖는 의미는 크다. 경찰은 재범률을 낮추는 것은 물론 사법기관을 통한 분쟁 해결과 비교해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교와 이웃, 가정과 직장 등 지역공동체에서 갈등이나 범죄가 발생한 경우에 회복적 경찰 활동은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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