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어떤 위대한 존재도 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자연의 질서가 본디 그런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솜털처럼 여린 새싹들의 향연과 피부를 간지르는 훈풍의 부드러움을 최대한 즐기면 될 일이다. 누구도 탓할 이 없고, 입장료를 달라고 하지도 않는다. 남녀노소 신분의 높고 낮음도 필요치 한다. 모든 존재에게 평등한 것이 자연의 본성이므로.
봄이 되면 언 땅에서 새싹이 돋아나듯 문화계에도 풍성한 공연소식이 봇물터지듯 쏟아지는 시기다.
춘풍을 타고 공연 소식이 줄을 잇는 3월,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 시향)이 포문을 연다. 오는 16일 오후 7시 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제383회 정기연주회로 ‘페트루슈카’를 초연무대로 올린다.
봄의 첫 무대로 특별히 ‘페트루슈카’를 선정한 것은 스트라빈스키의 독특한 작곡 기법과 화려한 색채감이 봄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이 곡은 관현악의 생동감 넘치는 리듬과 음향은 관객들을 순식간에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의 화려한 사육제장으로 이끈다.
먼저 새 출발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드보르작의 ‘사육제 서곡, Op.92’로 경쾌하게 시작한다. 향토색이 짙은 민요풍의 선율과 민속 무곡의 리듬이 돋보이는 작품이며, 활기찬 리듬과 참신한 선율이 풍부하게 담겨져 있다. 관현악 구성에서도 탬버린이나 트라이앵글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색채감이 매력적이다.
이어지는 무대는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지인이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Op.28’와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 Op.20’을 협연한다.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Op.28’는 느릿하면서도 애수 어린 서주와 화려하고 발랄한 카프리치오적 구성의 론도로 이뤄져 있다. 생상스가 스페인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사테를 위해 작곡한 곡으로 스페인의 토속적인 집시 음악을 연상케 한다.
이 열정적인 분위기는 사라사테의 대표작 ‘치고이너바이젠, Op.20’으로 이어진다. ‘치고이너바이젠’은 ‘집시의 노래’라는 뜻. 세계적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는 이 명곡은 사라사테가 헝가리 여행 때 그 지역 집시들의 민요와 춤곡을 소재로 만든 곡이다. 기교적으로는 매우 어렵지만 그만큼 화려하며 예술적으로 세련된 애상과 정열이 담겨 있어 드라마, 광고 등에 자주 사용되는 친근한 곡이다.
마지막 무대는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 (1947)’가 연주된다. 이 곡은 스트라빈스키가 작곡한 발레음악 3부작 중 하나의 곡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상처받은 러시아의 꼭두각시 인형, ‘페트루슈카’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피아노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곡이며, 대구시향의 피아니스트 독고미가 협주를 맡는다.
마에스트로 곽승 대구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 지휘자는 “‘페트루슈카’를 시작으로 올 상반기에는 고전, 낭만, 근대 등 시대를 대표하는 다양한 작품들과 대구 초연작들로 관객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예정”이라며 “대구시향의 음악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레퍼토리들을 준비 중이니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1588-7890, (053)606-6313
▷ R석 1만 5천원, S석 1만원/학생증 지참자는 R석 8천원, S석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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