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친구 집 얹혀살던 고2에 새 보금자리 제공
서구, 친구 집 얹혀살던 고2에 새 보금자리 제공
  • 류예지
  • 승인 2024.03.2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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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밀리고 아버지 연락안돼
친구 집 전전하며 아르바이트
복지관·가족센터와 회의 열어
보증금 없는 집 마련·생필품 지원
재민 군 “지금까지 받은 것 많아
이제 내가 돌려드릴 차례” 감사
집을 잃고 친구 집에 얹혀살며 힘든 시간을 보내온 고등학생에게 대구 서구청 직원들이 희망을 전달해 감동을 주고 있다.

대구 서구 비산동에 사는 고등학교 2학년 재민(가명) 군은 21일 기자에게 “월세는 밀리고 아빠는 연락이 안돼 집 구하기 전까지 친구 집을 전전했다”며 당시 힘들었던 상황을 덤덤하게 얘기했다.

재민 군의 아버지는 지난해 오래 근무했던 직장의 사장이 바뀌면서 실직한 후 좌절에 빠져 집을 나가 연락이 두절됐고 어린시절 이혼한 어머니도 새 가정을 꾸리고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재민 군은 부모가 없는 힘든 시기에 몇 개월을 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텼다.

당시 아버지의 휴대전화를 쓰고 있던 탓에 연락처도 모른 채 그저 하염없이 아버지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10월께 아버지로부터 “방을 빼야 한다”는 전화를 받게 됐다.

당시 살던 집은 아버지가 근무하던 회사의 기숙사였다. 보호자도, 생활비도, 이사 갈 보증금도 없어 홀로 기숙사에 살던 재민군은 월세가 밀려 쫓겨나게 됐다.

하루 아침에 잠 잘 곳을 잃은 재민 군은 친구의 도움으로 더부살이를 시작했다. 사정을 들은 친구의 조부모님도 식사부터 세탁까지 재민 군을 살뜰하게 챙겼다.

이같은 사정은 재민 군을 걱정하던 주변 이웃들의 요청으로 구청에 알려졌다. 구청 직원은 재민 군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아빠는 연락이 없고 도와줄 가족도 아무도 없다”고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전했다.

구청 직원들은 보호자 부재로 안전 문제와 퇴거 위기, 생활고 등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동 행정복지센터와 서구제일종합사회복지관, 서구가족센터와 긴급 회의를 열었다. 이후 구청 희망복지지원단에서 재민 군을 고난도 사례관리 대상자로 선정해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재민 군이 ‘기초수급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아버지를 찾는 게 급선무였다. 연락처도 주소도 없는 탓에 전 주소지 집주인과 만나며 수소문한 끝에 겨우 아버지를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재민 군 아버지는 몸무게가 42㎏에 불과할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극단 선택까지 생각하던 그를 설득하기 위해 주거부터 일자리까지 전반적인 상담을 진행했다.

부자가 함께 살 수 있도록 보증금이 없는 집도 마련했다. 지역 단체와 통장님이 집주인을 설득하고 긴급복지지원으로 생계비와 가전제품, 식료품도 지원했다. 후원단체인 ‘지파운데이션’에서는 체납된 건강보험료와 교육비로 350만원을 지원했다.

재민 군은 현재 ‘국악’의 꿈을 품고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을 포기하고 있던 재민 군에게 사회의 따뜻한 보살핌이 인생의 ‘제2막’을 열어준 희망의 열쇠가 된 것이다.

재민 군은 “이제 편하게 잘 수 있고 공부할 수 있는 내 방도 생겼다. 아버지와도 둘이서 보내지 못했던 시간을 다 보내고 싶다”며 “18년 동안 너무 많은 것을 받았다. 지금까지 받은 게 많으니 이제 내가 돌려드릴 차례”라며 감사해 했다.

류예지기자 r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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