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풀어보는 '행복방정식'
미술로 풀어보는 '행복방정식'
  • 김덕룡
  • 승인 2009.03.3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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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소헌&소헌 컨템포러리 '무한한 행복의 현상학' 전시회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Happiness)은 스스로의 욕구가 만족돼 부족함이나 불안감 없이 안정된 상태를 의미한다.
극히 주관적인 이 상태는 단순한 의식주 해결에서부터 시작돼 무한한 차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행복으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상태를 토대로 의식(Consciousness), 사고(Thought), 경험(Experience)을 바탕으로 한 각 작가들의 다양한 표현으로 오늘날 복잡한 현대에 있어서 현상학적인 행복의 대상이나 생각들에 관한 관념을 작품으로 만나본다.<편집자註>

갤러리소헌&소헌 컨템포러리는 내달 23일까지 ‘무한한 행복의 현상학(Phenomenology of Happiness unlimited)’이란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이번 전시에는 곽윤정, 김진욱, 김혜연, 김현희, 박은선, 이현희, 정자영, 정혜경이 참여한다.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곽윤정 作-SweetShoulder, 김진욱 作-BiBimBob Story2, 박은선 作-기도하는 백김치, 정자영 作-Taschen, 이현희 作-초대합니다-우하한 나의 정글, 김혜연 作-노래방 풍경.

◈곽윤정

곽윤정 작가의 색깔 있는 작품들은 우리가 지닌 삶의 의미를‘나’를 중심으로 새롭게 정의하려는 데서 비롯된다는 평론가 홍경한의 설명처럼 ‘Colorful Life’ 연작들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도시인으로써 자신의 세계를 간직하고 있는 당당함이며 귀를 덮은 헤드폰은 도시생활 속 여유로움을 전달하는 매개며 모델들이 들고 있는 서적은 일반인들이 갈망하는 지식적 욕망을 대변한다.

그녀는 누구나 겪는 일상 속 달콤함과 행복에의 염원을 담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곽윤정은 이러한 것들을 보임과는 다른 상징의 연속으로 구현하며 몽환적이거나 마술적 환각처럼 밝고 화사하게 흡입력이 강하게 그려내는 가운데 특히 새로운 회화적형식과 기법의 모색이 두드러져 있어 흥미로움을 유발시킨다.

◈김진욱

작가 김진욱은 콩나물, 호박나물, 고추장이 어우러져 미각을 자극하는 비빔밥의 재료들이 섞여 들어가는 모습을 그린다.

‘비빔밥’그림은 우선 사진처럼 잘 그려진 그림이라는 점에서 주목되나 그가 대상의 부분, 부분을 확대해 조합된 장면들의 결과는 볼수록 낯설고 기이한 감성에 사로잡히게도 한다.

주먹만한 밥알이 그려진 그의 그림에서 식욕이 자극돼 입맛을 다지는 관객이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 비빔밥인가?라는 어떤 목적의식의 발로가 아니라 끊임없이 비빔밥을 보는 방식을 바꾸고 의심하는 작가의도가 어떠하든 비빔밥은 시각적인 풍요, 재료의 섞임에서 오는 조화가 맛을 이룬다는 점이 느끼게 하는 세상의 이치를 떠올리게 하며 우리에게 행복이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 일깨우는 면이 있다.

◈김혜연

작가 김혜연의 작품 ‘행복이 가득한 집’은 실제 행복이 가득한 집의 표지를 장식했던 그림이기도 했다.

세계 2위의 저출산 국가에서 세 자녀 이상을 둔 ‘다둥이 가족’은 많은 뜻을 품고 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의 소중함, 동반자로서의 형제애 등이 그것이다. 가지 많은 나무에는 바람 잘날 없는 게 아니라 “가지 많은 나무에 열매도 많다.”는 말이 틀리지 않음은 예부터 우리가 자식이 많음을 다복하다고 불러 왔던 데서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김혜연은 자칫 우리가 왜곡된 눈으로 보면 나태하고 허영심의 일상으로 비춰질 내용, 순간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고도 당당하게 꼭 찍어내 슬픈 듯 해보이지만 일순간 행복으로 만들어내는 동시에 의미를 갖게 하는 그 만의 아우라(Aura)를 작품에서 느끼게 한다.

◈박은선

“강자를 살찌우기 위해 약자가 희생되는 권력구조, 그것을 그럴듯한 명분으로 덮어버리는 프로파간다의 위선”을 꾸준히 고발해 왔던 작가 박은선은 물개가 자기 해구신을 잘라 바치고 개가 보신탕 속에서 거수경례를 붙이는 등의 일명 ‘보양식’채색 소상(塑像) 시리즈와 함께 도시의 이중구조를 소재로 삼아 흔히 우리가 행복의 상징으로 삼는 발전과 번영의 그늘진 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도시전설(Urban Legend)’시리즈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테마파크의 회전목마는 어떻게 돌아갈까? 회전목마 아래에서 누군가 열심히 목마를 돌리고 있을 엄연한 현실의 이면과의 괴리를 다루는 이러한 아이러니를 역설적·우화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풍요롭고 우아한 삶’을 쫓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갓 떠도는 ‘괴담’으로 간과되는 도시 삶의 어두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도시의 구조를 까발려 보여 주듯 드러낸다. 현대인의 행복에의 등식인 ‘풍족한 삶’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고 아직도 어두운 그림자는 엄연한 현실임을 일깨운다.

◈이현희

작가 이현희의 작품에는 TV 다큐멘터리‘동물의 왕국’에 자주 등장해 스펙터클한 생과 사를 연출하는 사바나초원의 수많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비밀정원(Secret Garden) 이라 불려지는‘정리되지 않은 방의 풍경’에서 비롯돼 생경한 사바나의 풍경이 연계된 것이다.

작품 속에는 싸구려 보석으로 장식된 동물모양의 장신구들도 등장하는데 그 화려함은 인도초원을 날아다니는 살아있는 공작보다도 현란한 보석 빛을 뽐내고 있다.

책상이나 침대 위, 천정으로 자유로이 뛰어다니는 그들을 보면 도대체 누가 누구의 공간을 방문한 것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사막과 정글로 표현된 방은 수많은 가치관 속에서 길을 잃은 우리의 정체성을 대변하며 그 공간에서 활개 치는 동물들은 작가의 즐거운 상상력으로 새롭게 태어나 여러 가치관의 만남과 충돌을 이루고 있다.

정리된 방에서는 살아가기 어려운 상표(브랜드)동물들에게 정리되지 않은 그녀의 방은 우기를 맞은 초원의 생명력으로 우리 모두에게 활기차고 적극적인 상상의 공간이 된다. 그녀의 공간은 우리에게 무한한 브랜드의 왕국으로 나타난다.

◈정자영

정자영 작가는 책상 위나 책장 안에 책이 꽂혀 있는 화면을 크게 확대해서 그린다. 책은 깊은 공간감을 만들며 꽂혀 있어 풍경의 주인공이 되고 표지의 제목으로 암시된 사회적 책장은 거대한 풍경으로 확대되며 그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생성한다.

정자영의 책 그림은 보편적이고 평범한 일상의 소재를 자유로운 감각으로 리얼하게 표현하기에 소통 면에서도 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

우리가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책들의 공간으로 들어갈 때 책들은 사물이 아닌 숨 쉬고 있는 하나의 생명체가 되며 그림 속 책표지에 적힌 피카소, 샤갈, 마티스 등 미술사의 거장들과 만나 그들의 노고와 작품을 상상하면서 시간성과 역사성을 넘어 그들의 거대한 작품세계에 이르게 하는듯한 상상으로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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