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이들이 바라보는 중학생 자살사건
기자수첩-아이들이 바라보는 중학생 자살사건
  • 승인 2011.12.2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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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도시로 명성을 얻던 대구가 지난 20일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한 중학생의 자살로 인해 패닉상태에 빠졌다.

숨진 학생은 유서에서 가해학생들에게 당한 폭력과 인간적 모멸감, 가족에 대한 마지막 부탁 등 애절한 사연을 남겼다.

유서내용과 숨진 학생의 핸드폰 메시지 복원으로 밝혀진 가해학생의 잔혹한 언어폭력 및 조폭수준의 폭행사실은 시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교육당국과 해당학교의 안일한 학생 관리는 도마에 올랐고 교사들은 월급만 받고 학생지도에는 무관심한 집단으로, 가해학생은 살인마로 낙인찍혔다.

이후 교육당국은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한 대책을 쏟아냈고 여론은 들끓었다.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면서 까지 학교폭력을 없애려 했던 숨진 학생의 바램과 자식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더이상의 학교폭력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원하는 학부모의 소원은 아마 여기까지 였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과 인터넷 등에서는 지난 21일부터 지금까지 폭행상황을 스포츠 중계하듯 상세히 다루었다.

목검을 휘두르거나 이종격투기용 글러브를 끼고 마구 폭행해 노란멍이 생긴 것, 전깃줄을 목에 감은 뒤 바닥에 떨어진 과자부스러기를 먹도록 강요했다거나 물고문 위협,담뱃불로 지진다 등...

한편의 영화를 찍듯이 묘사해 갔다. 아예 인터넷에서는 가해학생의 신상털기로 본인은 물론 가족사진까지 공개되고 온갖 루머가 나돌았다.

연일 쏟아진 숨진 학생의 사연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정부, 교육당국, 학교, 학부모등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일회성이 아닌 교육시스템을 바꾸는 초석이 되게 한 점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이같은 소식을 매일 접한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아빠에게 묻는 말은 기성세대의 생각과 전혀 다르다.

아들은 아빠에게 “물고문이 뭐야, 전기줄로 어떻게 목을 매. 집단폭력은 몇 명이 때리는 거야..”

학업성적이 최상위권인 아들과 또래 친구들의 관심사는 이런 것 이란다.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둔 친구에게서 28일 전화가 왔다.

학업성적이 오르지 않아 힘들어 하는 아들이 친구들로부터 ‘너 고등학교 가겠냐 xx’이란 얘기를 듣고 난 후 한 말이 뭔지 아냐고..

나도 아파트에서 투신할까 였단다.

학교폭력을 없애는 만큼 생명의 존엄성을 알리는 자살예방에 더욱 신경을 써야할 때인 것 같다.

정부와 교육 당국은 여론에 떠밀려 각종 대책을 쏟아내기 보다 학교폭력 근절 및 자발예방을 위한 검증된 정책을 발표한 후 일선 교육현장에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더욱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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