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낙하산공천 논란 잠재울 낙향문화의 계승을
<달구벌 아침>낙하산공천 논란 잠재울 낙향문화의 계승을
  • 승인 2012.04.1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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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영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집행위원장

4.11 대구 총선의 큰 프레임은 서울(강남)TK와 대구(토종)TK간의 대결 구도로 짜여졌다. 1인당 GRDP의 18년째 꼴찌 행진과 기록 갱신을 거듭하고 있는 저성장과 만성 지역낙후의 광역도시 대구. 더 이상 참다못한 지역 언론들은 그 정치적 근원을 재지사족(在地士族)에 의해 대표되지 않고 수도권에 거주하는 출향인사들에게 신탁해버린 대표성 문제에서 찾고 TK 정체성 찾기에 불을 댕겼다.

이러한 지역여론을 의식한 듯 새누리당 대구 선거대책위원장은 “스펙과 낙하산 공천을 지양하고 토종 TK가 공천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을 해 기대감을 잔뜩 부풀렸다. 새누리당 공천희망자들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활용하여 `토박이 TK’ 대 `고향이 TK’의 대결구도로 선거 초반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런데 지역 사정 모르는 인사들로 구성된 공천심사위원회의 전횡에 가까운 낙하산에 돌려막기 공천으로 지역여론에 찬물을 끼얹고 지역민의 자존심을 구겼다. 대구의 공천지형도는 지역전문가들의 등용문이 되지 못하고 출향인사들이 고향 앞으로 번지점프를 한 낙하산 새누리였다.

모처럼 지역대표성 이슈를 제기한 지역 언론들은 의제설정을 잘 하고도 선거 끝까지 이슈관리를 유효적절하게 해내지 못했다. 저간의 사정에는 출신자를 우선하고 거주자를 등한시하는 토종TK의 개념이 “어디에 살든 지역을 위해 어떤 일을 했고 할 수 있는지가 판단의 요체”라는 식으로 뿌리째 흔들린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언론이 의제로 설정한 강남TK와 토종TK의 경쟁 구도는 정치 현장에서는 토종TK 몰살 극으로 끝나버렸지만, 당선되고 나면 지역 사정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다 4년 뒤에 다시 표 달라는 각설이정치 행각에 제동을 거는데 일정 정도 성공한 것 같다. 실제 시의원 출신 토종TK와 국회의원 지낸 서울TK의 무소속 단일화를 위한 경선에선 토종TK의 3:0 완승으로 승부가 판가름 났다.

우여곡절 끝에 치러진 4.11 총선은 12:0이라는 퍼펙트게임으로 마무리되었다. 시민사회 단체 인사들이 여야 경쟁구도를 촉구하고 단 한 석만이라도 야당후보를 당선시켜 달라고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읍소했으나, 표심은 새누리당 독점구조를 연장했다. 이번에는 다르길 기대했으나 역시나 수포로 돌아갔다. 슬프고도 속절없는 일상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는 대구 현대사의 한 장면이다. 새누리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에 대해 “아니오”라고 배짱 튕겼던 절반의 민심들은 무슨 바람과 함께 사라진 것일까?

선거철만 되면 이 도시엔 정년 무렵 낙하산에 명운을 맡긴 채 귀향하는 출향인사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출세지향의 유교문화 도시라서 이런 현상이 재연되는 것인가. TK 대표성 논쟁을 깔끔하게 매듭지으려면 태어나고 자랐다는 것보다는 대구에서 생활하는 현장성에 방점을 찍었으면 좋았다.

낙하산 공천 논란의 중심에는 지역전문가 배제가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세간의 빈축을 사는 제수 성폭행 미수 의혹이나 교수님 표절논란은 인물의 됨됨이에 문외한인 고명한 인사들이 몇 분짜리 면접과 서류심사로 일관한 데서 비롯된 공천심사 시스템 자체에서 기인한 문제이다. 여야는 선거사후 지역명예를 훼손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인사관리를 전담하는 부서를 상설기구로 운영하는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선거는 과거시험을 대신해서 유권자들의 손으로 뽑는 인재등용의 한 방편이다. 21세기라고 하나 우리의 선거문화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취지를 가진 과거시험을 닮아 있다. 민주화와 더불어 쟁취한 대구의 선거문화는 현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전근대성에 붙들려 있는 건 지역 정체성의 원인이기도 하다.

선거는 내 뜻을 대의할 머슴을 뽑는 것이지 학벌 좋고 화려한 경력을 가진 상전을 모시는 벼슬놀이가 아니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나, 우리지역 선거 결과는 내용면에서 1당 독재의 북한과 닮은꼴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당 독점을 종식하고자한 민의는 다음 선거를 향해 이어달리고 있을게다.

낙하산 공천 논란과 관련해서, 필자는 출향인사들의 재능과 경륜을 먼저 지역사회로 환원하여 정체되고 낙후된 도시의 빛이 되고 소금이 되도록 한 뒤 선출직에 도전하는 낙향문화의 꽃을 피워주기를 기대한다. 4년 봉사제가 21세기 지역발전을 선도할 낙향문화로 자리 잡아 낙하산 논란을 잠재우는 관행으로 뿌리내리길 기대해 본다.

우리지역의 정신적 지주인 퇴계선생은 명종의 영의정 제의도 마다하고 안동의 토계리로 낙향해 도산서원에 머물며 당신 삶을 해동의 유종으로 완성했다. 나라의 부름을 받았지만 20여 차례나 사양하고 후학양성을 보람으로 삼는 큰 정치도 가능함을 몸소 실천하였다. 출세해서 입신양명하고 서울에서 잘 지내다 관 떨어지자 정치권에 줄을 대는 출향인사들의 작금의 지배적 처세와는 사뭇 달랐다.

출세해서 퇴직하면 낙향하여 고향의 인재 양성에 뛰어들어 지역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명예로 생각했던 것이다. 선량을 기다리는 유권자의 마음은 퇴계를 기다리는 명종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게다. ’초현부지탄(招賢不至嘆)! 현인을 초빙했으나 오지 않으니 한탄스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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