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아, 우리 한 번 가보자
봄이면 벚꽃잎 분분히 날리고
눈 온 뒤 아침처럼
골목골목 하얗게 꽃잎이 쌓이는 거리
소나기 오는 소리 같은
계곡 물이 줄기차게 흘러내리는
우리의 첫사랑이 눈뜨던 고장
홍도화, 동백꽃, 상사화꽃이
처연하도록 곱게 단장하고 서 있던
골목길 어귀에
노오란 개나리 자지러질 듯 웃고 있었기
순아, 우리 한 번 가보자
우리가 남겨두고 온 꿈의 조각들이
아직도 여기저기 사금파리처럼
반짝이고 있는지
나를 좋아하던 그 아이 석문다리 나간에
그리움 한 자락 걸어놓고 갔는지.
경남 하동 출생. 마산창신대학 문창과 졸업. 1994
년 `시문학’을 통해 등단. 제1회 대한민국 학생예술문화상,
경남문학 신인상 등 수상. 시집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1994) 등이 있으며 현재 경남 김해에서
창작 활동.
우리의 각박한 현실은 고향에 대해 두가지의 상(像)을
떠올리게 한다. 하나는 고향에 대한 낭만과 그리움의 세계요
다른 하나는 암울과 설움과 갖은 상처를 남긴 고향이다.
조민자 시인의 `지금 그곳엔’ `아직도 여기저기 사금파리처럼’
반짝이고 있는 추억과 그리움이 자지러질 듯 피어있는 꿈의 고향이
이 시 속에 선명하게 채색돼 있다.
이일기 (시인 계간`문학예술’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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