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계가 왜 이 모양인가
대구교육계가 왜 이 모양인가
  • 승인 2009.02.26 16: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교육계의 행태에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치 못한다. 학업성취도 파문은 이미 천하가 다 아는 수치스러운 일로 각인됐지만 그 이후의 행태마저 지탄받을 일만 하고 있다. 한참 말 많은 때에 담당 장학사는 관광이나 다름없는 해외연수를 다녀오고 학교는 문제의 시험지를 없애는 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있으니 대구교육의 말로를 보는 듯하다.

25일 대구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중구 D초등학교가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에 대한 전면 재조사가 있기 전 답안지 전량을 폐기 처분했다고 한다. 한심한 짓이다. 증거가 없으니 잘못이 있었다고 한들 밝혀낼 도리가 없다. 이 학교는 답안지를 시험 이후 3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침을 어겼지만 그 때문에 파면이나 해임을 당하지 않을 것을 예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기묘한 것은 학교를 책임질 어른들이 일시에 자리를 비운 사실이다. 이날 교장은 개인적인 일을 이유로 연가신청을 내고 자리를 비웠다고 했고 교감도 다음달 1일자로 발령이 확정된 학교에서 출장근무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후 3시께 해당 학교에 문의한 결과 “현재 안 계신다. 오전에 계셨는지도 모르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하늘 아래 둘도 없는 학교가 한둘이 아닌 것이다.

이처럼 답안지 폐기 사실이 알려짐과 동시에 교장과 교감이 함께 자리를 비움에 따라 답안지 폐기가 성적 조작에 이용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한층 더 강하게 뒷받침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급한 김에 흔적을 감추기 위해 시험지를 폐기처분하게 되었더라도 일시에 자리를 비워 학교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학교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취할 도리가 아니다.

더구나 전면 재점검에 나선 동부교육청 관계자마저 “D초등학교를 방문해 평가 결과 재점검을 관리-감독했지만 점검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하고 있으니 학교와 지역교육청이 무슨 꿍꿍이를 부리고 있는가 하는 쓸데없는 의심만 증폭시키게 된다.

전면 재조사에 나선 대구시교육청의 행태 또한 한심하다. 성적 조작 및 보고누락이 가능했던 일선 학교에 대한 1차 점검을 다시 그 학교에 맡겼다고 하니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잘못이 있거든 탈나지 않게 잘 손질하라며 기회를 준 것인가? 게다가 전국 13개 시-도 교육청의 학력평가 담당 장학사들이 교육과학기술부의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발표를 전후해 다녀 온 `외유성’ 해외연수에 대구시 장학사도 합류했다고 하니 대구교육의 현주소를 알만한 일이다.

당장 화급한 것은 교육계의 신뢰회복이다. 땅에 떨어진 교육계의 위상을 바로잡으려면 정확한 실태조사와 함께 정직한 공개 및 그에 따른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 대구시교육청과 해당학교들은 시민 앞에 석고대죄 하는 자세로 뒤처리에 나서야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