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새벽 '산정의 희망가'
新새벽 '산정의 희망가'
  • 이지영
  • 승인 2009.01.01 19: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해 '감격의 해맞이' 풍경>

살을 에는듯한 칼바람 아랑곳않고
남녀노소 구별없이 "하늘이시여 꼭..."
저마다 간절한 소원 골골이 메아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화목하길 기원합니다. 제발 취업 좀 시켜주세요. 장가가고 싶어요. 로또 대박….”

아직 눈을 못뜨고 자고 있는 세살박이 딸아이를 업고 여섯 살 사내 아이의 손을 잡은 아버지, 그리고 붕어빵처럼 닮은 모녀, 완전무장을 한 학생들. 2009년 새해의 일출을 보기위해 가야산을 오른 사람들이다.

매서운 칼바람이 혹 얼굴에 닿을까 털모자와 목도리, 마스크는 필수다. 여기에 두터운 오리털점퍼와 장갑, 귀마개로 무장한 사람들은 정상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씩씩하게 산을 오르던 김민혁(20·대구시 달서구)씨는 “21일 입대하기 전 가족과 함께 뜻 깊은 시간을 갖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김씨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어머니는 “그저 우리 아들 건강하게 군 생활을 했으면 한다”라고 했다.

하늘엔 아직 새벽 별들이 그대로 뿌려져 있는 가운데 그 하늘 아래 우뚝 서 있는 가야산은 지난 밤 내린 눈으로 더욱 찬란하다.

추위 속에서도 연신 즐거운 웃음소리를 내는 아주머니 4명은 초등학교 동창들이라고 했다.

“어젯밤에 만나서 살아온 이야기도 하고 맛있는 밥도 먹고 술도 한잔했다”는 이들의 소원은 “내일 모레가 환갑인 아줌마들 소원이야 뭐 있겠어. 그저 가족들 건강한게 소원이지”라고 입을 모았다.

옆을 지나가던 이정희(52·성주군 벽진면)씨의 “난 우리 아들 취직 좀 하게 해 달라는 소원 빌러 왔다”라는 말에 함께 온 김소영(57·성주군 벽진면)씨는 “그 집 첫째아들도 장가 가야 하잖아”라고 말해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다.

왕기현(29·대구시 남구)씨는“지난해에는 친구들과 술집에서 새해를 맞이했었다”며 “화려한 불빛과 소음을 피해 조용히 지나온 1년을 반성하고 새해를 설계하기 위해 혼자 산을 오르기로 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어둠이 깔린 가야산은 새 소리, 물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그대로 고요의 세계였다.

만삭인 김영희(31·대구시 달서구)씨는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났으면 좋겠다”며 “지난해는 구조조정이니 명퇴니 해 다들 어려웠는데 올해는 모두 웃는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힘찬 파이팅을 외쳤다.

은설아(15·성주군 성주읍)양은 “작년에는 놀기만 했는데 올해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고 새해 다짐을 얘기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아버지 은종혁씨(38)는 “딸이 좀더 자신감을 갖고 웃는 얼굴로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받았다

바람이 잠시 잠잠해지자 동쪽 수평선 끝의 한 조각 구름이 붉은 빛을 뿜어냈다.

7시40분께 붉은 색의 새해 첫 해가 감격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떠오른 기축년 일출에 사람들은 겸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가 하면 기쁨의 환호성을 울리기도 했다.

새해 첫 태양을 맞이한 사람들의 기원이 어우러져 장관 그 자체였다.

이제는 그들의 소망이 이뤄지는 일만 남았다.

성주군 수륜면 가야산 서성재에서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