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지방의 눈으로 세상보기’
<달구벌 아침>`지방의 눈으로 세상보기’
  • 승인 2012.04.2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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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대구경북학회장,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대구경북의 교수, 전문가들이 `대구경북학회’를 창립했다. 규약도 정하고 회장도 뽑았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여러 곳에서 문의가 왔다. 대구경북학회가 뭐냐는 것이다. `대구경북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구하여 지역발전에 기여하려는 학회’다. 이렇게 설명했더니 그런 얘기는 하나마나 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그렇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 자리를 통해 몇 마디 부연한다.

대구경북학회는 막연하게 대구경북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구하자는 것은 아니다. 대구경북학회는 `지방(locality)의 관점’이라는 강력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특별한 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중앙집권적 국가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보았다. 근대국가는 지방으로 나누어진 권력을 중앙으로 집중함으로써 성립되었다. 따라서 국가(nation-state)는 하나의 완결적 삶의 단위였으며 행동의 단위였고 생각의 단위이기도 했다. 국가는 세상을 보는 틀이기도 했다.

그런데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국가라는 단위는 그 의미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삶과 행동과 생각의 단위는 국가 수준을 넘어서서 지역과 세계라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의 하부 단위라고 할 수 있는 `지방’이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는 그 지방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는 것이다.

`지방의 눈으로 세상보기’는 사실 오래 전부터 있었다. 1985년 대구에서 만들어진 `지방사회연구회’는 우리나라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로컬리티의 관점’을 내건 연구 단체였다. 대구의 지방사회연구회는 다른 지방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 이듬해에 광주, 부산, 전주 등지에서도 지방사회연구회와 같은 단체가 생겼다.

대구가 선구적 역할을 한 것이다. 그 후 지방사회연구회는 1992년 대구사회연구소로 이어졌다. 대구사회연구소는 대안을 찾는 정책 지향적 연구 단체였는데 로컬리티라는 문제의식은 그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대구경북학회는 이런 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런 선구적 활동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학’을 조직하는 일은 다른 지역에 비해 늦은 셈이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는 서울학, 인천학, 부산학, 제주학, 전주학 등이 만들어져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다들 지방자치가 실시된 후 자기 지역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정의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 늦었지만, 우리도 `대구경북학’의 기치를 올리려고 한다.

우리가 우선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대구경북은 다문화사회의 다양성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단일성과 획일성, 나와 다른 것을 수용하지 못하는 보수성과 폐쇄성, 그리고 이 지역의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문화에 젖어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과연 그것이 사실이냐는 것이다. 사실이 아니라면 그것을 확인하고, 사실이라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찾아보려한다.

대구경북을 보수의 대명사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근래 우리 지역의 정치적 정향을 두고 이런 평판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이름붙이기가 온당치 않다고 본다. 대구경북의 역사적 전통에는 진보적, 민주적 전통도 있었고 지금도 그런 흐름은 이 지역의 정신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지금 당장 우리 앞에 보이고 있는 정치적 정향은 `지역구도’의 산물이지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보수적 성향 때문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대구경북에 대한 기존의 통념이 사실인지를 검증하면서 대구경북의 정체성을 모색하려고 한다. 대구경북의 과거, 현재, 미래에서 개방성과 다양성, 그리고 역동성을 찾아보려고 한다. 서울학, 부산학, 인천학, 제주학의 경험에서 보면 이런 일은 지방정부와 언론, 학계,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 대구광역시, 경상북도의 지원과 대학의 전문 역량, 그리고 지역 언론의 관심이 한 데 어우러져 `지방의 눈으로 세상보기’, 대구경북의 재발견에 나서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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