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시리얼 등 가공식품 저렴
전문가 “신선식품 섭취 감소 따라
질환 발생 커…적극적 정책 필요”
A씨는 “성장기인 아들을 잘 먹여야 하는데 병원비를 내기도 빠듯해 남은 돈으로 1주일에 한 번 정도 장을 보고 있다”며 “야채나 과일 가격이 너무 올라 엄두를 내기 어려워 그나마 시장에서 저렴한 배추를 묶음으로 구매하거나 흠이 있는 바나나 등을 사 온다. 고기도 아주 가끔씩만 먹는다”고 말했다.
과일·채소 가격이 치솟으면서 고물가에 더 큰 타격을 받는 저소득층의 영양 결핍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과일 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40.6% 올랐다. 이는 지난 1991년 9월 43.7% 오른 이후 32년여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채소 물가도 1년 새 12.2% 상승해 서민들의 부담을 키웠다.
과일 중에는 귤(78.1%), 사과(71%), 복숭아(63.2%), 배(61.1%), 채소 중에는 토마토(56.3%), 파(50.1%), 시금치(33.9%) 등 주로 소비되는 품목들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반면 가공식품 가격은 1.9% 오르는데 그쳐 대조를 보였다. 라면(-4.8), 시리얼(-3.8), 부침가루 (-3.6) 등 품목이 하락했으며 비교적 주식을 대체할 수 있는 품목들의 물가가 저렴해졌다.
지속되는 신선식품 물가 인상이 저소득층 식재료 구매 패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공식품 대신 신선식품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정책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0년 농식품 소비 통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과일·채소류, 우유류의 섭취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25% 가구의 과일류 섭취량은 일일 평균 135.9g에 불과했지만 상위 25%의 가구는 206.2g에 달해 1.5배 수준이었다. 소득 수준이 증가할수록 과일·채소류의 섭취량 증가폭이 컸다.
이영아 대구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신선식품의 가격 상승은 저소득층의 채소·과일 섭취량 감소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과일·채소의 섭취 감소는 비만, 심혈관계 등과 같은 다양한 질환 발생과 관련돼 반드시 적정한 섭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채소·과일 섭취량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국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현재 시행되는 농식품 바우처 사업으로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라며 “보다 많은 저소득층이 신선식품을 적정하게 섭취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수정기자 ksj1004@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