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살기 위한 나무의 몸부림…“이렇게 멋지게 자랐구나”
[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살기 위한 나무의 몸부림…“이렇게 멋지게 자랐구나”
  • 채영택
  • 승인 2024.03.2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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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맞이하는 소소한 일상
독특한 나무
큰 나무에 가려진 나무 한 그루
용이 나는 듯한 특이한 형태
살아남으려 몸부림 친 결과
오늘날 이르러 멋진 모습 가져
능소화와 나무
산 정상 나무 한그루 자르려다
나무 타고 자라는 능소화 발견
한몸 되어 오래오래 살아갈 운명
사진2
오랜 세월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다 보니 소나무가 마치 하늘을 나는 용의 모양으로 자랐다.
 
사진3
함께 살아가는 능소화와 소나무.

◇봄에 걸리는 나무 병

봄에 걸리는 나무 병은 나무가 겪는 병이 아니다. 봄만 되면 나무들을 많이 사서 심는 글쓴이가 걸리는 병이다.

나무를 심는 것은 힘들지만 희망을 심는 것이다. 그래서 내년엔 나무들을 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봄이 와서 나무 시장에 가게 되면 또 나무들을 사게 된다.

올해는 무화과 2그루, 블루베리 2그루, 키위 2그루, 체리 3그루, 포도나무 14그루, 그리고 작은 화분에 심겨진 패랭이도 10개나 샀다. 또 감나무들 3그루와 대추나무도 5그루나 샀다.

함께 나무시장에 간 초등학교 후배가 말했다. 다이소에 가서 보기만 하면 물건을 막 사듯이 나무들을 사게 된다고. 나만이 예외는 아니것 같다. 얼마나 샀나 계산을 해보니 어이구~ 30여 만원 어치나 됐다. 나무 병에 걸린 게 확실하다.

◇톡특한 나무 이야기

산의 나무 한 그루가 매우 독특하다. 용이 나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앞에 큰 나무가 있어 햇빛을 못 받은 줄기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몇 년을 고민하다가 할 수 없이 앞의 나무를 잘랐다. 잘려나간 그 나무를 볼 때마다 마음이 편하지 않다.

나무를 잘라 준 후배가 말했다. “앞의 나무 때문에 이렇게 멋진 나무가 되었네요.” 라고. 잠시 후 생각해보니 이 말이 이해가 되었다.

그렇다 뒤에 있는 나무는 햇빛을 피해 살아 볼려고 살아남으려고 하다 보니 사람의 눈에 독특하고 멋진 나무가 된 것이다. 자기 자신은 햇빛을 좀 더 보고 살아가기 위해 노력을 한 것이다. 그 노력의 결실이 오늘에 이르러 인간의 찬사를 받고 있다. 힘들게 자신을 만들어 우리 인간을 즐겁게 해주는 고마운 나무다.

독특하게 생긴 나무들을 보노라면, 나도 즐거우면서 타인을 즐겁게 해주고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함께 사는 나무 이야기

산의 정상에 있는 나무 한 그루를 자를까 하고 쳐다보니 굵은 능소화가 나무 위로 올라가 있었다. 그 나무를 벨 수가 없었다. 능소화와 같이 살아온 그 나무는 살아남은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몸을 감아 올라오는 능소화에게 그 나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뭐야 니가 뭔데 내 몸을 타고 올라와. 어서 내려가지 못해 하고 신경질을 부렸을 것 같다. 하지만 능소화는 내가 본래 그런 나무야. 나도 햇빛 좀 받고 살아보자. 너를 해치지 않을테니 같이 좀 살자 하고 부탁을 했을지도 모른다.

비 내리고 큰바람 불 때 능소화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숙명을 지닌 그 나무는 더 힘들었지도 모른다. 앙숙으로 지낸 지 여러 해 지났다.

어느 날 산 주인이 나타나 나무들을 자를려다 어? 여기 이 나무에 능소화가 이렇게나 굵게 되어 많이도 올라갔네 하고 감탄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능소화 때문에 그 나무를 베지 못하고 내려가 버렸다.

그렇게나 싫어하던 능소화 때문에 불평 불만으로 살아 온 버팀목 나무는 살아남았다. 불평 소리가 앞으로는 줄어들 것 같다. 두 나무는 한 몸이 되어 오래 오래 다정하게 살아갈 것 같다. 우리 인간의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 서로 좋게 생각하고 협동하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반곡지 축제 이야기

반곡지는 경산시 남산면에 있는 저수지다. 경북 경산시가 자랑하는 멋진 사진찍기 명소이다. 복숭아꽃 피는 4월에 그곳에 가면 복숭아나무들과 함께 아름드리 왕버들 나무들을 만나고 감탄한다.

작지만 아담한 이곳에 감명받아 나는 다음과 같이 축제를 생각해 보았다. 먼저 반곡지에 대한 주민의 이야기들을 듣는다. 반곡지가 주는 아름다움에 감사제를 지내고 반곡지의 날인 생일을 정해준다.

반곡지가 우리 인간에게 주는 기쁨을 반곡지에게도 주자. 반곡지를 즐겁게 하는 생각들을 생각하고 적어보자. 그리곤 퍼포먼스로 표현해보자. 나무 앞에서 와우~ 하는 감탄의 소리 지르기와 나무들을 위한 춤도 출 수 있을 것이다.

나무 철학, 나무 춤 추기, 시 낭송과 사진찍기 그리고 그림 그리기 등의 철학과 반곡지 인문학 그리고 예술과의 융합도 물론 가능할 것이다.

반곡지에 관심을 갖고 사랑하면 콘텐츠는 끝이 없다. 반곡지 명상과 요가도 ‘왜 안돼(why not)’하는 생각을 해본다. 반곡지에 대한 아이디어 근육은 생각할수록 더 강하게 만들어진다. 반곡지에서 아름다운 경치 구경은 당연할 것이다. 올 봄에는 그곳을 방문하여 반곡지에 살고있는 뭇 생명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아이디어와 행동을 실행하고자 한다. 반곡지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작은 축제도 해보고 싶다.

◇즐길만큼 해 이야기

고등학교 동기 한 명이 1만평 산을 사서 여러 해 동안에 걸쳐에 땅을 포크레인으로 다듬고 정리하고 목수국과 동백나무 등을 심어 정원을 만들었다. 그리곤 커피샵도 만들었다. 나는 그곳을 두 번 갔는데, 한번은 벤처농업을 하는 분들과 단체로 방문하였고, 한번은 1년 뒤 쯤 고등학교 동기와 갔다.

처음에는 토목공사도 하며 준비 중이었고, 두 번째는 커피샵이나 정원도 문을 열고 있지 않았다. 그 중간에는 그곳을 다녀간 방문객들이 멋진 곳이라고 평을 올린 글들을 블로거에서 보았다. 중간에 코로나19로 인해 손해가 많았을 것이라는 짐작도 하였다.

올 초에 그곳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하여 전화를 하니 휴업 중이라고 하였다.

양산시 원동의 매화축제 농장을 방문하여 많은 사람들이 큰 매화나무 아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아, 이렇게 해서도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돈도 버는구나 하는 멋진 경험을 하였다. 악조건이지만 낙동강과 기차가 지나가는 그곳에 핀 매화들이 너무도 멋졌다.

고향 우포늪의 마을 이름이 주매리라 매화나무들을 심었지만 여기저기 조금심어 표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진찍기에 좋은 화려한 색깔의 복숭아 나무들을 심었다. 작년 4월에 우포늪 근처 밭에 복숭아나무 60그루를 심었고 가식(假植)도 20그루하고 또 십여 그루는 양산시의 평산동 땅에도 심었다.

올해는 능소화들과 부들리아를 최대한 많이 심으려고 굳게 다짐했다. 대구시 수성구 망월지 부근 15년 된 능소화 그루의 크고 작은 새끼 능소화를 20여 그루 가져와 심었다. 그리고 나의 산 음지에 있는 능소화들을 옮겨서 능소화 100개는 심고자 한다. 또 지인들이 갖고 있는 능소화의 가지들을 잘라 꺾꽂이를 100개나 200개 하여 심고자 한다. 5월이 되어 능소화의 줄기들과 잎들이 자라나면 삽목하여 최대한 늘리고 능소화가 한국에서 가장 많이 피어있는 정원을 갖고자 한다.

성미가 급해 부들리아 줄기들을 2월에 40개를 삽목했다. 아직까지는 생각보다 강해서 녹색을 가진 친구들이 많다. 줄기들이 20cm 되는 부들리아들을 바구니에 담아놓고 심는 것을 잊어버려 2주 지나 보니 녹색을 띄고 있었다. 놀랍고 반가웠다. 한 달이 지난 지금 물을 갈아주고 잘 자라기를 바라고 있다.

나는 고교 동창 한 명에게 사계절 꽃이 피는 정원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하니 “쉽지 않을 텐데.” 하면서 만류하였다. 양산에 1만평 정원을 만든 동기에게 말하니 하지 마라고 했다. 자기가 그렇게 해보고는 걱정해 주는 말이기도 하다. 경북 청송군에서 사과 농사를 하는 귀농한 고교 동창에게 전화하니 그 친구가 말했다. “아이 취직하고 아내도 아직 취업 중인데 너무 힘들게 하지마라” 고 충고했다.

걱정해 주는 마음 고맙고 이해가 된다. 일을 하면서 힘들 땐 내가 무슨 짖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약 십년 전에 심은 수선화들이 봄이면 이렇게 이쁘게 피어나고 방문한 사람들이 놀라워하며 좋아할 땐 그 힘들었던 생각이 없어져 버리며 보람을 느낀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잘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고 또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리고 일을 하게 된 다음에는 글 쓸 거리가 생긴다. 일석이조 이상이다. 기분이 좋아지고 수선화를 보고 감동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기쁨도 함께한다.
 

 

노용호<경영학박사·한국생태관광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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