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건보재정 30% 노인들이 쓴다고 하는데
<대구논단> 건보재정 30% 노인들이 쓴다고 하는데
  • 승인 2009.03.0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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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도심 공원, 지하철, 어디서든 노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이제는 칠순잔치를 하는 사람도 드물어졌다. 99세까지 88하게 살다 가자는 말에 호응이라도 하듯 병·의원에는 노인들이 넘쳐흐른다. 노인들의 방에는 약봉지가 수두룩하다.

요즘 노인들은 지나칠 만큼 건강관리에 적극적이다.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병·의원출입이 다반사가 된 것은 건강보험이 정착된 이후의 현상이다. 사회보험제도의 역기능을 여기서도 찾아볼 수 있다. 노인들의 과도한 병·의원 출입은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을 크게 고갈시키는 원인이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간한 `2008년 진료비 통계지표’에 의하면 지난해 건강보험가입자 4천816만 명이 사용한 총 진료비는 2007년에 비해 8.6% 증가하였으며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460만여 명이 쓴 진료비가 무려 15.5%나 늘어나 국민 전체 진료비의 29.9%에 이르렀다고 한다.

건강보험 가입자 전체 진료비에서 노인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3년 21.3%, 2004년 22.9%, 2005년 24.4%, 2006년 25.9%, 2007년 28.2% 등으로 해가 갈수록 증가일로에 있다. 노인 1인당 진료비도 해마다 늘어가는 추세다. 2007년에 1인당 약 200만원이었던 것이 작년에는 일반 가입자 한사람이 쓴 진료비 72만8천원에 비해 무려 3배로 껑충 뛰었다.

진료비가 많이 지출되었다고 하는 것은 공단의 보험기금을 노인들이 많이 축내고 있다는 말이 된다. 늙으면 잦은 병을 앓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병·의원 진료비나 약값이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간단한 감기 증세만 있어도 병원을 찾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사가 이 글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나 내과의사는 감기 환자 덕으로 먹고 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앞으로 노인 수는 날로 늘어갈 것이 자명한데 이런 추세로 가면 노인들의 건보진료비 지출이 일반 가입자들의 이해를 구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이다.

노인인구는 지난 2007년 6월말 14.2%보다 0.9% 증가했고 2000년에는 10.7%, 2002년 11.7%, 2004년 12.9%, 2006년 13.8% 등으로 매년 0.5% 정도로 늘어가는 추세에 있다. 말하자면 2000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가 2018년에는 고령사회, 2026년에는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의 진입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보다 농촌이 고령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경북의 경우 전체 인구의 15.1%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특히 군위군과 의성군은 노인 인구 비율이 30.6%나 되어 초고령 사회의 기준인 20%를 훨씬 능가, 고령화의 정도가 아주 심각하다.

현 상황에서 노인인구의 증가 추세와 건보 진료비의 관계를 조명할 때 10년 후에는 건보재정의 50%를 65세 이상 노인들이 쓰게 되는 국면을 맞을지도 모른다. 부족한 건보재정의 부담은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노인진료비를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역설적이 될지도 모르나 노인들의 병원 출입횟수를 줄이는 길 밖에 없다.

아프면 병원에 안 갈수는 없지만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만 한 병은 노인 스스로 자제해야 하는 자각이 필요하다. 노인들에게 사회 건강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TV 등 매체에서 노인 건강강좌를 자주 열어 잦은 병원 출입이 도리어 노인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정신적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적시해 줄 필요가 있다.

내과 환자의 약 70%가 감기환자라고 하는데 약한 감기는 병원에 가지 않고도 자가 치료로 간단히 나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사들의 입을 통하여 노인들이 믿게 할 수는 없을까. 작년 명절 때 가정에서 전통적 치료방법으로 알려진 뜸이 건강을 관리하는데 좋다는 TV 방송이 나간 후 뜸을 뜨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사실은 사회교육의 힘이요, 언론매체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보건당국은 약봉지를 쌓아놓고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병원쇼핑을 즐기는 병원 중독 노인환자들이 건보재정을 축내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노인들에게는 듣기 싫은 소리겠지만 매달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면서도 1년 내내 병원에 한 번도 안가는 국민들도 많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서 건보 진료비를 아끼는 일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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