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전국항만운송노조연맹이 1949년 연맹 창립 이래 처음으로 임금동결을 선언했다. 이에 사용자단체인 항만물류협회도 11년 만에 하력료를 동결했다. 이에 따라 수출입기업들은 연간 1000억 원의 물류비를 절감하게 됐다.
그 이후 현대중공업, 한화그룹, 한국인삼공사 등의 노조가 임금과 관련해 백지위임장을 제출하거나 임금 동결을 선언했으며 GM대우자동차, 코오롱 등은 노조가 제품의 판촉활동을 펼치는 등 영업활동 지원에 나섰다. 또 강성노조의 대명사처럼 악명을 떨쳤던 현대자동차노조도 그동안 반대해오던 혼류생산에 동의하는 등 노사상생의 물결에 동참하는 노조가 줄을 잇고 있다.
노사의 고통분담 합의가 이렇게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일자리나누기의 필요성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국민적 단결로 외환위기를 이겨냈던 민족적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만 같아 흐뭇하기 그지없다. 세계 주요국 경제가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한 지금의 상황에선 이 같은 노사의 단결과 희생이 없이는 도저히 이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 일자리나누기가 확산되면서 3월중 삼성그룹에선 네 자릿수 신입 및 인턴채용을 계획하고 있고 CJ그룹 한화그룹 SK그룹 포스코 KT 한미약품 등에서도 신입 인턴채용을 실시하겠다고 한다. 또 LG전자도 임금동결과 함께 인턴사원 채용을 노조와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신규채용이 이뤄지지 않아 대졸사회초년생이 백수가 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대기업의 이 같은 신입 및 인턴채용은 단비가 아닐 수 없다.
감원하지 않고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나누기운동을 펼치는 우리의 위기 대처방식은 해외에서도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에 이은 또 하나의 한국식 불황대처해법이란 점에서 모범답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함께 고통을 겪는 오늘과 같은 위기상황에선 노사가 힘을 모아 함께 대처하는 길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최근 임금삭감 및 동결 등 노사상생 물결의 확산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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