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예술회관, 배우 강석우 ‘가곡의 밤’…“가곡의 고향 대구서 창작곡 선보일 수 있어 기뻐”
대구문화예술회관, 배우 강석우 ‘가곡의 밤’…“가곡의 고향 대구서 창작곡 선보일 수 있어 기뻐”
  • 황인옥
  • 승인 2024.03.27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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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가곡 듣지 않는 시대 이어지면
한국 가곡 맥 끊어진다는 우려
부활 바라면서 가곡 작곡 시작”
CBS 라디오 생방송 도중
“날마다 우리 가곡 소개” 선언
고정 코너 만들고 창작 약속도
신곡 ‘이별의 시간’ 등 4곡 초연
강혜정 등 성악가 5명 목소리로
“대구가곡축제 열어 동력 확보”
222강석우
배우 강석우가 가곡 작곡을 하게 된 배경으로 “한국 가곡이 다시 불려지고 현대인들에게 쉼을 제공하는 것”을 언급했다.

강석우의 가곡(歌曲)을 들으면서 “너무 바쁘게 살았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 애틋하면서도 아련한 정서와 가슴을 적시는 선율들이 “조금은 느리게 살아도 괜찮다”며 다독이는 것만 같았다. 유튜브에 업로드 된 그가 작사·작곡한 가곡 ‘내 마음은 왈츠’에 “명곡 탄생!”, “푹 빠졌어요.”, “계속해서 듣게 돼요”, “작사·작곡 능력에 감탄 합니다” 등의 댓글 찬사가 쏟아진 데는, 그의 가곡이 전하는 쉼과 위로의 메시지에 있다.

유튜브에 업로드 된 그의 가곡들은 통합 100만뷰를 기록하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저 유명 배우의 작은 일탈이라고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묵직한 기록이다. 음악적 완성도에 가슴 깊숙한 곳에서 길어 올린 순수하고 아름다운 정서가 더해지면서 사람들의 마음에 위로를 건넨 결과다. 이는 그를 가곡 작곡가라는 또 하나의 수식어를 붙이게 만드는 이유다.

“대본보다 악보를 더 많이 본다”는 강석우가 가곡 작곡가로 돌아온다. 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 ‘배우 강석우와 함께하는 봄, 시를 노래하는 가곡의 밤’ 공연에 그가 작곡한 가곡과 ‘청산에 살리라’, ‘강 건너 봄이 오 듯’ 등의 우리가곡을 소개한다. 29일 오후 7시 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는 소프라노 강혜정, 김순영, 바리톤 송기창, 이응광, 이동환 등 5명의 성악가들이 무대를 달군다.

그가 처음으로 가곡을 작곡한 것은 2016년. 가곡 ‘그리움조차’가 신호탄이 됐다.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내한 공연장에서 본 가사집 속 ‘초췌한 이마’라는 문장으로 촉발한 감정들이 한 편의 가곡으로 탄생했다. 공연이 끝나고 집에 도착하자 팜플렛 속 작은 단어로부터 시작된 특별한 감정들은 글로 정리됐고, 장문의 글을 줄여 가사로 만든 후에 곡을 붙여 생애 첫 가곡을 완성했다.

“왜 가곡이었을까?”라는 질문에 그는 “빠르고 자극적인 세상일수록 더 순한 노래가 필요하다”는 답을 내놨다. 한국인 특유의 정서를 정제된 가사와 선율로 노래하는 가곡이 현대인에게 쉼을 위한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가곡에 대한 남다른 애정의 역사는 학창시절로 거슬러간다. 퇴계로에 있는 충현교회 주일학교에서 성가대 활동을 한 것이 작곡을 가능하게 한 씨앗이 됐다. 성가대에서 음계와 화성을 배웠고, 어깨 너머로 건반까지 섭렵했다. 중학교 밴드부에서는 드럼도 쳤다. 그의 음악적인 재능은 조금씩 몸집을 키워가 성가대 경연대회에선 1등을 도맡았고, 지휘로 교내 합창 대회에서 상도 받았다.

학창시절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배우 활동을 시작하며 잊히는 듯 했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졸업하고, 1987년 영화진흥공사 신인 배우로 발탁되며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이듬해 김수용 감독의 영화 ‘여수’에 캐스팅되며 당대 최고 여배우 윤정희와 호흡을 맞추며 단번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보통사람들’(1982), 영화 ‘겨울나그네’(1986)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건하게 다졌다.

학창시절 음악 소년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다시 생기를 찾은 것은 CBS 라디오 프로그램인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진행하면서다. 귀에 익숙한 클래식을 소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진행했다. 당시 그는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며 우리 가곡도 들려주고 싶다는 열망을 키웠다.

그러나 제작진이 난색을 표했다. 클래식 음악과 한국 가곡은 장르가 다르다는 것이 반대 이유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소신을 접을 그가 아니었다. 제작진과의 사전 논의 없이 생방송 중에 “앞으로 날마다 우리 가곡을 한 곡씩 들려주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을 해 버렸다. 결국 청취자들은 매일 오전 10시에 ‘10시 가곡’이라는 고정 코너에서 우리 가곡을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는 쾌재를 불렀다.

그는 당시 가곡을 들려주는 것 외에도 가곡 7곡을 작곡해 발표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결국 그 약속은 모두 지켜졌다. 비결은 평소의 절제된 생활방식이었다. 술을 마시지 않는 그는 평소 공연과 전시를 보러 다니고 음악을 들으며 예술적인 감각을 키웠고, 많은 시간 쌓아왔던 문화적인 소양은 작곡을 하는데 자양분이 됐다.

그는 유명인이다. 그의 특별한 행보는 이슈가 된다. 그의 가곡들이 제아무리 훌륭해도 그의 유명세가 없다면 발표와 함께 사람들의 관심을 단박에 받기는 쉽지 않다. 그는 클래식 위주의 우리나라 음악 공연 문화에서 작지만 아름다운 가곡의 바람을 일으키고 싶었고, 기꺼이 유명세에 편승했다. 그의 염원은 오직 하나, “한국 가곡이 다시 불려지는 것”이었다.

그를 가곡 작곡가로 이끈 것도 “한국 가곡을 향한 책임감과 사명감”이었다. “가곡을 듣지 않는 시대가 계속되면 우리 가곡의 맥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생겼어요. 그러면서 가곡의 부활을 위해 저부터 작은 실천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가곡 작곡이 하나의 실천적인 행동이 됐죠.”

작곡할 때 그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가사다. 시를 가사로 하는 짧은 서정적인 노래가 가곡임을 상기하고, 서정적인 가사를 쓰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완성했다가도 폐기하고 다시 쓸 정도로 완벽을 추구한다. 가사가 완성되면 반복해서 읽고 또 읽으며 멜로디를 구상한다. “작사 할 때 글귀나 작곡가나 그들의 작품, 소설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가사 외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선율과 화음의 조화다. 편곡은 전문가에게 맡기는데, 그들에게 악기 편성과 사운드 배합을 주문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플루트, 클라리넷, 오보, 호른 등의 악기를 편성하며 가곡에 오케스트라 같은 풍성함을 더한다. 현대인의 감수성에 부합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의 가곡은 여느 가곡과 비교하면 특별할 수밖에 없다. 평생 배우로 활동하며 가졌던 풍부한 감수성이 가곡 작곡에 오롯이 스며든다는 것이다. 그의 가곡에 환호를 보내는 이들 역시 그 지점에서 감동 포인트를 찾을 것이다. 그도 “일반적인 가곡 틀과 다른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가 가곡 전문 작곡가는 아니지만 작곡에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소홀함은 없다. 전문가인 성악가와 작곡가, 음악감독들의 의견을 적극 구하며 충분히 반영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 가곡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데 있고, 그의 행보가 작은 밀알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이번 공연에는 신곡 ‘이별의 시간’, ‘가을 그리고 겨울’, ‘정녕 그리운 것은’, ‘그대의 찬가’ 등의 4곡을 초연한다. 이번 공연을 위해 따끈한 신곡을 발표할 정도로, 그가 이번 공연에 보내는 관심은 남다르다. 가곡 ‘정녕 그리운 것은’은 떠나간 여자를 추억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가을 그리고 겨울’에선 인생을 은유한다. 그리고 ‘그대의 찬가’에선 햇살 쏟아지는 거리에 그대가 있으면 행복하다고 읊조리고, ‘이별의 시간’에선 새벽에 바람 부는 뜰에 서서 떠난 여인을 생각한다.

그가 대구 공연에 이처럼 역량을 쏟아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구가 우리나라 첫 가곡인 ‘동무생각’의 작곡자인 박태준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구가 가곡의 고향이라고 믿는다. “박태준 선생의 고향인 대구에서 가곡 공연을 선보이게 돼 기쁘다”며 “대구에서 한국 가곡이 다시 에너지를 키워야 한다”는 소감을 피력할 정도로 대구 공연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런 그가 한 가지 제안을 덧붙였다. 대구가 ‘가곡의 고향’이라는 콘텐츠를 살려야 한다고 것. 이제는 산업보다 문화가 성장의 동력이 되는 시대인 만큼, 가곡을 대구의 핵심 콘텐츠로 부각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의 제단은 ‘대구 가곡 축제’ 개최였다. “대구에서 한국 가곡의 재부흥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것이 대구 성장의 또 다른 동력이 될 것입니다.”

그와의 가곡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그가 배우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었다. 그 만큼 가곡 작곡가로써의 그의 태도는 진지함 그 자체였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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