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외도外島
[좋은 시를 찾아서] 외도外島
  • 승인 2024.03.2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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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경 시인

외도를 꿈꾸는 사내

언제나 그날만을 생각하며 분기탱천해있다

이번에는 제대로 즐거움을 만끽하리라

그 부드럽고 쫀득한 살결들을 잊을 수 없다

어둑어둑, 밤의 테러분자 네온들이 활개 하는 저녁

사내는 외도에 젖어, 홀로 주점을 찾는다

다시 완벽한 외도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터였다

부들부들 떨리는 그 기억을 되새김질하며

아내는 깊게 깊게 잠이 들었고

살금살금 집을 빠져나와 줄기차게 새벽을 달려 찾아들었던

그 황홀한 출렁임을 넘어 끊임없이 탐닉했던

겨울 영등철* 격정적 뜨거움을

밤을 허물며 솟구쳐 오는 미명의 바다가 온몸을 휘감는다

두 손이 으스러지도록 부여잡았던 절정의 클라이막스를

되새김질하는 사내,

마구 출렁인다 다시금

그날의 흥분으로 속곳이 다 젖어든다

사내, 주말의 외도를 꿈꾸며 행복하다

◇배재경= 경북 경주 출생. 1994년 《문학지평》과 2003년 《시인》지로 작품 활동. 시집 『하늘에서 울다』, 『그는 그 방에서 천 년을 살았다』 외. 계간 ‘사이펀’ 발행인.

<해설> 같은 일을 매번 반복적으로 하다가 보면 외도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런 외도를 무슨 수로 막겠는가. 시 쓰는 일도 또한 외도다. 문청시절 대구의 동성로 시인다방을 중심으로 함께 시를 논하던 문우의 시를 지면으로 만나는 일은 감회가 새롭다. 나도 오랜 시간 낚시로 주말의 외도를 누렸는데 이 친구도 만만찮은 꾼임에 더더욱 반가운 것이다. 현재 부산을 중심으로 ‘사이펀’ 이라는 문예지를 발간하고 있는 시인은, 나름 문단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지역을 넘어 전국 문인들의 창작 의욕에 왕성한 힘을 보태고 있다. 외도라는 실제 지명을 지닌 남도의 섬을 데리고 와서 낚시의 여러 세밀한 동작을 비유하고, 꾼의 심리를 요모조모 출렁이며 나열하는 그의 원고지는 외도들 둘러싼 바다다. 아내는 깊게 깊게 잠이 들었고 살금살금 집을 빠져나와 줄기차게 새벽을 달려 찾아들었던 그 황홀한 출렁임이 외도에는 분명 있다는 것이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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