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풍류인(風流人)
<신간소개> 풍류인(風流人)
  • 황인옥
  • 승인 2012.05.1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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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제의 전면 시행으로 행락철이 따로 없을 정도로 주말이면 고속도로나 국도가 나들이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하루는 가족단위나 직장동료, 친구모임을 통해 여가문화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즐기는 여가문화의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여행, 낚시, 등산, 옛길걷기, 사찰체험, 고적답사 등의 야외활동과 문화공연·강좌 체험, 각종 취미 활동 등 도심 내에서의 여가활동이 그것이다.

흔히 여가문화의 발달을 물질적 여유와 관계짓곤 한다. 실제로 상류층일수록 여가문화지수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가문화의 발달을 단순한 ‘물질적 풍요’라는 하나의 상수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문화’의 속성이 그리 간단치가 않다. ‘여가문화’는 한 사회가 속해 있는 공동체의 정치적 상황, 문화적 토대, 교육수준, 종교, 자연환경, 의식수준, 도덕성 등 다양한 변수의 작용에 의한 결과물이므로 그러한 변수들과의 복합적인 분석이 함께 진행돼야 보다 높은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여가문화의 깊이와 만족도가 물질적 풍요가 정점에 달한 21세기기보다 오히려 높았다. 노래와 춤을 좋아하고 흥을 즐기는 민족성, 씨족 중심의 대가족 제도가 갖는 문화적 특수성 등 다양한 변수들의 작용이 뒤따랐겠지만 무엇보다 유교를 근간으로하는 선비문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당시의 여가문화의 정신적 뿌리는 ‘풍류(風流)’로 함축됐다. ‘풍(風)’은 바람, ‘류(流)’ 는 흐른다는 뜻이다. 즉 바람이 흐른다는 뜻으로,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바람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를 말한다. 어디에도 얽매임이 없는 인생 자체를 즐기는 삶을 일컬음이다.

이처럼 우리의 선조들은 풍류를 즐기는 것을 멋스러운 삶이라 여겼다. 경치 좋은 곳에서 보고 듣고 즐긴 모든 것이 풍류의 재료가 되고 주제가 됐다. 그 속에서 배우고 깨닫는 것은 덤이었다. 그렇다고 여가생활을 선비들만의 전유물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풍속도에서도 알 수 있듯, 중인은 물론 천민들까지도 주어진 여건 속에서 자신들만의 여가문화를 즐겼다.

‘풍류인’의 저자 김천일은 “우리의 선조들은 부는 바람에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긴 채 부유하면 부유한대로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여유를 갖고 인생 그 자체를 즐겼다. 이들이야말로 자연과 더불어 인생을 멋을 누린 진정한 ‘풍류인’이었다”고 말하며 “선조들의 삶의 여유를 되돌아봄으로써 현대인들이 각박한 삶에서 조금은 편안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책 출간의 의의를 밝히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일상을 벗어남이 곧 풍류는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는 “시를 짓고, 글을 쓰며 그림을 그리는 선비들의 여유로움은 자연을 즐기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들은 자연과 벗 삼아 풍류를 추구했다. 현대인들도 평범한 세상살이일지라도 즐기는 자세로 살아간다면 누구나 선비의 풍류를 향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풍류의 출발점인 즐기고자 하는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책은 ‘풍류’와 ‘체험과 소유’라는 두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첫 번째 장 ‘풍류’에서는 유람, 다선, 귀거래, 산놀이 등 선비들이 일상을 초월해 자연과 어울리며 즐겼던 다양한 놀이와 흥을 다루고 있다. 두 번째 장 ‘체험과 소유’에서는 시·서·화와 직접 관련한 서재, 문방사우, 정자, 거문고, 사군자 등 일상 가까이 있는 사물과 장소 등을 통해 풍류를 즐겼던 조상들의 멋을 소개한다.

세월의 무게가 더해질수록 외피적인 삶보다 내면적인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기 마련이다. 내면적인 삶이야말로 진정으로 ‘멋진 삶’이라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멋진 삶에 대한 출발은 ‘멋진 살이란 어떤 삶인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다양한 방법을 통한 실천이 뒤따를 때 멋진 삶은 환상에서 현실이 된다. 이때 실천을 위해 필요한 것은 경제적 여유보다마음의 여유다. 멋진 삶을 살고 싶지 않은이가 어디에 있을까. 시작이 반이다. 김천일의 책 ‘풍류인’을 통해 시와 글과 그림이 있는 선인들의 ‘풍류’를 되짚으며 멋진 삶에 대한 고민을 지금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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