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구- 구- 어머니가 닭 모이를 준다
마당에 햇살 같은 알갱이들이 떨어진다
닭들은 꼬꼬 대면서 어머니 치마폭을 감고 돈다
치마꼬리에 감겨드는 깃 세운 벼슬
햇덩이처럼 붉다
포롱포롱 조개 살 같은 나비 눈 굴리며
쓱쓱 마당 언저리로 돌아가 주둥이를 씻는
저 황홀한 어머니의 배경,
저들도 내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깃털 보송보송한 제 새끼들
구- 구- 구- 한 자리에 불러 모아
붉은 심장 하나씩 쪼개
사랑을 먹일 것이다
▷강원도 평창 봉평 출생. 경희대학교 국문과 및 동다학원 졸업.『월간문학』(1976) 신인상 수상 등단. 현재 한림대 사회교육원 문예 창작과 교수. 강원문화상, 윤동주문학상 등 수상. 춘천에서 창작활동.
사람은 저마다 아름다운 풍경화를 지니고 있다. 한데 화자의 풍경화는 사모곡으로 그려진 풍경이다. 닭 모이를 주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마당에 햇살 같은 알갱이들’로 `닭들은 꼬꼬 대면서 어머니 치마 폭을 감고 돈다’. 시라는 것이 다름 아닌 일상의 생활 속에서 맞는 하찮은 일을 눈부시게 하는 것은 아닐까.
시를 거듭 읽노라면 왠지 숙연해지는 사모곡이다. `저들도 내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 깃털 보송보송한 제 새들 / 구- 구- 구- 한 자리에 불러 모아’ 나누어 주는 어머니의 모습. 이 어찌 절구가 아닌가.
이일기(시인 · 계간 `문학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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