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 세계의 역사를 바꾸는 민족
<팔공시론> 세계의 역사를 바꾸는 민족
  • 승인 2009.01.0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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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로 (계명대학교 국제학대학 중국학과 교수)

우리는 위기를 인내로 극복하는 저력을 갖고 있는 민족이다. 사도 바울이 로마서에서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라고 하였으니 우리 민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는 수많은 시련을 당해왔으면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련을 당할수록 강해졌고 세계무대의 변방에서 그 중심으로 올라서는 놀라운 생명력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만나는 위치에 있다. 우리 5천년의 역사에서 상대한 세력들은 항상 당시 세계 최강이었다. 고조선을 침략하였던 중국의 한나라, 고구려 시대의 수나라와 당나라는 물론이고, 고려시대의 몽골 제국, 조선시대의 명나라 청나라 등이 그들이었다.

19세기에 동아시아를 두고 각축을 벌인 영국, 일본, 미국 등 해양 세력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우리는 일본에게 40년간 지배를 받았고, 해방 이후에는 중국과 미국의 대결의 무대가 되었으며 냉전시대를 상징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련 속에서 우리는 변방 국가에서 점차 세계의 중심국가로 성장하였다. 70년대에는 전쟁의 폐허에서 산업화에 성공하여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었고,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성과로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피웠고”, 90년대 IMF금융위기를 극복하면서 세계적인 금융위기 극복의 상징이 되었다.

21세기에서 들어서서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 등 세계 4대 강대국과 긴밀한 이해관계를 나누는 세계 중심국가로 올라섰다. 우리의 역사가 세계의 역사가 되었다.

그동안 우리는 수많은 위기를 만나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났다. 위기 극복 뒤에는 더 나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갔다.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시련을 당할수록 더욱 강해졌고, 좌절에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확신을 갖게 되었다.

우리 역사에서는 알렉산더와 칭기즈칸, 나폴레옹과 같은 위대한 영웅도 없었다. 우리에게는 넓은 영토도 없었고 많은 인구도 없었다. 화약, 나침반, 종이와 인쇄술과 같은 위대한 발명품을 창조한 나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언어를 잃지 않았으며 문화와 전통을 간직하였고 인내로써 우리의 역사를 지켰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역사적 경험 속에서 얻은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와 경험뿐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한 경험은 없지만 대륙문화와 해양문화를 받아들여 우리의 것으로 만들고 나아가 그것으로 역사를 변화시키는 지혜와 능력은 갖고 있다. 우리는 우수한 민족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시련과 위기를 거치면서 우수한 민족으로 길러진 것이다.

우리는 시련 속에서 훈련받은 민족이기에 완전할 수가 없었다. 때로는 오만하고 교만을 부리다가 낭패를 당하기도 하였고, 그릇된 자신감으로 오판하여 나라를 잃고 식민지시대를 겪기도 하였다. 21세기 초반에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전성기를 맞았을 때도 그랬다.

IMF이후 성공적인 경제 회복으로 2천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할 때나 2002년 월드컵에서 세계 4강이라는 신화를 만들었을 때도 그랬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통일이 곧 내일 모레 올 것처럼 들뜨기도 했다. 일본과의 영토 분쟁과 중국과의 역사 논쟁,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과 쇠고기파동 등 이웃 국가들과 유례없는 갈등과 긴장을 조성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우리가 자신감을 넘어서 세계 강대국을 손아귀에 장악하고 동북아시아의 국제질서를 재단할 수 있다는 오만에서 나왔다. 역사는 우리에게 다시 인내와 겸손을 요구하고 있다. 2009년은 우리의 이웃 국가들과 공조하여 세계적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첫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영웅은 필요하지 않다. 영웅적인 대통령도 필요하지 않고 맹수처럼 물고 늘어지는 국회의원도 필요하지 않으며 위선적인 언론인이나 무책임한 전문가의 경고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위기극복의 힘은 우리 국민들의 믿음과 확신 속에서 나올 것이다. 고난 속에서도 인내하고 역사적 경험 속에서 지혜를 찾는 우리 국민들이 해낼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세계적 위기를 축복으로 바꾸는 기적을 이뤄낼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역사가 증거하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극복은 우리 국민들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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