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 누가 한국인인가
<달구벌 아침> 누가 한국인인가
  • 승인 2012.04.3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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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민 경북새일지원본부 연구원 (정치학박사)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다문화’라는 말일 것이다. 이제 주변에서 외국인노동자와 다문화가정, 그리고 외국인유학생들을 접하게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수는 2009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2012년 3월 현재 141만 명을 돌파하여 전체 인구의 2.8% 수준에 이르고 있는 등 한국사회는 급격한 다인종·다문화 사회로의 인구학적 변화를 겪고 있다.

그리고 이런 추세라면 외국인수는 2020년에는 전체 인구의 3.5%인 16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는 아직 외국인이 전체인구의 8% 수준에 이르는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오랫동안 `단일민족’이라는 논리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수준은 그 이상이라 할 것이다.

최근 국내외에서 다문화주의와 관련하여 다소 충격적인 사건들이 몇 가지 있었다. 우선 작년 7월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이다. 폭탄 테러와 연쇄총격으로 무고한 시민 77명을 살해한 테러범 브레이비크(Breivik)는 다문화주의와 이슬람계 이민으로부터 노르웨이를 지키기 위해 이러한 행동을 했으며,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는 재판에서 한국과 일본을 “단일문화를 가진 완전한 사회”라고 높이 평가하면서 “이들 국가는 대규모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성공적일 수 있다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최근 제노포비아(xenophobia, 외국인 혐오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하였다. 지난 4,11총선에서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씨가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자 그녀에 대한 온갖 인신공격성 발언들이 SNS 상에서 판을 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수원 20대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범인이 조선족이라는 사실이 더해지면서, 이들과 무관한 수많은 결혼이민자들이나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한국인의 인종차별적 행태가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는 유난히 `혈통’에 집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번 되물어보자. 과연 누가 한국인인가? 이자스민은 필리핀 대학에 재학 중 한국인 선원과 결혼해 1998년에 한국에 귀화한 사람이다. 그는 이곳에서 사고로 남편을 잃었지만, 시부모, 시동생 가족과 살아가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이다. 서울시 외국인 공무원 1호로 이주민 지원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으며, 영화 「완득이」에도 출연하였다. 그리고 이제 최초로 이주민출신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녀는 한국인인가? 선뜻 대답하기가 망설여진다면, 김용 신임 세계은행 총재는 어떠한가? 5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그곳에서 의사가 되고, 아시아계 최초 아이비리그의 총장이 된 그는 한국인인가? 독일에서 귀화하여 현재 한국관광공사 사장인 이참은 한국인인가? 그렇다면 빙상계의 오랜 파벌싸움 속에서 자신의 모든 것인 스케이트를 계속 타기 위해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으로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 선수는 한국인인가? 재일동포 출신으로 국내 유도계에서 번번이 대표 선발에서 탈락하자 일본으로 귀화하여 `아키야마 요시히로’가 된 추성훈은 한국인인가?

화교출신으로 1995년 귀화하여 배구국가대표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후인정 선수는 한국인인가? 좀 더 질문해보자. 혼혈인 가수 인순이는 한국인인가? 최근 은퇴한 미국 미식축구선수 하인즈워드는 한국인인가? 마지막으로 어릴 때 외국으로 입양된 후 돌아와 한국의 부모님을 찾는, 그러나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입양인들은 한국인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우리에게 국적과 혈통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지금 우리는 141만 명이 넘는 외국인들과 함께 이 땅에서 살고 있다. 14만 명의 결혼이민자들과 6만 명의 혼인귀화자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그들의 가족들의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60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동료로 살아가고 있다. 현실이 이러할진대 외형적인 모습과 피부색을 중심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단지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못 사는 나라 출신이라서, 한국에 결혼을 위해 왔다는 이유로 혹은 돈을 벌기 위해 왔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차별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이다. 나와 달리 그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인권조차 가질 수 없다고 생각된다면 이는 세계시민적 상식은 물론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민주적 이성에도 크게 어긋나는 일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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